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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할머니와의 이별

세미가 2020. 12. 22. 16:51

 

광주터미널 대기실
부산행 버스 도착지 앞
의자에 할머니 한 분이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전라도 말소리가 들리고
터미널 건너편 아파트에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금쪽같은 조카증손이 있는 
광주의 공기가 편안합니다.

완도 신지도에서 늦둥이 막내딸로 태어났고
17살 시집와 홀로된 올케언니와
어린 조카(아버지)를 세상 귀하게 
여기며 살아온 고모할머니, 

아버지는 고모할머니에게
집안의 대를 잇는 손이자,
증조할아버지를 대신한 울타리였고
세상 누구보다 귀한 사람이었고 전부였습니다.
아버지를 닮은 둘째 오빠는 
그 빈자리를 대신해 의지했고 
유일하게 신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둘째 오빠의 어린 아들은 
세상 그 누구보다 귀하디귀한 손이었습니다.

치매가 오고, 세상과 멀어져도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습니다.
전라도 사투리가 그립고
집안의 대를 이을 귀한 손이 있는
광주의 공기가 그리웠던 고모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국가와 집안에서 지켜주지 못하고
희생을 강요했고, 
그 희생마저 입에 담지 못하고 
가슴에 새겨오며
평생 한을 가지고 살아온 고모할머니,

평생 살아온 인생처럼
코로나 19로 외롭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마지막 할머니는 고향 완도를 그리하셨겠지만,
고향을 떠나 평생 사셨던
부산에서 떠나셨습니다.

평생 고모할머니가 그리워하고 마음에 담으셨을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하늘나라로 떠난 5살 어린 딸을 
하늘에서 만나 웃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위해 
부산으로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