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 않는 그릇
한 사람이 신께 빌었다.
쌀 항아리를 채워 주시고
과일 광주리를 채워 주시고,
고기 상자를 채워주시라고
하도 졸라대는 통에 신은 허락해 주고 말았다.
그런데 쌀 항아리와 과일 광주리와 고기 상자를
주워 담으면 담는 대로 커지게끔 만들었다.
그 사람이 쌀 항아리 앞으로 가면
쌀이 저절로 생겼다.
쌀 항아리에 쌀을 퍼담는 그는 신이 났다.
한참 쌀을 담다 보면 쌀 항아리는 커지는데
고기 상자가 그대로인 게 그는 불만이었다.
이번에는 고기 상자 앞에 섰다.
이내 고기가 저절로 생겼다.
고기를 집어넣는 대로 고기 상자 또한 커졌다.
허나 과일 광주리가 그대로인 게 그는 또 불만이었다.
그는 과일 광주리 앞으로 갔다.
한참 과일을 광주리 속에 담다 보니
쌀 항아리가 작아 보였다.
그는 다시 쌀 항아리한테로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기 상자가 작아 보이지 않은가.
그는 고기 상자한테로 달렸다.
다음에는 또
과일 광주리한테로 달려갔으며.
이렇게 번갈아 쌀 항아리와 고기 상자와
과일 광주리를 채우다 보니
어느덧 죽는 날이 다가왔다.
그는 그제서야 문득 깨달았다.
게걸스러운 거지가 되어 살아온 자기 삶을.
그는 신께 항의하였다.
“어찌 이렇게 거지인 채로 살아오게
하였습니까?
신이 대답하였다.
“그건 내 탓이 아니라 순전히 네 탓이다.
꽉 차지 않아도 만족할 줄 알았으면
그렇게 살지 않았을 것 아니냐.“
출처: 정채봉님의 생각하는 동화 나
눈망울이 사슴처럼 맑은 고 정채봉작가님의 이 글과 그림은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정채봉 작가님의 글은 그 분의 눈빛처럼 따듯하고 맑아서 참 좋다.
지금 당장 배고픔을 해결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배고픔이 해결 되면 편안하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차가 필요하고 차가 생기면 그 차보다 더 좋은 차를 원하고 쉴 수 있는 작은 집 하나만을 바라던 사람이 집이 생기면 더 큰 집으로 더 좋은 집을 원한다.
늘 만족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은 행복할 수가 없다.
무소유에서 법정 스님께서 말씀이 생각났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욕망과 욕심에 사로 잡혀 평생을 거지인채로 살아온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주말에 거상 김만덕이라는 프로를 찍는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제주도 출신의 배우인 고두심씨가 아주 자랑스럽게 김만덕 할머니 이야기를 했다. 배우 이미연이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였다. 이미연은 명성황후 역을 한 후 그 이상의 카리스마를 가진 역이 없었기 때문에 사극을 하지 않았는데 김만덕 역은 카리스마가 있고 희망을 주는 역이라서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 세 고을에서만 6백여 명이나 아사할 정도로 심각한 흉년이 들었다.
이때 거상 만덕 할매는 전 재산을 풀어 5백여 석의 쌀을 사왔는데, 이중 450여 석을 모두 구호식량으로 기부하여 굶주림으로 죽어가던 제주도 민중들을 구원하였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정조는 거상 만덕을 궁궐로 초대하고 벼슬까지 주었다고 한다.
가진 것을 베풀고 2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기억 속에 기억되는 인물이 되었고 희망을 주는 인물이 된 것이다.
과한 욕심에 사로 잡혀 사는게 아닐까 내 자신을 돌아본다.
법정 스님처럼 무소유를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거상 김만덕 할머니처럼 전 재산을 다 베풀 수는 없지만 최소한 욕심에 노예가 되지는 않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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