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비관한 엄마가 아이들과 약을 먹고 자살을 했다. 아이들을 살려달라고 끝까지 애원했다.
생활고를 비관하던 한 아버지가 아이들과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아이들은 살기 위해 끝까지 몸부림쳤다.. 사회 각 분야의 어두운 뉴스들이 흘러나오고 병원에 다녀온 노부부가 병원에 갔다 집으로 들어온다.
의료보험료가 많이 나왔다며 투덜 되는 70대의 아버지와 아버지 몰래 약을 먹는 어머니..
버럭 버럭 소리를 지르는 아버지는 우리 세대의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틀린 말은 하지 않는다. 산소에 다녀온 노 부부, 어머니는 살며시 납골당 소개 책자를 소개한다.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이들이 산소 관리 하기 힘들다며 납골당을 권유하고 아버지는 선산이
있는데 왜 조상들을 납골당으로 모시냐고 역정을 낸다. 어머니 생일인데 아이들이 늦게 온다면서 아이들이 부모님 댁에 올 때 시간을 정해놓고 온다고 노발대발한다. 친구 집 가는 손님도 아닌데.. 어머니는 아이들 역성을 든다.
시집 안 간 막내딸 걱정을 한다. 연극 한다며 변변히 수입도 없는 딸아이를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와 막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테니 걱정을 하지 말라는 할머니..내심 아버지는 막내딸이 온다고 하니 기분이 좋다.
우리 부모님들의 대화를 보는 것처럼 편하고 재미 있었다.
연극을 한다는 막내딸이 들어오고 사내아이처럼 입은 밀리터리 룩도 아버지는 불만이고 희망이 보일 것 같지도 않고 돈도 안 되는 연극을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막내 딸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아빠에게 하트를 날려주는 딸이 귀엽기만 하다. 어머니에게는 김치도 주지 말라고 하면서 막내딸을 위해 월세와 용돈을 제공해 주고 있다. 아들과 큰딸이 늦게 도착했다. 선물을 들고 왔지만 사위는 바쁘다는 핑계로 처갓집에 거의 오지 않고 아들은 기러기 아빠다. 사업이 망한 후 아내와 아이들이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잘 사는 집에 시집간 딸이나 사업 후 망한 아들이나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고 늘 제 살길에 바쁘다. 막내딸과 오빠 동생은 서로 싸움을 하며 어머니 생일 저녁이 유쾌하지 못하다.
또 둘만 남은 어머니와 아버지.. 아버지가 막내딸에게 빌린 카메라를 가지고 할머니와 사진을 찍으러 간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한다. 할머니는 오빠생각을 노래한다.
뜸뿍 뜸뿍 뜸뿍새 논에서 놀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오빠 말타고 서울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결혼을 반대 하던 오빠 이야기가 나온다. 오빠는 수 십년 째 연락이 안 되고 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했던 결혼을 이야기 하고 야 밤에 쌀 두 가마니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짐을 다 지고 살아온 아버지께 어머니는 늘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이야기 한다.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아버지 혼자서 큰 짐을 다 지었지만 아무것도 도와준 게 없어 미안하다고 한다.
노 부부는 과거를 회상한다. 아들이 사업을 한다고 한다. 아버지의 하나 남은 재산인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해 달라고 한다. 그건 절대 안 된다.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월급쟁이가 낫다고 하자, 아들은 자신의 아이들, 즉 아버지가 끔찍이도 예뻐하는 손녀 손자들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아야 하지 않겠느냐? 다른 사람들은 외제차를 타고 다닐 때 자신은 자전거나 중고차라도 타고 달려야지 않겠느냐? 라며 아버지를 원망한다. 소위 말하는 태어나면서부터 금숟가락을 물고 태어났고 버스나 자전거 속도가 아니라 ktx 속도로 질주하는 돈 많은 집 자식들과 비교한다. 아버지처럼 월급만 받아서 어떻게 사느냐? 늘 돈 걱정하며 살기 싫다고 한다. 아버지 마음에 비수를 꽂는다. 그래도 남을 속이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건만.. 세상에 많은 아버지들은 동치미에 나오는 아버지처럼 근면하고 정직하게 살아왔다.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면서... 그런 고생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듯 한 순간이었다. 오열하는 아들과 아버지와 함께 관객들과 함께 울었다.
다음은 큰 딸이 시집 가기 전 날로 거슬러 간다.
부잣집에 시집가는 큰 딸에게 혼수를 넉넉히 해주지 못해 마음이 불편한 아버지..
어렵게 딸에게 편지를 쓴다. 너무나 사랑하는 딸, 많은 것을 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 시어른 잘 모시고 늘 행복해라. 그리고 아버지가 미안하다...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버지..편지를 읽으면서 딸이 눈물을 흘린다. 괜찮다고 더 잘 할거라고 말 하는 딸.. 그렇지만 딸은 시집가서 자주 집에 못 올거란다. 잘 사는 시집에 행사가 많아서 명절에도 보기 힘들거라는 딸 이야기에 아버지는 더 마음이 아프다. 시댁에 잘 하고 남편이랑 잘 살아야 한다고 말을 하고 또 한다. 딸은 그만 하라면서 울고 아버지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그려진다. 조금 더 잘해 보내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제는 남의 집으로 보내야 한다는 마음의 부성애가 그려진다. 아버지 생각이 나서 나도 무대의 배우들처럼 하염없이 눈물이 흘려나온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진을 찍는다. 동치미... 하며 사진을 찍는다.
중간 중간 장면이 바뀔 때 마다 찔레꽃이라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찔레꽃 노래와 노 부부의 안타까운 현실이 가슴에 와닿아 더 관심이 아프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넘어로 흔들리는 꿈
.....
어머니는 점점 더 쇠해지고 아버지는 다리가 조금 더 좋아진다.
