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희망이야기

빛나는 거북이 봉사활동

세미가 2010. 4. 13. 18:09

 

단종의 얼이 살아 있고 아름다운 동강이 흐르는 영월에서 모임이 있었다.
영월역에 도착했다. 영월역에는 예전 탄광을 상징하는 꼬마 모형 탄 열차와 방랑시인 김삿갓의 동상이 있었다. 영월에는 김삿갓 시인의 묘가 있는 곳의 면 이름을 김삿갓 면이라고 바꾸기도 했다. 영월역은 기와로 되어 있어 운치 있어 보여 좋다.

 

 

 

늦은 토요일 영월 삼옥에서 모임을 하고 일요일은 봉사활동이 있었다.

영월에서는 둘째주 일요일은 봉사활동, 넷째주 일요일은 만경사 탑 쌓기 봉사가 있다.

 

영월의 ‘빛나는 거북이’는 매월 둘째 주 일요일 미용 봉사활동을 한다.

작년에 봉사활동을 한번 함께 하고 그 이후로 쭉 가지 못했는데 다행히 모임에 내려가는 길에 봉사에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점심 식사 후 모인 7명, 빛나는 거북이이 회장님이신 우리님과 부회장님이신 강원도님, 맑음님, 글로리아님, 삼총사님, 행복님 까지..

이번 봉사 갈 장소는 한반도 모형으로 유명한 한반도 면이었다. 괴골 마을에 들어가서 이장님 댁을 찾아 갔다. 이장님 안내를 따라서 사정리 마을 회관에 들어섰다.

미리 와 계시는 할아버지 몇 분이 계셨다. 그리고 옥수수 심다가 오신 할머니들이 몇 분 오셨다.

 

 

봉사할 내용은 미용사이신 강원도님과 우리님은 컷트를 하시고 삼총사님과 맑음님은 염색 담당이셨다. 글로리아님은 머리 감기기 담당인데 이 경로당은 뜨거운 물이 안 나와서 머리를 댁에 가셔서 감으시기로 하고 경로당 안과 밖의 청소를 하시기로 했다.

 

나와 행복님은 염색하는 것을 도왔다. 염색약이 옷에 묻지 않게 수건으로 목을 감싸고 염색용 검정 망토를 입혀 드리고 얼굴과 귓가에 염색약이 묻어도 잘 지워질 수 있게 크림을 얼굴과 목을 따라 쭉 발라 드렸다.

 

 

그리고 염색약이 떨어지지 않게 중간 중간에 강원도님과 우리님의 말씀에 따라 약 혼합하기를 했다.

 

처음엔 장갑을 안 끼고 하다 보니 금방 손톱에 염색약이 묻어서 손이 새까맣게 되어 버렸다. 손톱에 때가 끼인 것처럼..제일 일은 많이 하지 않았는데 아직도 손에는 염색 자국이 남아 있다.

 

머리 컷트와 염색을 동시에 하시는 분도 계셨고 머리 염색만 하시는 분도 계셨다. 너무나 머리가 흰 할머님은 염색 시간도 더 오래 걸리신 것 같았다. 어떤 스타일로 원하세요? 라고 물어봐도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아무렇게나 해 줘도 좋다고 말씀하신다. 마을까지 들어와서 머리를 해주는 빛나는 거북이 회원들이 고마운 것 같았다.

 

 

휠체어 타고 오신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계시면 경로당 안으로 들어오시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님이나 강원도님이 직접 마당에 나가셔서 머리를 잘라주시기도 한다. 머리숱이 아주 없는 할아버지 염색을 할 때는 머리 경계선이 애매해서 어디까지 크림을 발라야할지 몰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마음 좋은 할아버지 하고 싶은대로 그냥 하면 된다고 모자 쓰고 다니니까 상관 없으시다면서 연신 고맙다고 하셨다.

 

머리 염색 하시면서 옥수수 심으시는 이야기도 하시고 농사 짓는 말씀도 하셨고 어떤 할머님은 80세가 되셨는데도 흰머리가 많지 않아서 그냥 컷트만 하셔도 된다고 하셨고 어떤 할머니는 연세가 덜 잡으셨어도 백발이기도 하다고 하시고 아들 집에 다녀오셨다는 말씀 등 이야기 꽃을 피우셨다.

반장님이신 아주머니는 밭에서 옥수수 심다가 오셔서 커피도 타 주시고 음료수도 건내시면서 이것 저것 먹으라고 권하시기도 하고 빛나는 거북이에서 사간 딸기도 깨끗이 씻어 내놓으셨다.

 

 

밭에서 일하시다가 오셔서 옷에 다 흙을 묻히시고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래도 잠시라도 우리가 가서 휴식을 취하실 수 있어 다행이었다. 미용실을 한번 나가려면 몇 시간씩 걸어 나가야 하기도 하고 버스도 자주 안 오는 시골이라서 머리 하는 게 큰 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마지막 이장님까지 모두 염색을 하고 이장님은 경로당에서 그냥 머리를 감기로 하셨다.
 반장 아주머니께서 특별히 신경 쓰셔서 뜨거운 물을 끓여 주셨다. 그 동안 경로당 바닥에 쌓인 머리카락을 쓸어 내고 청소기도 돌리고 걸레로 깨끗하게 닦아 냈다. 마지막 마무리까지 다 하고 끓인 물로 이장님 머리를 글로리아님과 맑음님께서 머리도 감겨 드렸다.

 

그리고 고마운 이장님께서는 우리 단체 앞치마인 빛나는 거북이 앞치마를 입고 함께 단체 사진도 찍어 주셨다.

우리 모두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해 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감사했다.

 

매달 한번씩 미용 봉사를 가는 빛나는 거북이 우리님 강원도님 글로리아님 맑음님 삼총사님 행복님.. 정말 예쁘고 멋진 분이다.

 

봉사가 끝나고 영월의 명물 동치미 국수를 먹으러 갔다.

얼음에 약간 얼린 동치미 국물과 큰 깍두기와 김치와 고추가 어우려져 시원하고 맛있었다. 깍투기와 당근은 씹히는 느낌도 좋았고 너무 국물이 시원해서 추울 정도였다. 한여름에 먹으면 더욱더 맛있는 동치미 국수를 먹고 따뜻한 커피 한 잔씩을 마시고 나왔다.

1박 2일의 영월 일정을 마치고 서울 오는 버스를 탔다.

사실 봉사 활동가서 허드렛 일을 돕고 온 것 뿐이지만 너무나 좋아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뵈니 내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았다.

전날 잠을 못자서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참 보람된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