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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말자

세미가 2011. 4. 13. 15:20

 

아침 경향 신문 그림 만평에서 본 목련 꽃과 장정일님의 지하인간의 한 구절..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

 

 

 

 

 

카이스트의 대학생들 자살로 사회적 화두다.

카이스트의 심한 경쟁이 결국 학생들을 자살로 내 몰았다.

0.01학점당 6만원이라는 징벌점 학점제도, 전 강의 영어 강의 등의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비단 카이스트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가끔 초등학생 중고등학생의 학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목숨을 놓아 버리는 경우가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는 카이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이 나라 이 사회의 문제인 것이다.

과도한 경쟁은 독종 DNA를 만든다고 한다.


 

유민주주의를 지탱하던 ‘경쟁’ 키워드와 한국을 다른 선진국보다 5~10배 빠르게 정상권의 반열에 올려놓은 ‘독종 DNA’가 도전을 받는 듯하다. 선의의 경쟁과 목표를 향한 독종 DNA는 발전과 진보의 에너지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먼저 독종 DNA가 잘 발현된 경우를 보자.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유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대하는 날도 잊은 채 밤새워 백신을 개발하고 허겁지겁 군대에 가느라 가족에게 인사도 못했다”고 말해 감동을 전했다.

 

‘경기고 3대 천재’로 통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연구하는 중앙은행을 목표로 평소 “사흘 밤낮 술, 담배를 하면 죽게 되겠지만 사흘 밤낮 공부만 하면 죽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올 초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 ‘독종 DNA’를 되찾아 LG전자의 기본을 다시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고,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은 기업 개선 돌입 후 3년간 주말도 없이 직원들과 자장면을 먹으며 열심히 일해 1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올해는 매출 3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독(毒)이 양면성을 지니듯 독종 DNA도 마찬가지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지난 4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많은 학생들은 명문대학으로 진학해 자신보다 더 나은 학생들과 경쟁하기를 원한다”고 했지만, 제자 4명의 죽음 앞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성패와 생사의 갈림길에는 무엇이 작용했을까.

-헤럴드 경제 2011.04.13

 



경쟁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한 DNA가 전쟁 후의 눈부신 경제 성장을 가져왔다고 한다.

적당한 경쟁이 있어야지 더 발전이 오기도 하고

능력을 십분 더 발휘할 수도 있지만..


인간미 없고 차가운 맹목적인 경쟁은 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주게 된다.

결국은 낭떠러지 끝으로 밀려나가게 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고 가는 것이다.

과도한 경쟁 체제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울 때가 있다.


공부에서 1등만이 꼭 최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학원들을 몇 곳씩 다니고 10시가 넘은 시간 집으로 향한다.

수학 한 과목을 예만 보더라도, 보통 학교 수업 들어가기 전에 학원에서 2-3번을 반복하고 수업에 들어가게 된다. 각종 경시대회 준비를 해야 하고 너무나 해야 할일들이 많다. 친구들끼리 노트 필기를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경쟁이 심하다는 이야기도한다.


나는 어릴적 경쟁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이 자랐던 것 같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등굣길에 꽃들과 새들을 보다가 지각하기도 하고 크게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었다.


부모님도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늦게까지 공부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시험 전날도 11시가 되기 전에 자야한다고 건강 해치면 안된다고 할 정도였다.

그냥 건강하고 예의바르고 착하게 자라길 바랬던 것 같다.


중학교 선생님들까지는 공부에 대한 중압감을 많이 주지 않았고..

그래서 나의 학창 시절은 큰 고민도 스트레스도 없었던 것 같다.

여고시절 쪽지시험과 숙제가 많아서 조금 힘들긴 했지만 친구들과 과도한 경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사회에 나와서도 나는 누군가를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하고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굳이 나의 공과를 내세우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래서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물론, 더 심한 경쟁을 하고 더 치열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위치에서 다른 역할을 하며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굳이 과거로 간다고 해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대학 교양 과목으로 독일 문화와 사회라는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과 입시제도는 우리 사회가 변하기 전에는 변할 수 없다.

모두가 다 명문대를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독일에서는 마이스터가 되면 존경받고 인정받는다고 했다.


독일에는 마이스터가 소시지제조 ,맥주 제조, 자동차 수리, 기계, 배관, 유리 초자 가공, 금속 제련, 목재 가공, 꽃꽂이 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 마이스터라고 하면 그 분야의 최고 실력자로 인정하기 때문에 정규 공과대학을 나오고 공학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도 인정하고 존경한다고 한다.


우리도 각 분야에서 장인.. 요즘 TV에 나오는 생활의 달인과 같은 분들이 더 많이 존경받고 인정받는 사회가 된다면 이런 차가운 과도한 경쟁은 덜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목련꽃처럼 스러져 간 청춘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더는 듣지 않기를 희망한다.


지하인간 


장정일



내 이름은 스물 두 살

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 것은

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

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후회의 뼈들이 바위틈 열고 나와

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

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

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먹으리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