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영화 하모니] 여자, 엄마, 그리고..

세미가 2010. 2. 9. 20:07

하모니..여자 그리고 엄마..

하모니... 영화의 첫 장면은 여성 재소자인 정혜(김윤진)가 아이를 낳는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형행법)에 의하면 여성 수용자는 생후 18개월까지는 교정 시설 내에서 양육할 수 있다.

 

 제53조(유아의 양육) ① 여성수용자는 자신이 출산한 유아를 교정시설에서 양육할 것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소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으면, 생후 18개월에 이르기까지 허가하여야 한다.

 

 

1년 뒤 아이의 돌잔치 하는 날이다. 문옥(나문희)은 아이 한복을 만들고 준면(강연실), 화자(정수영)는 돌 선물을 수거한다. 공교도관(이다희)는 플로라이드 카메라로 기념 사진도 찍어 준다. 아이는 돌 잡이를 한다. 무엇을 잡을까? 기대를 하는데..연필이나 돈을 잡으면 좋았을텐데.. 수갑을 잡는다. 갑자기 침묵이 흐른다. 수용 시설에서 자란 아이가 돌잡이를 수갑을 잡다니.. 필연일까?? 우연일까?? 방 과장(장영남)이 들어와 모두 혼나고 기념 사진도 찢어 버린다. 너무나 속상하지만 수용자인 입장에서는 어찌할 수가 없다.

 

그러던 중 상처투성이의 유미가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아이 민우가 유미에게 안기지만 밀쳐버린다. 눈이 뒤집힌 엄마 정혜는 유미의 머리채를 잡는다. 이렇게 한 바탕의 소란이 일어났고 유미와의 첫 만남은 순탄치가 않다. 아픔이 많은 아이 같다.

 

민우는 특이한 버릇이 있다. 엄마 정혜가 노래를 부르면 귀를 막으면서 운다. 너무나 음치여서 그런지 엄마의 자장가 소리만 들리면 운다. 그런데 그런 정혜가 교도소에 공연을 온 합창단의 노래를 듣고서 합창단 결성을 교도소장님께 건의 드린다. 소장님은 6개월 간의 기회를 준다. 그 동안 교도소 분위기가 좋아진다면 민우와 하루 특박을 나갈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합창단 결성은 쉽지가 않다. 다들 엉망이다. 음대교수였던 문옥이 지휘를 받고 공교위가 피아노를 친다. 소프라노가 필요한데.. 답이 없다. 그러던 중 혼자 독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유미를 보게 된다. 유미는 음대에서 음악 전공한 학생 출신이었다. 절대 합창단에 합류하지 않을 것 같던 유미가 결국은 합창단에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합창단이 꾸려지고 노래 연습이 들어간다. 그런데 틈만 나면 싸운다.

 

그래서 모두가 앉아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 하고 죄명과 사연을 이야기 한다. 대부분이 살인자이지만 다들 사연이 있다. 너무 먹고 살기 힘들어 아이들에게 약을 먹인 엄마, 남편이 바람이 나자 불륜녀 집에 불을 지른 아내, 의붓아버지께 평생 성폭행을 당하다가 의붓아버지를 죽인 딸(유미), 사기를 친 매니저에게 겁을 주려다가 목 조르기 한 게 잘못돼 사람을 프로레슬러(준면), 때리는 남편에게서 임신한 아기를 지키기 위해 남편을 밀었는데 유리창에 떨어져 죽은 아내(정혜), 자신의 학교 조교와 바람난 남편과 내연녀를 차로 치어 죽인 아내(문옥), 애들 때문에 사채 빚을 얻었는데 사채업자들이 못살게 굴어서 실랑이 하다가 죽인 엄마(화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사연이 있다.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고 이해를 하게 되면서 합창단 연습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특히나 음치였던 정혜는 음대 출신은 유미에게 특별 교습을 받게 된다. 그 후 칭얼거리는 민우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그런데 민우가 울지 않고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옥 화자 준면 유미까지 모두가 자신의 일인양 행복해 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드디어 합창단 하모니의 공연이 시작한다. 처음엔 경직되어있는 교도소장과 간부들 그리고 재소자들.. 노래 제목은 “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아주 경쾌한 피아노 소리와 모두 너무나 신나게 부르는 노래.. 한 두명씩 흥에 겨워하고 모두가 즐거워한다. 경직되었던 교도소장과 간부들까지 흥겨워한다. 참 즐겁고 흥겨운 노래들인데 왜 이리 눈빛들이 슬퍼 보였는지 모르겠다. 웃어도 웃는게 아닌 것처럼.. 마지막 민우의 커다란 박수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드디어 합창단 공연 끝나고 특박을 갈 수 있게 되었다. 민우와 정혜..그런데 바로 그 날이 민우의 입양되는 날이다. 너무나 가슴 아픈 정혜는 눈에 밟히는 민우를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합창단 공연이 계속 되었다. 신문에도 나오고 크리스마스이브 문화예술회관에서 합창단 경연 대회에 초청을 받게 된다. 가족을 초대 할 수 있다고 한다.