어머니는 전동 휠체어도 준비해 두고 경로당 좋은 아주머니도 아버지에게 소개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자신의 빈 자리가 생겼을 때 아버지가 살아갈 날들을 걱정한다. 아버지는 어머니 손금이 팔목까지 왔으니 140살까지 살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사랑.. 사업에 실패 한 후 너무나 풀이 죽어 있는 아들을 부른다. 마지막 남아 있던 14평 아파트 마저 팔아 아들에게 준다. 다시 성공하라고 지난 번에 약속 했던 부모님께 효도하고 누나와 동생 다 책임지겠다던 그 약속을 꼭 지키라고 한다. 마지막 남은 재산까지 다 큰 아들에게 준다. 축쳐진 아들의 모습이 안 쓰러운 아버지.. 힘내라며 아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더 아름답게 피고 어두운 밤 하늘이 어두울수록 별은 더 빛난다.’ 지금의 실패가 더 큰 성공이 올 거라고 이야기 한다. 아들은 그제서야 후회하며 통곡을 한다.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 아버지가 보자기에 싼 작은 단지 하나를 가지고 잘사는 딸네 집에 간다. 딸의 시어머니가 나온다. 아버지를 반기지 않은 눈치다. 부족한 딸이지만 잘 부탁한다며 아버지는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 딸 자랑을 한다. 너무나 착하고 똑똑한 딸이라고 한다. 딸이 외출해서 딸 집에는 들어 가보지도 못하고 그냥 나오는 아버지.. 딸 시댁 집을 향해 큰 절을 하며 나온다. 딸을 잘 부탁한다면서.... 아버지의 마음이다. 부족한 딸을 잘 부탁한다는 마음.. 딸 갖은 죄인이라고 했던 옛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병원 가는 날..
아버지는 택시를 타지 않는다. 꼭 걸어서 병원에 간다. 점점 쇠약해져서 걷기 힘들어 택시를 타자고 해도 아버지는 걸어 가야한다고 한다. 잠시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 준다.
책을 보고 있는데 한 젊은 남자가 와서 어머니께 물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자식을 위해 죽을 수 있냐고? 지금 자신의 10살 짜리 딸이 수술을 하고 있는데 살수 없을 것 같다고 딸을 위해 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 부모님을 위해서는 죽을 수 없을 것 같다고..그게 바로 자식들이라고 자신의 자식을 위해서는 죽을 수 있지만 자신의 부모를 위해서는 죽을 수 없는 게 바로 자식이다...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나누고 먼저 일어나 걷는 아버지..뒤 따라 가던 어머니는 숨이 차서 쓰러진다. 그리고 병원.. 의사의 진단.. 어머니는 뼈가 몇 군데가 부러져 있었다. 넘어져서 다친 게 아니라 그 전부터 온 몸이 부서지고 있었던 것이다. 위에는 녹지 않은 진통제가 1/3이나 차 있었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으면 진통제로 하루 하루를 버텨 온 것이다. 그리고 폐에는 주먹만한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아파도 정밀 검사도 거부하고 매번 진통제만 치료 받았고 아버지께는 비밀로 해 달라고 했다. 결국은 어머니는 산소 호흡기로만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오열하는 아버지.. 이생에서는 어머니와 인연이 끝났으니 다시 전생에서 만나자고 이야기 한다.
쌀 두 포대를 가지고 시작한 결혼 생활에 자식 셋을 키우고 공부 시키며 살아온 노 부부의 마지막 이별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아버지를 아들이 모신다고 한다. 기러기 아빠인 아들이 어떻게 모시냐고 딸이 나중에 분가하면 모신다고 하고 막내는 다 가라며 자신이 모신다고 한다. 자식들은 서로 싸우고 아버지는 다들 어머니가 좋아하던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 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도 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찾으며 날아갑니다.
처음에 막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아들이 부르고 딸이 부르면서 모두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서로가 서로를 껴 않으며 울며 노래를 한다. 무대의 배우들도 눈물을 철철 흘리고 관객들도 모두 눈물을 흘린다.
장례식 내내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아버지는 다 가라고 한다. 혼자 있겠다고..앞으로 밥을 먹지 않겠다고.. 나가는 아들과 큰 딸.. 막내 딸을 부르며 아버지는 내가 업어 줄까? 엄마에게 업어준다고 했는데 업어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중얼거리듯이 이야기 한다. 네 엄마가 보고 싶어..네 엄마가 보고 싶어.. 네 엄마가 보고 싶어..점점 큰 소리로.. 아픈데 병원 한번 못 데려가서 미안하고 택시 한번 못 태워줘서 미안하고 맛있는 거 한번 못 사줘서 미안하고 가을 되면 단풍 피면 업어 준다고 했는데 못 업어 줘서 미안하다며 그 동안 엄마에게 못해 미안함을 처음으로 쏟아낸다. 오열하면서..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눈물을 흘린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심장 마비로 어머니 곁으로 떠난다.
동치미 가족 간의 사랑 이야기.. 우리네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연극이었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우리 세대의 아버지의 모습이다. 버럭 거리며 호통을 치시지만 마음 깊이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께 늘 툴툴거리지만 너무나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는 자신의 몸이 다 죽어가도 아버지 다리를 낫게 하기 위해 병원을 하고 자신들을 무조건 이해하려고 하는 우리들의 어머니다.
자식은 부모를 위해서 죽을 수 없지만 부모님은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주고 포기할 수 있다. 목숨까지도..
우리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동치미를 통해서 다시 만났다.
우리 모두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제 우리가 잘 해야 할 때이다.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나서 더욱 가슴이 아팠고 고향에 계신 엄마 생각에 더욱더 가슴이 아프게 봤던 연극 ‘동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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