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의 미아가 될뻔한 7월 산행 후기~
8일 두시 조금 넘은 시간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 들기 전.. 우리의 기상 시간은 5시란다..
5시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6시에 산행 시작을 목표로 2시 조금 넘은 시간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새로운 곳에 가면 잠을 뒤척이는 그런 습관 때문에 뒤척이는데.. 새벽 3시쯤 되었을까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문 앞에서 들리는 듯 했다..
우리들의 신발을 만지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우리들의 등산화를 훔쳐가는게 아닐까? 나가보려고 했지만 겁도 나고 해서..
“아침에 등산화를 누군가가 훔쳐갔으면 다들 산행을 하지 않으면 돼지..”라고 나름대로 합리화를 시킨 후에 잠을 청했다.
잠을 들었나 싶었는데..새벽 5시! 문 밖에서 닭들이 아침을 알리기 시작했다. “꼬끼오~~꼬끼오~” 그 시간 기상을 외치며..괴물님이 방 불을 켰다. 5시 10분 정도 졸린 눈을 비비며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고..
바람돌이님은 점심에 먹을 삼각 김밥 틀을 가져와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 다를 씻고 6시 정도에 해물라면에 식사를 했다. 여유 있게 커피도 마시고 디저트로 과일까지 깍아서 먹다 보니까..
7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우리의 숙소를 정리하고 용문산으로 출발!
산행 시작 시간 8시! 산행을 시작하면서 들은 이야기인데.. 새벽에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은 펜션 주인아저씨였다고 한다. 우리의 인원이 정원초과 되어서 우리들 신발을 일일이 세러 온신거 였다. 주도면밀한 아저씨는 우리 인원을 신발수도 체크하시고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번 산행에서의 최고는 단연 금낭화였다. 샌들을 신고서 산행을 시작한 낭화를 보면서..처음엔 괜찮을까? 걱정을 했는데..초반에 선봉에 설 정도로 산행을 잘 했다.. 주위에 등산객들이 샌들신고 산행하는 아가씨가 있다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처음 산행은 참으로 유쾌하고 좋았다.. 계곡물이 너무나 맑고 깨끗했고 비가 와서 인지 많은 물들이 흘렀고 중간 중간 미니 폭포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 많았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폭포는 다 용문산에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게 아닌가 싶었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면서 산행을 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물소리와 산새소리들의 지저귐 그리고 가끔 바람을 타고 온 꽃향기까지.. 잠을 자지 못해 피곤했지만 그 피곤함을 깔끔하게 잊게 해 주었다.
중간 산행을 하다보니 험난한 산길을 헤매야 했다. 아주 험한 바윗길은 아니지만 경사가 급하고 눅눅한 흙길이라서 아주 미끄럽고 위험했다. 그때부터 엄청 힘들게 산을 오르고 가끔은 여기저기서 비명소리도 들리고 했다. 중간 중간 바위를 찾아 쉬었다. 안개가 자욱한 산행에서 거의 다른 등산객이 없어서 전설고향의 분위기가 나왔다. 안개 낀 나무들 사이로 호랑이 또는 구미호가 나올듯한 그런 분위기가 연출 되었다. 아니면 알포인트라는 영화에서 처럼 안개속으로 일행이 한명씩 사라진다던지..
다행히 그런 걱정스러운 우려는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도 가도 산 정상은 나오지 않았다. 중간 중간 바윗길과 돌길.. 계단 길을 가고 가고 한참을 가다 보니..정상 표지판이 나왔고.. 마지막 힘을 다해 정상을 향했다. 정상에서 산 아래를 보았다. 잔욱한 안개들이 모두 발 밑에 있는 듯 했고.. 안개가 바람에 밀려 내게로 안기는 듯 했다. 참 아름답고 좋았다.
산 정상 100m 아래에 벤치와 평상과 같은 쉼터가 있었고.. 그곳에서 우리는 맛있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침에 바람돌이님과 괴물님 그니님이 만든 삼각 김밥과 샌드위치..그리고 참된세상언니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호박전과 동그랑땡과 여러 과일과 음식들을 아주 배불리 먹고.. 10분 정도 휴식 시간을 가진 후에 하산 하기로 했다.
