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제사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음력 10월 10일은 할머니 제사입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완도 고향에서 지내는 할머니 제사를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나 할머니 제사 시기가 직장이 가장 바쁜 시기 중의 하나여서 어쩔 수 없이 못 간적이 많았는데.. 올해는 2일간의 휴가를 내고 할머니 제사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목요일이 제사라서, 수요일 퇴근하고 KTX를 타고 광주로 향했습니다. 광주 송정리역에 도착하자, 먼저 제사 시장을 봐가지고 마중 나온 언니가 있었습니다.
9시 30분 광주를 떠나 완도로 향했습니다.
제 고향은 완도 신지도입니다. 예전에는 신지도에 연륙교가 없어서 이렇게 늦게 집에 가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고마운 신지 대교 때문에 집에 가는게 가능합니다.
2시간 후 정도인 11시30분 조금 넘은 시간 엄마가 계시는 고향집에 도착했습니다.
엄마는 저희들 먹이신다고 새로 김치를 담그시고 계셨습니다.
서울에서 저녁도 못먹고 와서 배고프다는 말에 엄마는 해삼무침을 급하게 해주셨습니다.
해삼무침에 밥을 먹고, 엄마 김치 담그는 것을 도왔습니다.
새벽 1시가 훌쩍 넘어 엄마와 언니 저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부터 엄마는 일어나셔서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니와 저는 아침 8시가 조금 넘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집안 대청소부터 시작했습니다. 시골 집 청소는 늘 정신이 없습니다.
제주도에서 사는 오빠가 점심때쯤 도착했고, 오빠는 숯불에 생선 굽는 담당을 하고, 언니와 저는 방앗간에 떡을 맡기고 집에 부족한 양념과 엄마 드릴 잡채에 들어갈 고기를 샀습니다.
엄마가 다 내놓은 재료들을 언니가 전 부치기 좋게 준비를 했고, 제가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유난히도 햇살이 좋고 포근한 날씨여서 오빠는 마당 한 켠에서 숯불을 피워 생선들을 굽기 시작하고 저는 평상에 앉아 전을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버섯전, 깻잎 해물전과 굴전, 호박 야채전, 고기전, 홍합, 전복구이도 했습니다.
전을 몇시 간째 하다 보니 허리가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할머니.. 오랜만에 막내 소녀가 와서 할머니 제사 음식을 만들어요..많이 드시고 가세요..’
너무나 막내 손녀딸을 예뻐해 주시던 할머니셨는데..해마다 제사에 오지 못해 늘 죄송했는데..올해는 다행입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처음 맞는 할머니 제사, 엄마 혼자서 너무나 외로울 것 같아 무리해서 왔습니다.
늘 언니 오빠들과 새언니들이 와서 함께 했는데 저만 못 와서 안타까웠는데 올해는 둘째 오빠가 급한 회사 일로 참석을 못해 아쉬웠습니다.
제사 음식 만들면서 오빠가 구워주는 군고구마도 먹고, 엄마가 사온 전복과 생소라도 먹었습니다.
제가 전을 부치는 동안 엄마는 돼지 머리를 삼고 나물과 탕을 만들고 언니는 재료들을 씻고 썰고 준비를 했습니다. 오빠는 새벽에 큰아버지가 가져다준 자연산 돔과 병어 등 생선들을 굽습니다. 너무 많아서 반절만 굽자고 하자, 엄마는 여기저기 다 싸서 보내야 한다며 다 구워야 한다고 합니다.
굴, 바지락, 돼지고기,문어탕과 콩나물, 멍에나물, 고사리나물 등의 나물을 했습니다.
작년부터 엄마랑 약속을 했습니다. 탕과 나물을 3가지 3가지씩만 하기로..추가 될 때마다 벌금을 내기로..그 이후엔 탕과 나물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7탕 5나물 정도 하면 제사상에 다 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떡 방앗간에 맡겨놓았던 떡도 찾아왔습니다. 팥고물과 녹두고물을 넣은 시루떡을 만들었습니다.
해가 저물어 가자 포근했던 날씨가 추워져 갈 무렵, 전 부치기와 음식 만들기는 모두 끝났습니다.
저녁을 먹고 준비한 과일들을 씻고 제사상을 차리기 위해 나무 제기를 닦았습니다.
할머니 차례주로 사온 술도 따라 상에 놓았습니다.
언니는 제사 밥을 하고 엄마는 국을 끓이고 저는 음식을 담고 오빠는 상을 차렸습니다.
큰아빠 큰엄마, 숙모가 제사를 지내려 오셨습니다.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먹고 상을 다 정리하자 12시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12시 정도에 제사를 지냈는데 요즘은 한시간 정도 일찍 지냅니다.
제사 음식은 여러 곳에 나눠드렸습니다.
80년의 삶을 살아가신 우리 할머니..
오래 만에 막내 소녀딸이 만든 제사 음식 드셨을까요??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은데.. 안 오시네요..보고 싶습니다.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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