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희망이야기

명절이 괴로운 우리시대 며느리를 위한 제안

세미가 2009. 9. 3. 14:04

2001년 오마이뉴스에 쓴 글..

 

명절전날엔 친정집으로 가자.

 

 

명절 전날엔 친정 집으로 가자
명절이 괴로운 '우리시대 며느리'를 위한 제안
01.01.27 17:49 ㅣ최종 업데이트 01.01.27 18:22 김지숙 (kjs7004)

 

 

 

명절은 대부분 여자들에겐 고역이다. 특히 아직 며느리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실감나지 않지만 아직도 가부장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시대의 며느리들은 명절이 정말 싫을 것 같다.

이번 설 연휴 동안 시골 집에 내려갔다. 2남 2녀에 막내인 나는 해마다 엄마를 도와 설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리고 해 왔다. 언니가 시집 간 후 셋이서 하던 일이 둘이서 해야 하니까. 조금 힘들었지만 올해엔 올케 언니가 생겼으니 덜 힘들거라는 생각을 하고 시골 집에 내렸갔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빚나갔다. 이제 한 살 박이 조카가 왜 그리 울어 대는지 올케 언니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었고 애를 봐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쩔수 없는 상황인데도 올케는 너무나 미안해 했다. 일을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도 아닌데.아마도 시댁이라서 미안해 했을 것 같다.

치매가 심해지신 할머니 챙겨 드리라 명절 음식 만드라 정말 정신이 없었다. 저녁 6시 정도에 음식 만들기는 다 끝나고 상을 차리고 식사하고 그 많은 음식 정리와 설거지도 내 몫이었다.

온 가족은 방에서 이야기 하면서 놀고 있는데 혼자서 그 많은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했다. 만약 내가 딸이 아니고 며느리라면 시댁 식구들 다 이야기하고 노는데 혼자서 부엌에서 설거지를 한다면 얼마나 서러울까.

그렇지만 난 우리 집이기 때문에 '내가 안 하면 우리 엄마가 해야 하니까'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설거지와 상 치우기를 했다.

설 연휴 전에 만난 언니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나라도 명절땐 딸들이 친정 집에 가서 엄마랑 음식을 만들고 며느리는 시댁에 만들어 놓은 음식을 시댁 식구들과 함께 먹으면서 논다면 며느리들이 시댁에 가기 싫어하지 않을까?"

정말 그럴 것 같다. 친정에 가서 음식을 만들면 엄마랑 같이 만들다보니 '엄마, 나 허리 아프니까. 조금만 누웠다가 할께요. 아님 음식 장만하기 힘든데 간단하게 만들게요. 아니면, 엄마 애가 울어서 안되겠네요. 미안해요'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정 엄마랑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음식을 만들면 어릴 적 생각나고 아마도 같은 일을 해도 시댁에서 하는 것 보다는 덜 힘들 것 같다.

아무리 시댁이 편하고 시어머니가 편하다고 해도 친정 어머니 보다는 조금 더 불편 할테니까. 그리고 음식 만들다가 조금 서운한 말을 한다고 해도 친정 어머니가 말 하는 것이 훨씬 덜 서운 할테니까.

요즘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며느리들이 시댁에 가서 음식을 만들고 명절 당일엔 친정에 간다. 그런데 이걸 반대로 친정 집에 먼저 가서 어머니와 음식을 만들고 시댁에 와서 친척들을 만나고 명절을 보낸다면 좀더 며느리들의 불만이 적어지지 않을까? 명절에 시댁 가는게 더 즐거워 질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명절엔 항상 여자들만 일을 한다. 하루 종일 음식 만들기부터 설거지까지. 그래서 여자들은 명절이 좋기보다는 힘들고 고생스럽다. 최소한 설거지만이라도 남자들이 해준다면 더 즐거운 명절이 되지 않을까.

이제부터는 명절 음식은 친정에서, 그리고 설거지는 남자들이 하도록하는 것은 어떨까. 좀더 즐거운 명절을 위한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