하산은 장군봉을 통해 내려가기로 했다. 우리가 출발하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어느 산악회가 정상에서 내려와 장군봉으로 가는 듯해다. 무전기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서로 교신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이 산악회를..만난게 우리에겐 고난의 시작이었다.ㅠ.ㅠ
왠지 프로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들을 맘 놓고 따라 가다 보니 그들은 점심 먹는다고 자리를 펴고 앉아버렸다.
우리는 그들이 잡아준 방향대로 쭉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왠지 하산 하는 사람들도 없고 길도 이상한거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쭉 내려갔다.
한참 가다보니 길이 없다. 허걱.. 더이상은 등산객들이 달아 놓은 산불조심이라던지.. 산악회 이름을 적은 리본도 보이지 않았다.
내려가다 보니 계곡처럼 돌들이 가득한 곳이 나왔다. 미끄럽고 험한 계곡을 따라 가기 시작했다. 선발은 적백송님과 샤인실 언니..
가다가 길이 없으면 바위를 넘고.. 산길을 따라 가다보면 인적이 닿지 않았던 곳인지 수북히 쌓인 나무잎들 때문에 발이 빠지고 썩은 나무들이 중간 중간 있었다.
우린 용문산의 미아가 되어 버렸다.
우리에겐 물도 떨어졌고..길도 잃어버렸다. 긴장감 때문에 열심히 열심히 내력가기 시작했다. 1시간 30분 이상 쉬지도 못하고 내려갔고.. 길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길이 너무 험해.. 샌들을 신은 낭화와 산행이 처음인 까시나무언니,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은 참된세상 언니가 걱정이었다.
그 험한 길들을 오다 보니..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다리에 큰 상처를 입은 그니님과 손가락을 다친 참된세상언니, 계속 산행 선두를 지키던 샤인실언니의 낙상으로 옆구리 타박상과 손가락 부상.. 중간 중간에 몇번씩 미끌어진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내려왔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산불조심 리본이 보였고 약간 완만한 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산불조심 리본이 얼마나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지던지..그 기분을 말로 할수 없을 것이다.
약간의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된 우리는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약간의 피로를 풀었다. 그리고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드디어 길을 알리는 푯말이 나왔다. 본래 가려고 했던 길은 아니지만 우리가 출발했던 용문사로 다시 도착하게 되었다.
용문사에 도착하자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정말 포기하고 싶으리 만큼 중간에 다리도 후들거리고 힘이 풀리고 힘들었지만..그런 힘들었던 기억은 다 사라지고 너무나 기쁘고 좋았다. 용문사의 약수가 참으로 달게 느껴졌고 9시간 산행을 그래도 큰 부상 없이 마친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양평에서 일찍 출발하면 차가 많이 막힌다는 괴물님의 말에 따라서.. 저녁식사를 하고 서울로 향하기로 했다. 저녁 메뉴는 유기농 쌈밥과 토종흑돼지 삼겹살과 시원한 맥주와 동동주.. 식사를 맛있게 하고 디저트로 계곡 근처에 가서 수박을 먹고..
9시 조금 넘은 시간 서울로 향했다.
많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정말 많은 추억과 이야기꺼리가 있었던 산행이었다. 저녁 식사때 동동주를 많이 마셔서 약간은 들뜬 기분으로 서울로 향했다.
짧은 1박 2일의 산행이 아주 길게 느껴졌다. 다음번에는 용문산 산행을 정상 코스로 도전을 다시 해보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다음엔 정말 산행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의 고수답게 길을 잃었을 때도 여유 만만 적백송님,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시면서 영광의 상처까지 얻은 그니님, 이번 산행의 호스트로서 숙소와 등산양말등 모든 것을 챙기신 괴물님, 음식 장만에 수고 하신 바람돌이R님, 맛있는 전과 떡을 준비하시고 너무나 고생 많이 하신 참된세상님, 출발부터 함께했고 산행 선봉을 서시다가 영광의 상처를 갖게 된 샤인실님, 너무 많이 미끄러져서 산행후에 발목이 다 부어버린 까시나무님.. 샌들 투혼을 잊을 수 없게 해준 금낭화님 모두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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