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치..그리고 사회..

광주 경선 스케치..

세미가 2009. 6. 9. 10:34

2002년 광주 경선 때, 다시 생각나게 해주는 기사입니다.

 

피플지의 이정환 기자님께서 그때 스케치를 담은 기사를 보내주셔서..

 

몇부분 적어 봅니다.

 

광주 경선때 자필 편지 쓰기를 담당했었습니다.

 

저에게 편지를 쓰신다고 메일을 보내면,

 

제가 주소를  보내주었었습니다.

 

자필 편지를 쓰고자 했던 사연도 다 각각이었습니다.

 

대구의 한 학부모인 아주머니는 초등학생 딸아이에게는 희망을 심어 주고

 

싶다며 동참하셨고,

 

아내는 남편을 위해 편지를 쓰고 남편은 아내를 위해 더 많은 편지를

 

쓰신 분들도 계셨고,

 

고등학생이라며 편지 쓰기에 동참하고 싶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 수 없이 많은 분들이 광주에 살고 있는 얼굴도 모르는 경선인단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남은 편지를 자필로 한자씩 써서 보냈습니다.

 

자필 편지쓰기는 두세통만 써도 손이 아프고 몇시간씩 걸렸었는데..

 

그때의 그 열정과.. 광주 경선 때의 행복했던 그 시간이 그립습니다.

 

 

 

 

 

르뽀추적 : 동행 취재기 <노.사.모. 사람들>

 

 

 

* [ '이산가족 상봉장'이 되어버린 민주당 경선장 ]

 

지난 달 16일, 새천년 민주당 대선후보 광주지역 경선장인 광주시 염주체육관에는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투표가 끝나고 선거 결과 발표를 앞둔 시각, 민주당 당원들과 국민 선거인단들 사이 관중석 한편에 모여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노.사.모)> 회원들이다. 식사도 거른 채 하루 종일 몸을 내던진 지지운동에 목도 쉬고 온몸이 땀에 절어 지칠대로 지쳤건만 약 300여 그들의 눈빛만은 뜨거웠다. 모두들 손에 땀을 쥔 채 서로를 안심시키면서 격려하고 있는 모습들에선 어떤 비장감마저 느껴진다.

“선거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총 선거인단 1941명, 총 투표수... (중략)

기호 2번 노무현 후보! 득표수 오백..."

선관위원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사.모 회원들 속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조용히, 조용히...' 발표가 다 끝날 때까지 서로를 자제시키면서도 이미 벅찬 감격으로 주위사람들과 악수를 나누고 옆 사람을 얼싸안는다. 그들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기호 4번 이인제 후보, 사백구십일표.... (중략)

이로써 노무현 후보가 1위로 확정되었습니다!"

그제서야 폭발하듯 함성을 지르며 무너져 내리는 그들. 이미 체면이고 뭐고 다 잊은 채 그저 벅찬 감격의 도가니였으며 서로 끌어안고 바닥에서 뒹구는 젊은이들, 부끄러움도 잊은 채 소리내어 엉엉 우는 아가씨, 서로 다른 사투리로 축하하며 얼싸안는 중년의 아저씨들까지 다들 한 덩어리가 되었다.

“수고 하셨소! 참말로 해내 부렀네!!"

“하모, 행님도 억수로 고생 많았다 아입니꺼...!"

그 순간을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그들의 환희는 마치 저마다의 오랜 한이 풀리는 듯,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광경이 연상될 정도로 격렬했다.

“너무 좋아요, 흑흑... 광주 시민 만세입니다!!"

취재 중이던 기자는 온통 눈물범벅인 채 달려드는 한 회원과 얼결에 포옹을 하고 말았다. 모두들 '노무현'과 '광주'를 연호하며 경기장 안으로 쏟아져 내려와 노 후보를 둘러싼다.

노.사.모. -.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한 정치인의, 그것도 대선도 아닌 특정지역 경선 승리를 이처럼 자기 일보다 더 기뻐할 수 있는가.

 

최근 노무현 돌풍이 불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상대후보 캠프 측에서는 이른바 ‘음모론'과 배후설의 하나로 노.사.모.를 특정세력의 지원을 받는 사조직으로 의심하는 분위기이며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이런 확인되지 않은 ‘설'을 빠짐없이 기사화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단순한 팬클럽인가, 혹은 어떤 의도 아래 만들어진 조직인가 그도 아니면 정치의식으로 모인 일종의 시민단체인가.

민주당의 광주 경선 현장에서 1박 2일 간 노.사.모. 회원들과 함께 했다.

 

 

 

* [ 물집 잡히도록 뛰어다닌 발, 그리고 손으로 편지 쓰기 ]

 

경선 승리를 자축하는 회원들이 늦은 점심 겸 저녁 식사를 하는 식당에서도 그들의 감격은 계속 이어졌다. 축배를 들며 왁자지껄 서로 그동안 고생했다고 웃음꽃이 핀 노.사.모. 사람들의 얼굴에선 피로 따윈 간데 없다.

전야제 때부터 도우미로 수고하던 <처음처럼>님 은 아직도 감동에서 헤어나지 못한 표정이다.

“믿기지가 않았어요. 믿기지가 않았구요, 정말 우리 광주 시민들 감동했어요.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겨서 정말 기뻐요.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아까 구두 신고 아무리 뛰고 서고 해도 힘든 걸 몰랐거든요.”

무려 5시간 동안이나 서서 끝까지 인사를 했다는 그는 어찌나 열심히 했는지 발에 물집이 잡힌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중략…

 

이날 경선 승리의 요인으로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편지 쓰기>가 결정적이지 않았나 하는 데에는 다들 끄덕인다. 편지쓰기란, 투표할 선거인단에게 회원들이 직접 자필로 편지를 써보내는 것을 말한다. (복사본 편지는 선거법에 금지되어있다고 한다.)

 

 

다시 <처음처럼>님의 이야기다.

“총 1941통을 썼어요. 선거인단이 1941명이거든요. 편지 한 통 쓰는데 3-4장 짜리로 보통 35분에서 1시간이 걸리는데 대개 12통 정도 쓰면 손이 부르터요. 게다가 편지 내용을 정해놓고 회원들이 다 똑같이 베끼는 것도 아니구요, 다 틀려요. 자기 실명을 쓰고 정말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 경험담을 담아서 왜 노무현 씨를 찍어야 하는지 정성껏 설명하는거죠. 지역감정이 왜 나쁜지, 노무현 후보만이 동서화합과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이유, 그리고 ‘노짱’님의 살아온 이야기... 우리는 돈도 없고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거밖에 없었거든요. 이런 진실한 마음이 유권자들을 움직인 거 같애요.”

이번 광주 경선 편지 쓰기에는 강원도부터 부산, 대구, 서울 등 전국의 회원들이 참여했다고. 편지를 받고 전화를 한 대구의 주부, 부산의 직장인, 부부가 20통의 편지를 쓰기 위해 밤을 꼬박 새었다는 이야기와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밤에 몰래 편지를 다 써 놓았다는 어느 노.사.모. 회원의 부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광주 선거 인단이 평균 2-3통의 편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사랑의 바이러스 '노사모 사람들,2002년 시사 월간 피플지 르뽀 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