떠나고싶은 여행지..

강릉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세미가 2007. 7. 16. 11:46
 

무박 2일 강릉 여행을 다녀와서..


무박~ 잠을 자지 않고 여행을 한다는 무박 여행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전을 해보았다. 사실 워낙 피곤을 많이 느끼는 체질이라서 올빼미 일본여행이나 홍콩 여행은 절대 사양했었는데, 강릉은 다른 것 같다. 그렇게 무박을 싫어하지만 생각해 보니 정동진은 항상 밤에 출발해서 일출을 보고 왔던 것 같다. 나는 착한 일을 많이 하지 않고 덕을 쌓지 않아서일까? 정동진 일출을 한번도 못 본 것 같다. 이번에는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했었지만 정여가 다가오자 그런 나의 기대를 가슴에 고이 접었다.

 


 

태풍 마니가 동해안을 강타한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우산은 챙겨야 했다. 비나 바람이 불더라도 걷지 못할 정도로 많이만 오지 않으면 좋으련만..


다행이 우리가 출발한 토요일 저녁 날씨는 괜찮았다. 일출을 기대해 볼 수 있을지도.. 잠실에 모인 14명의 정여 멤버와 우리들을 배웅하러 오신 나씩씩님과 하늘바람님과 그리고 귀여운 은서.. 우리는 나씩씩님의 단란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강릉을 향해 달렸다.


늦은 밤이라서 그런지 차는 쌩쌩 달렸고 2시 조금 넘은 시간 강릉의 통일공원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속의 바닷가였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서 약간 춥긴 했지만 챙겨온 이불들을 뒤집어쓰고 챙겨온 음식들을 먹으며 간단하게 동동주와 맥주를 마셨다.

 

 


바람돌이님의 삼각김밥과 라면, 괴물님의 동동주와 손수 만들었다는 부침개, 까시나무언니표 삶은 감자, 미란다 여신님이 챙겨온 과자들까지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다 4시 정도는 다들 자기로 했지만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밤이 되었다. 아마도 강릉의 잠 못 이루는 밤이었던 것 같다.


4시 정도 되자,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바다 저 끝 수평선 너머로 어둠이 걷히고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산과 바다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위섬에 부딪치는 파돗소리와 새하얀 포말들, 어두운 구름 사이에 비춰지는 약간이 햇살이 바다에 비추는 모습들이 흑백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4시 50분 정도 되자 아침을 알리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와 바다의 파돗소리가 어우러져 특별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약간의 바람과 약간의 비가 쌀쌀해서 이 아름다운 장면들을 이불을 뒤집어쓰고 바라봐야 했지만 말이다.


잠을 못자서 인지약간은 몽롱한 기분으로 정동진으로 가서 아침 해장국을 먹고 모래시계 탐을 보고 정동진역으로 갔다. 해수욕장으로 내려가서 살짝 바다에 물을 담그려고 했지만 파도에 밀려 바지가 흠뻑 젖어버렸다. 미란다 여신님과 까시나무언니는 완전히 물에 흠뻑 젖은 생쥐가 되어버렸고 바람돌이님과 해지기님도 동해 바다에 흠뻑 빠져버렸다. 아무 준비 없이 바다와의 만남은 젖은 옷과 온몸에 모래만을 남겼지만 그래도 추억으로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그다음 장소는 선크루즈였다. 언덕 위에 있는 큰 배가 인상적이었던 선크루지는 처음 가봤다. 선크루즈의 조각 공원에서 봤던 수평선을 잊을 수가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빛...


바다는 하늘과 닮았다는 말을 절실히 느꼈다. 수평선은 세 가지 빛이였다. 검은 먹구름과 만나는 수평선은 검은 빛 였고 햇살이 비춰지는  하늘과 만나는 수평선은 은빛이었고 푸른 하늘과 만나는 바다는 푸른빛이였다.


한눈에 보이는 수평선의 세 가지 빛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구름이 움직이고 색이 변하는 하늘 빛에 따라서 바다 빛도 시시각각 변했다. 공룡 모양의 바위섬을 때리는 파도 또한 인상적이었고 바위섬이라는 노래 가사에 나오는 외로운 바위섬이 연상되었다. 그 다음에 간 곳은 선크루즈 전망대.. 전망대에서 보는 정동진의 해안가 멀리 보이는 수평선..그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인저 전망대에서 바람을 맞는게 빨리 달리는 오토바이를 탄 기분이었다.


그 다음 등명낙가사 였다. 너무나 현대식 건물 같은 절이 적응이 안되었지만 여러 병을 치유해준다는 약수를 마셨고 스토리가 있는 벽화를 보는 재미가 있었던 절이었다.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했던 점심식사, 아주 유명한 초당순두부 집에서 손두부 백반을 먹었다. 약간 짠맛이 나는 듯한 순두부는 해수 간수로 만든다고 했다. 맛있는 초당 순두부는 수수님께서 중간에 합류하셔서 점심을 사주셨다. 점심 먹고 졸려서 잠깐 차에서 눈을 붙이는 동안에 수수님은 다시 일행분과 다른 여행지로 떠나셨다.

 

 


그 다음 우리가 찾은 곳은 강릉의 99칸의 한옥 선교장이었다. 경포 호수 근처의 선교장은 300년쯤 된 전통 한옥이었고 영화 황진이를 찍었던 장소이기도 했다.

선교장에서는 강원도 공무원이신 관광 해설사분께서 자세히 집 곳곳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연꽃을 가득한 정원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운치 있는 활래정과  사랑채인 열화당과 연지당등.. 곳곳에 대해서 건물 양식부터 자세하고 꼼꼼하게 설명해 주셨다. 300년 전의 선교장에서 살았던 우리네 조상들의 생활상이 사극의 한 장면 장면이 되어 다시 재현되는 듯 했다.

집안 곳곳을 살펴보면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작은 일에도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더욱 뜻 깊고 좋았던 선교장..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숙박 체험을 해보고 싶은 곳이었다.


마지막 우리가 향한 장소는 주문진 활어시장에 오징어회를 먹으러 갔다. 건어물들과 생선들을 파는 시장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먹을 오징어들을 찾았지만 오징어들은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태풍이 와서 오징어 배들이 오징어 잡이를 못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징어회는 포기하고 통 오징어 구이 몇 마리를 사서 조금씩 맛만 보고 서울로 향하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 많이 막힐까 걱정을 했지만 고속도로와 국도를 오가며 잘 올라와서 인지 많이 막히지 않고 올라왔다.


이천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다시 서울 잠실 도착하자 며칠 만에 서울에 온 기분이었다. 무박의 여행이었지만 함께한 분들과는 3-4일 이상을 함께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은 멍하고 몽롱한 기분을 여행을 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꼈던 즐거웠던 정여로 나의 추억의 한 페이지를 또 장식할 듯 싶다.


정여 때 운전하시느라 아주 고생하신 괴물님.. 카니발 차에 7명의 목숨을 무사히 지켜주셔서 감사.. 스타렉스 운전해 주신 알데바란님과 바람돌이님 수고하셨구요.. 이랜드 파업 등으로 정신 없으실 해피포유님 정여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구요.

정여 처음 참가하신 아이좋아님 자유수기님과 맏언니 인내님, 맏형님이신 적백송님, 별빛속에님, 지니님, 까시나무님, 해지기님, 미란다여신님 모두 즐거웠구요..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