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집 빨래 봉사..
정선군에 있는 소망의 집은 할머니 십여 분과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시는 노인 요양원과 같은 곳입니다.
소망의 집에 정선국 사회복지협의회의 빨래차와 광재사랑카페 회원분들이 함께 빨래 봉사를 하고 왔습니다.
처음 생각은 빨래는 수거해서 세탁기에 돌리고 세탁기 돌아가는 시간 동안 청소를 하고, 준비해간 음식을 먹으며 할머니들께 재롱을 부리다 오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소망의 집에 가서 빨래감을 받는 순간.. 눈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방마다 20채 정도의 이불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덮는 이불부터 장속에 오랫동안 안 쓴 이불들까지.. 이불들을 꺼내다 보니까..
어떤 할머니는 이불 속에 사과를 감춰두시고 까먹어서 썩은 사과가 나왔고, 어떤 할머니 방에서는 귤들이 다 �고 말라 있는게 이불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또 어떤 할머니는 이불들 사이사이에 보따리를 싸서 이불마다 옷보따리가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할머니들을 뵈니까.. 지금은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가 생각 났습니다. 할머니 생각에 잠겨 있을 틈도 없이..7-80채가 넘는 이 이불 빨래들을 언제 다 할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세탁차의 세탁기는 4대.. 한대당 작은 이불 2대가 들어간다면 작은 이불 8개 또는 큰이불이 들어간다면 5-6채의 이불을 빠는데 한두시간 이상 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80채의 이불을 다 빨려면 12시간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원장님께 큰 고무 통을 내어달라고해서 이불들을 직접 발로 밟아서 빨고, 세탁기는 탈수와 건조용으로만 쓰기로 했습니다.
산처럼 쌓인 빨래들을 언제 다 빨수 있을까? 싶었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불을 빨고, 헹구고, 짜고.. 업무 분담을 해서 각자 열심히 빨래를 하다보니 몇 시간 지난 후에 보니, 지붕과 옥상 곳곳에는 새하얀 이불들이 널려있었습니다.
이불이 너무 많아 지붕위에까지 널어야 했고, 허리도 아프고, 손가락도 팔도아팠지만..마음만은 부자가 된것 같았습니다.
조촐한 음식을 준비해가서 할머니들과 먹었습니다.
인절비에 메밀부치기와 과일들.. 할머니들이 너무나 맛나게 드셨고.. 너무나 고마워했습니다.
사실, 외출 하고 돌아오신 할머니 몇분은 이불이 다 사라졌다고.. 이불 찾으셔야 한다는 할머님들께 혼도 났지만.. 나중에 이불을 다 빨아놓을 걸 아시고는 모두들 고마워하셨습니다. 93세 드셨다는 최노령의 할머님은 우리들의 차가 갈때까지 배웅 인사를 하셨고, 손을 꼭 잡아 주시면서 꼭 손녀 같다고
다음에 꼭 다시 오라고 하셨습니다.
할머니께 봄이 되면 새이불 빨아 드리러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너무나 피곤하고 온 몸이 아파왔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부자가 되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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