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단종제가 오늘까지 열렸습니다. 몇 년 전 단종제에 다녀온 기억이 납니다.
2007년 4월 참살이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님들과 함께하는 단종제 여행이 있었습니다.
저는 본래 영월에서 모임이 있어서 미리 내려가려고 계획하고 있어서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참살이에서 할머님들과 함께 간다고 하니 잘 되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여행 모임인 여사모팀과 참살이팀과 나눔의 집 할머님들과 나눔의 집 직원분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나눔의 집이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이 계시는 곳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일정은 단종제 축제가 열리는 장릉을 보고 점심을 먹고 임선빈악기장이 만드는 북메우기를 관람하고 동강둔치에서 행사장을 구경한 후 법흥사에 들렀다가 주천의 종가고택에서 간단하게 동동주와 전을 먹고 끝나는게 일정이었습니다.
2007년의 단종제는 참 의미가 특별한 축제였다고 기억합니다. 조선의 27명의 국왕 중에서 국장을 치루지 못한 유일한 임금 단종의 국장을 치루는 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무나 억울해서 한이 많은 단종 대왕이 550년 만에 왕으로서 국장을 치루게 되었습니다. 영월군민의 마음 속의 단종대왕의 국장을 치루게 되어서 유난히도 단종제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해였습니다.
처음 간 곳은 장릉.. 단종의 묘가 있는 곳이고 그곳에는 역사관과 몇몇 건물이 있었습니다. 저는 일일 짝이 된 나눔의 집 이옥순 할머니와 역사관을 둘러 보았습니다. 역사관에는 여러 고서적과 사육신과 생육신의 위폐와 전통 혼례 의상과 대신들의 의상들이 있었습니다. 전통 의상과 옛 조상들의 사용하던 물건들을 보시며 할머님께서 이런 저런 말씀도 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역사관을 둘러본 후, 한 쪽을 보니 가마도 놓여있고 국장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전통 옷을 입고 수염을 붙이고 쉬고 계셨습니다. 할머님께서 그분들 계시는 곳을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랑 그 곳을 구경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식사 장소로 향했습니다.
식사는 강원도의 특산물인 곤드레 나물 국밥이었습니다. 동강 청령포가 보이는 이층 식당이었습니다. 처음 먹어본 음식이었는데 약간 매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다행히도 할머님들도 모두 맛있게 드셨습니다. 곤드레라는 나물은 강원도에서 곡식이 없어서 밥 대신에 먹기도 하고 쌀이랑 섞어 밥을 지어먹었던 나물이었습니다. 할머님들이 어렸을 적 보릿고개나 감자밥을 드셨던 기억도 아스란히 생각 날 듯 했습니다.
다음은 동강둔치로 향했습니다. 동강 둔치는 단종제 관련 모든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너무 넓고 해서 할머니들께서 구경을 안 하시기로 했습니다. 다리가 아프시다고 차에서 쉬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동강 근처의 큰 빈 공터에는 관혁악단이 연주회를 하고 있었고 북메우기 체험과 오카리나 만들기 체험등이 있었고 각 면단위별로 주막에서 동동주 판매와 강원도 특산물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도토리 호빵이나 감자 떡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해서 못 나오신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위해 감자떡을 사다가 드렸습니다. 할머님들께서 맛있게 감자떡을 드시는 것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려올 때 차가 막히고 해서 모든 일정이 1시간 30분 정도 늦어져서 법흥사는 포기하고 동강둔치에서 곧장 주천면의 종가고택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180년된 고택이었는데 집 주인이신 김주태선생님께서 집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이런 저런 설명을 듣고 집을 살펴보니 곳곳이 의미 있어 보이고 더 좋아 보였습니다. 할머님들도 다리가 아프셨는지 고택 마루의 그늘에서 편하게 쉬고 계셨습니다. 할머니랑 두 손을 꼭 잡고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특히나 궁궐에서만 할 수 있었던 오색 벽돌로 만들었다는 벽면이 있어서 아주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500살이 된 밤나무나 150살 먹은 배나무도 좋았고..
더욱 좋았던 것은 마을 아주머니가 만들었다는 동동주와 메밀 부치기가 참 좋았습니다. 할머님들께서 너무나 맛나게 드셨습니다.
고택이 있는 곳은 주천면이라는 곳인데..그곳은 주천(酒泉)으로 전설에 의하면 맛있는 술이 나오는 샘이 있었던 곳이라고 해서 주천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했습니다.
여러 일정으로 피곤하셨을 할머님들도 고택의 마루에서 동동주와 전을 드시면서 조용하게 쉴 수 있으셔서 더욱 좋았습니다.
고택을 본 후에 주천의 판운리라는 곳에 있는 섶다리를 보러 갔습니다. 섶다리는 나무와 흙이나 모래로 만든 다리인데 강 건너의 두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였습니다.
강가의 풍경도 예쁘고 다리도 특이해서 간 모든 사람들이 다들 좋아했던 곳이었습니다.
할머니랑 그 다리를 건넜는데 다리가 너무 흔들거려서 무서워 안 건너고 싶었는데 할머니가 괜찮다고 저를 붙잡고 다리를 건너 주셨습니다. 할머니를 도와드린다고 하다가 제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할머니의 따듯한 손이 돌아가신 저의 할머니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할머니들과 함께 한 시간 참 의미 있었습니다.
섶다리 일정을 마지막으로 모두 서울로 향했습니다.
할머님들과 함께한 단종제..우연하게 맺은 인연을 어떻게 소중하게 이어 갈수 있을까? 생각해 봤었습니다. 매주 수요일이면 수요 집회를 하시는 날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근무 시간이라는 핑계로 한 번도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단종제를 다녀 온 후 오늘 나눔의 집 홈페이지를 들어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해 보기도 했는데 그냥 마음 한 켠에 할머니들에 대한 죄송함을 가지고 지내왔습니다. 일주일 전 쯤, 근로정신대 할머님들과 함께하는 카페에 가입을 하면서 나눔의 집에도 가입을 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나눔의 집에 봉사하러 할머님들 뵈러 가자고 약속을 했지만 아직 날짜는 잡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900회째 수요 집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눈 내리는 추운 오늘 같은 날도 할머님들의 수요 집회는 계속 되겠지요?
수요 집회에 함께하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할머님들과 함께한 단종제의 추억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제 손을 꼭 부여잡은 할머니께서 어린 시절 이야기도 해 주시고 위안부로 끌려가실 때의 이야기도 덤덤하게 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니.. 550년 동안 국장을 치루지 못하고 왕이었지만 삼촌 세조에게 쫒겨나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서 외롭게 유배 생활을 하다 외롭게 목숨을 잃은 단종과 빼앗긴 국가에서 억울하게 위안부로 끌려가 청춘과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할머님들의 억울함이 왠지 조금은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지막 바램은 우리 할머니들은 어린 단종은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국장을 지낸지 5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할머님들에게는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습니다. 한분이라도 더 할머니들이 살아 계실 때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할머님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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