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희망이야기

[스크랩] 정태춘님의 "북한강에서"

세미가 2007. 2. 13. 14:59

 정태춘님의"북한강에서"
 
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오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오

*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출처 : 광재사랑카페
글쓴이 : 晨天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