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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님 영전에 올리는 편지.<이기명 전 노무현후원회장님>

세미가 2010. 5. 23. 21:00


노무현 대통령님 영전에 올리는 편지
살아서 더 죄스러운 몸이지만 열심히 살겠습니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5-23)


대통령님, 접니다.

술 한 잔 올리지 못하고 영전에 편지로 고합니다. 한 자 쓰고 눈물 닦고 두 자 쓰고 눈물 훔칩니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지난 1년, 사람의 목숨이 이처럼 모질구나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나이 먹어 이제 잠도 없고 밤새워 글을 쓰다가 잠시 눈 부치고 새벽에 눈뜨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벽에 걸어 놓은 대통령님이 제게 주신 편지로 만든 액자입니다.

저를 위로해 주시기 위해 보내주신 편지는 제게 고통이자 기쁨입니다. 편지를 읽으며 대통령님을 생각하고 편지를 읽으며 다짐합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제 인생은 절대로 저를 위해서 쓸 인생이 아니라는 다짐 말입니다.

21년 전, 대통령님과의 만남은 제 인생을 사람처럼 사는 인간으로 바꿔 놨습니다. 세상에는 자신보다 더 소중한 것이 많다는 것도 대통령님 만나고 난 다음부터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소중함과 민주와 자유의 대한 흔들림 없는 신념, 없는 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애정… 인생이란 그저 그렇게 적당히 즐기며 살다가 죽으면 그뿐이라는 평범한 작가를 대통령님은 새로운 인간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인간개조였습니다.

노무현이란 사람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행복을 느끼는지는 사람들은 잘 모를 것입니다. 안희정이는 알더군요. 이광재도 압니다. 유시민 백원우 김만수 다 압니다. 정말 대통령님과 함께 있으면 행복했습니다.

이유는 대통령님의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모두 잠든 깊은 밤중, 부엉이 바위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삼켰습니다. 죽으면 다 잊는 줄 알면서도 그저 눈물 흘리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리우면 핸드폰을 엽니다. 그 안에 대통령님의 43세 얼굴이 있습니다. 노무현후원회 처음 만들 때 말씀하시는 모습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핸드폰을 열며 저는 대통령님과 함께 삽니다.


대통령님.

요즘은 의학이 발달하여 대단한 것이 아니라지만 몸에 칼을 댄 이후 건강에 자신이 없습니다. 한 번도 건강은 걱정 안 했는데 이제 걱정이 좀 됩니다. 건강이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만요.

적어도 이놈의 세상이 바로 되는 꼴을 보고 죽어야 하는데 그걸 못 보고 죽으면 제가 눈을 감을 수가 없습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일이 있습니다. 남의 불행이 내 행복이어서가 아니라 나는 꼭 봐야 합니다. 그래야 나쁜 짓들을 못합니다. 말리지 마세요. 말려도 안 듣습니다.

우리 노무현 식구들 죄도 없이 너무 많이 시달렸습니다. 먹고 사는 거야 아무려면 굶겠습니까만 가슴을 난도질당하는 것보다 더 심한 고통과 모략과 중상 음해를 견디는 그들을 보면서 인간을 이렇게 괴롭히는 것은 사람의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잘 견디고 있습니다. 희정이와 광재는 충남과 강원도에서 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잘하고 있습니다. 될 것입니다.

전 거의 매일처럼 서프라이즈에 칼럼 한 편씩 씁니다. 다른 매체에서는 실어 주지도 않습니다. 독한 말을 쏟아내니 실어줄 리가 만무하죠. 집 사람이 그럽니다. 밤새워 글 쓰는 제 방을 살며시 열고는 ‘당신 그러다가 죽어요.’ 그럽니다.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글 안 쓰면 난 죽소.’ 집 사람도 그런 저를 이해합니다.

서프라이즈 신상철(독고탁) 대표가 해군한테 고소를 당했습니다. 신상철은 천안함 사건 민군합동조사단의 민주당 추천 위원입니다. 해양대학 나오고 해군장교로 서해에서 군함도 탔습니다. 조선소에서 큰 배 만드는 감독도 했고, 배라면 전문가입니다. 침몰상황에 대해서 환합니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좌초를 주장했습니다. 이게 해군을 모독했다는 것입니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해군의 명예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서해에서 멀쩡하게 넋 놓고 있다가 귀신도 모르게 침투한 북한 잠수정에 어뢰공격이라는 것을 당해 천안함은 두 동강이 나고 46명의 귀한 목숨을 잃은 해군의 명예는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명예를 주장해도 지켜 줄 명예가 어디 있는지 답답합니다.

격침 원인이라는 것도 한참 몰랐습니다. 수시로 발표하는 게 도무지 미덥지가 않습니다. 발표 때마다 다르니 어떻게 믿습니까. 매직으로 쓴 ‘1번’이 증거가 된다니 안 믿어집니다.

귀신도 모르게 움직이고 그걸 우리 해군은 전혀 모르고 왜 목표가 천안함인지 설명이 안 됩니다. 그 정도면 평택은 못 오나요. 잠수정이 물속으로 오면 알 수가 없답니다. 우리 해군장병들 위험해서 어찌합니까.

박선원도 고소를 당했습니다. 참여정부 때 NSC 비서관으로 있었죠. 미국이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가 고소를 당했습니다. 김태영 국방장관 한테요. 공안부에 배당을 했답니다. 이게 공안사건인가요. 꿈에 현몽해서 한 말씀 하세요. 명예는 그럴 때 찾는 게 아니라구요.

