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의원님께서 태백산 정상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여러가지 느낀 감회를 쓴 글입니다.>
태백산 정상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권유로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정치에 대해, 나라에 대해, 인연에 대해 나름대로 내가 사는 이유에 대해 자문을 해보려 산행을 하기로 했다.
지역구 내에 있는 명산을 산행하기로 결정 했다.
태백산, 오대산, 만경산, 노추산, 등용산 등을 다녔다.
각각의 산들은 나름대로의 품위와 맛이 있었다.
12월 31일부터 태백산은 오후, 자정, 1월 1일 일출을 보러 세 번을 올랐다. 해가 보이질 않았다.
다들 올해도 못 보는구나 하면서 하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보지 못했지만 해는 떴겠지.. 내려갈까?’ 생각을 하고 내려갈려는 순간 구름 사이로 해가 올라왔다.
붉은 태양이 우리들의 가벼움을 나무라듯 힘차게 올라왔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올해의 교훈은 “때를 기다리자”로 정해야겠다.
태백산에 세 번을 오르면서 천제 단에 기도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기도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다만 몇 번이고 기도했다.
”나라가 바로 될 수 있도록 지켜달라고 ....“
그리고 뒤이어 오는 잡념덩어리들..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저는 무엇입니까?’
잠시 차안에서 눈을 붙이고 평창 오대산 비로봉 정상에 올랐다.
땀이 비오듯 흘렀다. 육수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몸에 있는 혼탁한 기운도 같이 사라지는 기분도 든다.
너무 힘이 들었다. 발이 천근 같았다.
정상을 바라보지 말고 발밑만 보고 걸어야 겠다고 생각 했다.
정상을 자꾸 보면 너무 힘들어 질것 같아서였다.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다.
나에게 산행을 하라고 한 사람에게 전화했다.
정상을 보지 말고 발밑만 보고가자????
”인생에서 목표를 정하고 살지 말고 그냥 열심히 살자! 그 결과대로 만족하면서 살아가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꿈들을 꾸었다 깨고,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을 청했다.
긴 산행을 해서 몸은 피곤한데도 깊은 잠이 들질 않았다.
“무엇입니까?, 무엇입니까?”
로 이어지는 답이 없는 질문들만 자꾸 자꾸 이어진다.
영월에 있는 만경산은 스님과 함께 올랐다.
정상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주위 산들이 꽃잎처럼 만경산 정상을 받쳐주고 있었다.
눈을 감고 한참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고요함은 참 좋은 것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선 레일 바이크가 있는 구절리 노추산에 올랐다.
노추산의 느낌은 한마디로 ‘허명이 아니구나’ 였다.
명산 노추산에 대한 느낌이다.
노추산에 오를 때는 눈이 내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율곡 선생이 공부를 하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성대’라는 곳은 참 아름다웠다.
가파른 곳도, 산허리를 돌아가는 곳도, 돌 더미도, 바위 밑 석간수 맛도 좋았다.
눈 속을 걷다 치기심이 발동해 눈 사진이나 찍어 볼까 하면서 벌렁 누워도 보았다. 눈이 얼굴위로 내린다. 혀로 날름 눈 한 잎을 물어 보았다.
설총스님과 율곡선생이 공부를 했다는 곳에 앉아 보았다. 아름답다.
아름답지만 바람찬 이곳 황량한 곳에서 수백년 전 율곡선생은 무엇을 배우고자 이곳에 온 것일까? 무엇을 배웠을까?
인간에게 배움이란,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평생 수 십번 사표를 쓴 율곡 선생은 무엇을 배운 것일까?
이 깊은 산중
봄, 여름, 가을, 겨울
무엇일까?
무엇을 배웠을까?
다른 건 몰라도 외로움을 배운다는 것, 혼자 있는 것을 배운다는 것,
혼자 있는 것이 외롭고 힘들지만 혼자 있는 것의 맛을 아는 것,
그건 참 쓸쓸하지만 멋진 일인 것 같다.
산행 중에 약수가 있었다. 물맛이 참 좋다.
거푸 마셨다.
이 겨울이 가기 전 다시 와야겠다. 그리고 이곳에서 잠도 자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나무에 겨우살이들이 잔뜩 있다.
몸에 좋다고 겨우살이를 뜯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겨울산은 해가 일찍 진다. 어둠이 빨리 온다.
잠을 청하고 이리 저리 뒤척거려 본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질문의 꼬리들이 이어 진다.
‘삶을 진지하게 살고 싶습니다.’
평창의 등용산을 올랐다.
칼날 같은 용의 등을 가진 산이다.
세 개의 등날이 산을 이루고 있다.
산을 오르면서 아니 산 속을 걸으면서 거푸 산의 기세에 놀랐다.
함부로 범접하기 어려운 산이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산의 성격으로 보면 남명 조식 선생 같은 산이다 라는 느낌이 든다
‘동네 분 말처럼 숨어 있는 산 이지요..좋은 산이에요’ 그 말이 실감이 난다.
산을 내려왔다
나를 아껴주는 고마운 말들이 오고 간다.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이 빚을 어찌 갚고 사는가?
정돈,
절제,
침묵,
아낌,
비움,
겸손,
열심,
충심,
단심,
마음 공부,
단어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찌든 때를 벗는 기분이다.
산은 인간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사람은 변하는가?
마음이 달라지면 변하는가?
달라질 수 있는가?
삶의 교만함을 벗을 수 있는가?
관성을 버릴 수 있는가?
신영복 선생님이 번역한 중국 작가의 글 제목이 생각난다.
『사람아, 아 사람아
산속을 걷고 또 걸어 보았다.
내가 버려야 할 것을 이 무엇인지는 알았다.
얻어야 할 것은 부족한 수양이다.
무엇으로 살 것인가?
관성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돌아갈 길을 가지 않는다.
허락하는 순간까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전력투구한다.
가는 곳 마다 눈이 내렸다.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길은 모른다.
걷다 보면 길이 생기리라.
어지러운 한해
물처럼 바르게, 당당하게, 앞으로,
진화 하면서 오류를 적게,
그러나 오류를 가장 빨리 바꿀 수 있는 인간으로 삶을 살아가자.
.....
당이 어지럽다.
진통을 더해야 새로 태어나리라.
종(種)의 진화에서 승리자는 똑똑한 종(種)도, 힘센 종(種)도 아닌
자기를 변화시키는 종(種)이다.
거듭 태어나려면 진통이 커야 한다.
산행을 권유한 사람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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