 

문옥은 매일 딸 현주에게 편지를 쓴다. 그렇지만 답장이 한 번도 오지 않는다. 살인자의 딸로 살아가는 현주는 엄마가 원망스럽다.

 

연실은 펜팔 중이다. 중동에서 일하는 멋진 덕팔씨와 그러나 그는 연실이 교도소에 있는지..그리고 레슬링 선수였던 준면의 사진을 본 적도 없다. 이번엔 실제로 그를 보고 싶다.

 

화자는 두 딸이 보고 싶다. 남편과 딸이 온다면 만날 수 있다. 두 딸이 많이 컸겠지 엄마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까?

 

유미는 매번 면회를 오는 엄마를 만나지 않는다.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인지 엄마를 용서할 수 없어서인지..많이 늙어버린 엄마, 작고 초라한 뒷 모습을 몰래 보고 가슴 아파 한다. 하지만 절대 엄마의 면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정혜는 입양 간 민우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민우 또래 아이가 지나가면 민우 같다. 민우 생각만 하면 가슴이 저리고 아프다.

 

공 교도관은 문옥의 딸의 집을 찾아가고 대신 덕팔씨에게 편지를 보내주고 민우가 입양 간 집에도 찾아가 소식을 전해준다.

 

공연하는 날, 설레이는 마음으로 문화예술회관에 가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가 않다. 화장실에서 반지 도난 사건이 있었다며 재소자들의 옷까지 벗기고 인격적으로 부당한 처사를 받는다. 그리고 공연도 취소될 위기에 처한다. 그렇지만 교도소장의 강력한 항의로 감동의 무대가 열리게 된다. 모두가 감동한 멋진 무대가 끝나자 무대 조명이 꺼진다. 그러더니.. 노란 옷을 입은 5-6살 어린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엔 축복을..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나온다. 정혜의 손을 잡는 아이, 손등에 점이 있다. 정혜의 아들 민우처럼.. 눈물과 감동으로 어우러진 무대는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문옥의 딸 현주는 아기를 안고 지휘하는 엄마를 보고 있지만 앞에 서지 못하고 덕팔씨는 준면을 기다리지만 오지 않는다. 준면인지도 모르는 덕팔씨 앞에 화장실을 물어보다가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도망치는 준면.. 아이들과 상봉하는 화자.. 엄마는 딸 앞에 서지 못하고 꽃다발만 주고 떠나는 유미 엄마, 뛰어가서 엄마를 부르며 용서하는 유미..민우가 아니라 훈이로 크고 있는 아들에게..아줌마 사랑해요..라는 인사를 받는 정혜.. 모두가 사랑을 확인한다. 해피엔딩인가??

 

마지막.. 문옥에게 특별 휴가가 주어진다. 딸 현주와 아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고 하루를 지낸다. 그리고 너무나 행복한 문옥에게 마지막 그 날이 온다. 사형 집행일... 너무나 행복한 순간에 다가온 사형 집행일..

고아인 정혜에게 문옥은 엄마와도 같다. 문옥이 떠날 때 정혜는 노래를 부른다. 찔레꽃.. 민우가 울 때 자장가로 불러줬던 바로 그 노래.. 정혜가 문옥을 잡지만 문옥은 웃으면서 떠난다. 그리고 교도소에는 찔레꽃 노래가 곳곳에서 들린다.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날 가만이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는 여자 영화다. 그리고 엄마 영화다. 사랑 영화다 그리고 ... 인권에 대한 영화다.

 

여성 재소자들의 이야기.. 여자이기에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죄를 짓게 된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살인자가 되고 가정의 파괴에 분노해서 살인자가 되고,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살인자가 된다.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아픔과 상처가 바로 살인이라는 죄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엄마 영화다. 교도소 안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그 추억의 시간 시간이 행복했고 그렇지만 아이를 위해 입양을 보내야 하는 엄마의 사랑이 있다. 살인자의 딸로 살아야 하는 딸의 원망이 있다. 그리고 그 딸에게 늘 죄인인 엄마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받고 싶지 못하는 여자가 있다. 예쁘지도 않고 교도소에 있는 자신을 내 보일 수 없는 사랑을 가진 여자..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온 딸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여자, 그런 딸을 지켜봐야 하는 어머니..

 

재소자는 인권이 없다??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하자 하모팀을 의심하다. 의심이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모두 대기실에서 나오게 한다. 그리고 공연에서도 제외시킨다. 몸 수색을 하는 것도 부족해서 옷을 다 벗게 하는 치욕을 준다. 그리고 복도를 지나갈 때도 벽에 붙어서 가야하고 아기가 아파서 병원을 가야 할 때도 함께 가지 못한다. 만약 함께 가더라도 수갑을 차고 가야한다. 수갑을 찬 손으로 아픈 민우의 이마에 물 수건을 놓는 정혜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영화를 극화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사형 집행을 하게 되는 장면.. 모범재소자이고 충분히 이제는 죄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텐데 결국은 사형장으로 가야하는 문옥을 보며 사형제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더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는 슬프지만 아름답다. 모든 다른 사연과 아픔과 사랑을 간직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잘 어울려 살 듯이 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어울려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우리 사회도 이렇게 하모니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하모니... 슬픈 하모니...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