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희망이야기

아버지에 대한 짧은 생각..

세미가 2009. 10. 27. 14:22

 

아버지의 부재.. 이 시대의 아버지상에서 가끔 이야기 한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바뀌면서 아버지의 자리가 약해졌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사냥을 가르치고 농사를 가르치던 아버지에서 산업화가 되어가면서 그 존재의 가치가 약해져 간다는 이야기를 본적 있다.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서..라는 책을 보면 아버지의 부재..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이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 한다. 이 책에서는

  <아버지의 뒷모습, 출처:blog.naver.com/lk0332>       

 

『20세기 이르러 아버지의 존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데에 그치고 만다.  현재 사회에서 가장 선호되는 아버지의 이미지는 부양자의 이미지이다.
요즘에 그려지는 대다수의 아버지들은 아주 적은 시간만을 자식들과 보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을 하고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자식을 편안하게 살기 위한 부의 축적을 위해서라고 생각을 한다.
오히려 아버지들이 죄책감을 경험하는 것은 경제적은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때, 또는 자신의 능력이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기에 부족할 때라고 생각한다. 』

 

오늘날 아버지들은 자아의 성공보다는, 자신의 경제적인 성공이 자식들에 의해 평가 받는 기초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들을 하기도 한다.

 

아버지.. 오늘 날의 잃어버린 아버지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지금은 곁에 계시지 않은 아버지.. 가

을이여서 그런지 아버지가 생각났다. 나의 아버지도 점점 작아지셨던 것 같다.

 

아버지의 사랑을 어릴적부터 유난히도 많이 받고 자랐지만, 나에게 아버지는 늘 어려운 존재였다. 워낙 유교  의식이 투철하셨던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아버지셨다.

언니 오빠 모두 무릎에 한번도 앉히시지 않고 자녀들을 키우셨던 아버지..


그러나 막내의 특권으로 아빠의 무릎위에서 언제나 티비를 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정직과 성실을 이야기 하셨고 효도와 형제간의 의를 중시하셨다. 아버지는 한 번도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큰 소리를 내서 꾸짖으신적이 없지만 모두 아버지 말씀에 따랐고 아버지를 어려워했던 것 같다.

 

그 만큼 아버지의 위상은 높았고 아버지는 큰 분이셨던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소풍에 오셨던  아빠, 언니와 나>          

 

그렇지만 오빠들이 성인이 되어가고 딸들이 커 가면서 언제부터인가는 아버지의 자리보다 어머니의 자리가 커져갔다.                                          

 

추석 어느 날 문득 아버지가 작아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 옆에는 딸들과 며느리 모두가 붙어 앉아 이야기 꽃을 나누고 음식을 만들고 하지만 아버지는 이웃 아저씨들이나 사위랑 장기를 두시는 시간이 아니면 홀로 신문을 읽으시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던 것 같다. 그 아버지의 어깨가 점점 좁아져 보였다.

 

점점 연세가 들어가시는 아버지를 보면서..아버지의 흰머리가 늘어갈수록 어머니는 점점 커보이고 아버지는 작아 보였다. 비단, 우리 집 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친구들도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아마도 이 시대이 가정의 한 모습이지 아닐까도 싶다.

아마도 아버지가 연세가 들어가는 것과 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 아버지는 작아 지셨던 것 같다.

아버지에 대한 또 한 가지 생각,  ‘김대중 대통령님의 옥중 서신’을 읽으면서 중학생인 셋 째 아들 홍걸에게 김대중 대통령께서 쓰신 편지들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존재와 자리에 대해 생각해봤다..

 

감옥 생활, 망명, 연금 상태..감시등으로 청소년 시기를 보내야 했던 아들 홍걸에게 쓴 편지를 보면서 아버지의 존재..그리고 꼭 함께 있지 않아도 아버지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나, 꼭 읽어야 할 책을 추천하고 <대위의 딸, 토지... 등> 그 책을 읽고 감상문을 편지로 받고 그 감상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들의 세세한 학교 생활과 친구 이름까지 기억하며 이야기하고 챙겨가는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은 그냥 자상하고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늘 아들들에 대해서 미안해 하는 김대중 대통령을 보면서 아버지로서 신경을 못 써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일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김대중 대통령님은 아버지로서도 훌륭한 분이셨다고 생각했다. 늘 자식들에 대해 미안함을 생각하며 눈물 짓는 김대중 대통령님을 보면서 부성애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아버지의 마음...

 

요즘, 현대의 아버지들은 시간이 바빠서, 직장 생활에서 피곤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김대중 대통령님은 감옥에서도 한 달에 딱 한번이 편지를 통해서지만 아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안해 보였던 정치 시절이었고 혼란스러웠을 청소년 시기였지만 그래도 아들 홍걸에게는 아버지의 편지가 큰 힘이 되었을 것 같다.

<김대중대통령 빈소에 헌화하는 3남 홍걸, 출처:연합뉴스>

 

옥중 서신을 읽으면서 그 편지 한통 한통에서 아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한 가정의 가장이며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김대중 김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통해 다시 생각해 봤다.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서..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나의 아버지처럼 점점더 작아져 가는게 아닐까? 경제적 부양을 책임지는 그런 사람으로 변모되어 가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찬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날, 축 늘어진 어깨를 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라 밝고 당당하게 집에 들어서는 아버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다시 아버지의 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좋은 아버지 학교에서 교육 받는 아버지들, 출처: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