제가 노빠 매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서프라이즈 회장이니까 신경 쓸 것이 많습니다. 사업하는 친구들에게 서프라이즈의 광고 좀 달라고 치사한 부탁을 합니다. 그 친구 난처한 얼굴로 한참 있다가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 이유 압니다. 서럽습니다. 그러나 깡통 차고 구걸을 해서라도 서프라이즈는 지켜 냅니다. 동지들이 지켜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통령님께 제가 서프라이즈 회장 한다니까 말씀하셨죠. “할 말을 하는 매체가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서프라이즈는 할 말을 합니다. 눈엣가시로 생각하지만 겁나지 않습니다.

지난 5월 8일, 성공회 대학 운동장에서 대통령님 추모음악회가 열렸습니다. 다른 데서는 장소를 안 빌려줘요. 세상에 이런 놈들이 다 있습니까. 못 빌려주게 하는 놈들 반드시 벼락 맞습니다.

정연주 조기숙 이재정 여균동 이치범. 장하진. 그리고 민노당의 국회의원인 이정희 의원이 보컬을 꾸몄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제 눈에는 아주 잘 하더군요. 안치환 윤도현 너무 고맙습니다.

‘시민에게 권력을(power to the peaple)’, 시민합창단과 관중 수천 명이 함께 합창을 합니다. 가슴이 뜁니다.

명계남이 무대에서 통곡을 합니다.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합니다. 문성근과 명계남이 대통령님을 회상합니다. 모두들 웁니다. 옆에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도 눈물을 닦습니다. 서울 교육감 후보로 나온 곽노현 교수도 눈물을 흘립니다. 무대도 울고 밴드도 울고 노래도 울고 사람도 웁니다.


대통령님.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그리워합니다. 그러나 그리워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냥 살아만 계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애인이 도망을 가도 노무현 탓이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노무현 탓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대통령님이 살아만 계신다면 좋겠습니다.


대통령님.

안 되는 것은 모두가 노무현 탓이었습니다.
노무현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촛불 배후에 노무현 세력이 있다는 터무니없는 억측과 대통령님의 역량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시기심은 엄청난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대통령님 망신주기 터무니없는 조작, 조둥동의 과장 왜곡 모략 선동, 결국 그들은 대통령님의 마지막을 즐겼습니다.

대통령님이 돌아가신 후 국민들은 울었습니다. 지금 모두들 노무현을 추모합니다. 봉하는 대통령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습니다.

왜 그때 대통령님이 그렇게 힘들고 외로울 때 가만히들 있었나요.
왜 노무현을 좀 보호해 주고 편들어 주지 않았나요.
제가 국민들을 원망하면 그러셨죠.

“국민을 원망하면 안 됩니다.”

그래요. 대통령님은 농부가 밭을 원망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셨습니까. 국민들을 이렇게 울리려고 돌아가셨습니까.

원망스럽습니다.
한이 맺힙니다.
국민들의 우는소리가 들리시죠.

서울광장에 대통령님 추모를 위한 제단을 못 만들게 하더니 23일 하루만 허락을 했습니다. 왜 이렇게 사람 같은 생각을 하는 인간들이 없는지요. 6.2 지방선거로 일어날 대통령님 추모분위기가 엄청 무서운 모양인데 지들이 아무리 발광을 해도 국민의 마음이야 어쩌겠습니까.

천안함 사고를 북풍으로 써먹을 생각이야 굴뚝같겠지만 이미 국민들이 다 알아 버린 것 같습니다. 어쩌나 하고 머리 짜내느라 고생들 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선거와 대통령님 추모와 천안함으로 요란합니다.

서울의 한명숙, 경기도 유시민, 인천에는 송영길, 충남의 안희정, 강원도 이광재, 무소속으로 나온 경남의 김두관, 그리고 서울교육감 후보로 나온 곽노현 교수도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곽노현 교수 잘 아시죠. 인권문제 전문 교수였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국민들 중에는 제가 선거운동 한다고 할지 모르죠.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나요. 6월 2일. 우리 식구들 다 당선되면 제가 발가벗고 춤을 추겠어요. 미쳤다고 그럴까 봐 제 방에서 혼자 춤출 겁니다.

참 이거 어떡하나요. 맹형규가 추도식에 정부대표로 온 데요. 김덕룡이 온 데요. 대통령이 화환을 보낸다고 해요. 김무성이도 온 데요.

속이 보여요. 북풍을 이용하더니 이제는 대통령님 추모제도 이용하네요. 그러나 어쩌나요. 절은 하도록 해야죠. 받으실 건가요.

지금 유시민이 쓴 대통령님의 자서전 ‘운명이다’가 몇 주째 베스트셀러 1위입니다. 그 사람들 오면 책이나 한 권씩 사 줄까 하는데 받기나 할는지 모르겠군요. 그만둘까요.


대통령님.

편지 먼저 올리고 내일 봉하에 갑니다.
부엉이 바위에는 안 올라가요.
무섭습니다. 자신이 없어요. 용서하세요.

내 한 몸 사라지면 우리 식구들 못살게 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시고 부엉이 바위에서 목숨 버리신 대통령님.

저희들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지금 비가 옵니다.
국민들이 흘리는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립니다.

편히 쉬시라는 말씀도 드리지 못하는 못난 놈을 용서하십시오.
그 말씀 드릴 때가 저 죽기 전에 반드시 올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2010년 5월 23일
이 기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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