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님의 그림소설 똥친 막대기는 제목부터가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똥친 막대기..자주 들을 수 없는 말입니다. 예전에 재래식 화장실을 쓸 때나 있었던 말인 듯 합니다.
이 이야기는 백양나무의 어린 나뭇가지의 모험과 작은 사랑이야기입니다.
똥친 막대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백양나무의 작은 어린 가지입니다.
어미나무인 백양나무 그늘에서 어린 나뭇가지는 아침 이슬을 맞으며 햇살을 맞으며 작은 새소리를 들으며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새끼를 밴 암소로 인해 어린 나뭇가지는 모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화물열차 소리에 놀란 암소는 놀라 뜀박질을 하며 도망가자 백양나무 어린 나뭇가지를 꺽어 버렸습니다. 이제 어린 나뭇가지는 막대기가 되었습니다. 어미나무에서 잘려 나간 순간의 아픔과 고통이 아주 커서 고함을 치지만 사람들만 듣지 못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말 못하는 짐승들도 식물들도 다 아픔을 알 텐데...늘 망각하고 살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 봅니다. 추위에 추워 할 줄 알고 더위에 목마름을 아는 식물과 동물들을 왜 모른척하며 지냈을까요?
사람이 흘리는 피처럼 하얀 즙이 흘려 내렸습니다. 아마도 큰 고통 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어린 막대기는 암소 매질을 위한 회초리로의 운명이 첫 번째 운명이었지만 다행이도 암소가 고분하게 말을 들어서 회초리로의 운명은 지나 간 듯 합니다.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는 회초리가 된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인데 다행입니다.
아버지 새참을 가져온 재희라는 소녀를 보게 되었습니다. 더 가까이에 가서 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워낭에 걸려 있는 목 타래 사이에 꽂았습니다. 아마도 암소를 위한 회초리로 쓰려는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어린 막대기는 암소와 함께 재희네 집으로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싸리나무로 얽어 놓은 사립문 사이에 꽂히게 되었습니다.
싸리나무 작대기들 사이에서 어린 막대기는 살아날 가망성이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싸리나무 작대기들이 구박을 하지만 그래도 변명하며 잘 버텼습니다. 이렇게 나무 작대기로 전락할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녁이 되자 재희와 엄마가 들어왔습니다. 재희가 마당에서 발을 씻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갑자기 앙칼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재희의 엉망인 성적표를 본 것입니다. “마당에 나가서 회초리 꺽어 오너라.” 막대기는 회초리가 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은 회초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재희의 여린 종아리를 때리는 회초리가 된 막대기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회초리로 쓰인 막대기는 이제 측간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막대기는 똥통 속을 내젓는 통친 막대기가
되었습니다. 오물로 숨통이 거의 다 막혀 버린 막대기는 이제 숨조차 크게 쉴 수 없게 되었습니다. 50년이나 60년을 사는 백양나무, 750년을 산 창덕궁의 향나무, 700년을 넘긴 당진군 회화나무, 300살을 자랑하는 청송군 주산지의 버들나무 등 긴 수명을 자랑하는 나무들을 생각했습니다. 물과 양분을 흡수하여 줄기와 잎에 배분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햇빛을 받아 살아가는 나무들을 생각하며 통친 막대기가 된 자신을 생각했습니다.
재희의 종아리를 피멍들게 한 징벌이라고 달게 받을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재희가 측간에 들어오고 종아리가 아파 볼일 보는데 엄마가 도와줘야 하는 등 북새통에 잠시 어수선했습니다. 어제 맞은 종아리로 걷기도 앉기도 힘든 재희를 보면서 죄책감에 사로 잡혔습니다. 그러나 죄책감에 언제까지나 시달릴 수는 없었습니다. 악취 나는 측간에서 이 어둡고 칙칙한 곳에서 생을 마감하기는 싫었습니다.
다음 날은 재희네 모내기 하는 날이었습니다. 다리가 아파 결석을 한 재희가 친구들에게 오줌싸개라고 놀림을 받자 똥친 막대기를 들고 가서 놀리는 아이들을 물리칩니다. 모심기를 도아 주러 가던 재희는 막대기를 봇도랑에 던져버렸습니다. 봇도랑 가에 있는 개흙 속에 꽂혔습니다. 그 개흙은 물 반 흙 반으로 메말라가고 있던 내가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오물들이 깨끗이 씻겨나가고 물관에 물이 마음껏 들어 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사람들은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꿈을 잃지 말 것이며 희망을 가지고 앞을 바라보라고 격려하곤 한다는 것을 막대기는 몸소 느꼈습니다.
희망도 잠시..모내기 하던 재희가 막대기를 집어 들고 낚시줄을 매었습니다. 낚시대가 된 막대기는 개구리 낚시를 하는 내내 허리가 몇 번이나 부러질 위기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다시 재희는 봇도랑에 버리고 아버지께 뛰어갑니다.
봇도랑에 버려진 막대기는 모내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물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자 물에 잠겨 있던 한쪽 가지마져 햇볕에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재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 주기를 기다렸지만 재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밤마다 재희가 나타나서 나를 집어 들고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을 꾸고 있으면 언젠가는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믿었습니다. 막연했으나 그 꿈은 희안하게도 현실과 곧바로 연결되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저수지의 수문이 완전히 잠기고 물은 바닥을 보이고 점점 죽음이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그때 그렇게 보고 싶던 재희가 왔습니다. 백양나무에 메어 놓은 암소를 몰러 온 듯 했습니다.
아무리 저를 봐 달라고 외쳐도 살려달라고 외쳐도 재희는 듣지 못하고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버렸습니다. 눈물이 흘렀습니다. 재희를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절망으로 가슴이 시려왔습니다. 그녀와 나와의 인연은 짧았던 그것으로 마감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날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미 백양나무 가지로 살 때는 땅으로 부터의 자양분과 위로부터의 햇볕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지만 막대기로 꺽인 후에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비로소 그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상으로부터 20미터까지 자랄 때까지 어미나무가 겪어야 했던 길고 긴 고통과 참음의 세월이 가슴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몸 위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에 감사와 축복을 느꼈습니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로 막대기는 하류로 떠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방의 어디를 둘러봐도 알 수 없는 곳으로 멀리 보이던 어미 백양목 나무도 사라져 갑니다.
한참 떠내려가다 보니 홍수에 떠내려가는 돼지의 등에 얹혀 있었습니다.
돼지의 등에 얹혀 있던 내가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봇도랑에 꽂혔습니다. 모든 것이 지쳐서 몽롱한 가
운데 벌어진 일들이었습니다. 그 순간 정말 위대한 발견을 했습니다.
때 마침 흙에 닿아 있는 내 몸 한쪽 끝으로부터 견디기 어려운 간지럼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곳이 간지럽다는 것은 막대기 한쪽 끝이 땅속에 깊이 밝혀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뿌리가 돋아나려 하고 있다는 신호인 것입니다.
많은 것들이 주마 등처럼 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어미나무로부터 떨어져 나온 이후, 지금가지 한번도 땅에 선 본 적이 없는 막대기는 똑바로 땅에 섰습니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고 뿌리는 내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한번도 꿈을 접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꿈을 버리지 않아 비로소 지금의 행운을 얻은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미 백양나무가 살아온 것처럼 간단없이 몰아치는 여름의 비바람과 천둥 번개를 견뎌 내고 겨울의 칼바람에 잎이 찢어지고 가지가 휘어지는 담금질에도 어미 나무는 꿋꿋하게 견뎌 왔습니다. 모진 시련에 무릎을 꿇었던 기억은 있지만, 결코 잠든 적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어미나무의 의연함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재희.. 모든 행운은 재희로 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답니다. 재희를 본 마지막날 암소를 몰려고 봇도랑으로 나왔던 때 막대기를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준게 지금 살아갈 땅을 찾는데 결정적인 단초가 된 것입니다.
어미나무가 살고 있는 곳 재희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를 만큼 떨어진 곳에 있는 어린 막대기는 이제 백양나무로 땅에 자리를 잡고 살아 갈 것입니다.
백양나무의 어린 나뭇가지의 모험과 사랑을 기리는 이야기입니다.
암소 회초리, 사립문에 싸릿대와 같은 인생을, 아니면 측간의 똥친 막대기, 아님 낚시 대로 이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는데 막대기가 아닌 다시 백양나무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꿈입니다..꿈을 꾸는 사람에겐 그 꿈이 현실이 된다는 것..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엄마가 맛있는 집 무화과 나무 가지를 가져와서 심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 나뭇가지가 어떻게 살까 궁금했지만 뒷밭에 심으면 뿌리가 돋고 몇 년 지나면 과일을 열게 했던 그 작은 나무 가지가 생각났습니다. 지금은 그 무화가 나무가 아주 많이 컸습니다.
그냥 막대기 같던 그 나뭇가지도 이 백양나무 가지처럼 아팠고 또 뿌리가 나고 자리 잡는데 아픔이 있었겠지..
아마도 그 나뭇가지도 어미 나무를 떠나 새롭게 10년 20년 더 살아가며 열매를 맺는 다는 꿈을 가졌으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많이 힘들고 지치더라고 꿈을 꾸자. 그럼 아마도 행운이 올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김주영님의 똥친 막대기.. 동화처럼 쉽게 읽으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그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