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마치고 다시 업무로 컴백한지 3일째이지만 설 연휴 동안 고향에서 보낸 시간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10여년 만에 연휴를 길게 보내본 것 같다.
언제나 급하게 서울에서 완도까지 다녀오는데 만 하루씩 걸렸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주 만족스러운 설 연휴였다.
설 연휴가 되면 설 음식 장만으로 하루가 다 지나간다.
설 음식 장만의 반절 이상은 전이랑 산적을 만드는데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된다.
내가 어릴적 할머니가 설 음식을 장만하실 때는 나물과 탕만 10가지 이상씩이 되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준비를 시작하면서는 나물과 탕보다는 전과 산적 위주로 음식을 장만하기 시작했다.
10가지 이상씩의 전과 튀김 산적을 만들려면 하루 종일 힘들지만 새언니들도 불만이 없다.
차례 지내고 나면 친정집에 갈 때 전과 산적을 다 싸가기 때문이다.
나물과 탕은 가져갈 수 없지만 전과 튀김 산적은 다 싸갈 수 있으니까..
문어, 홍합, 소라적, 갑오징어매생이전, 새우튀김, 소고기산적, 버섯전, 해물완자전, 고기완자, 소고기전, 생선전.... 등 부치고 튀기는 데만도 한참 시간이 걸린다.
엄마는 식혜를 만들고 바지락 석화를 까시고 큰오빠는 언제나처럼 생선을 숯불에 굽고 남은 숯불에는 군고구마를 구워주거나 장어구이, 굴구이를 해준다. 작은오빠는 더덕을 까고 큰새언니랑 언니, 나는 전과 튀김을 준비하고 만들고.. 작은새언니는 탕과 나물을 준비해서 만들었다. 해삼탕부터 홍합탕까지.. 엄마가 해온 호박 인절미는 조카들과 함께 썰고 콩고물을 묻히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음식 장만은 저녁 6시가 넘어서 끝났다.
연휴 내내 돌미역에 홍어삼합, 각종 회무침과 회, 갈비찜, 장어구이, 굴떡국, 소고기 구이와 더덕구이... 끼니때 마다 메뉴를 바꿔가면서 밥 먹는 것도 일이었다.
완도에는 5일장이 선다. 설 연휴가 지난 5일날은 엄마랑 언니랑 5일장에 나갔다. 5일장에서 시골집 화분에 심을 나무를 사러 갔는데.. 명절 후라서 그런지 장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장구경은 하지 못하고, 횟집하는 삼촌 집에 들렀다. 삼촌이 하시는 횟집은 완도 수협 근처 회집 거리에 있다.
엄마가 아귀 매생이찜을 드시고 싶다고 해서 완도 수산물센터를 갔는데 전복과 멍게 광어 등 온갖 해산물이 가득했다. 가오리도 있고 말린 생선들도 있었다. 설 연휴라서 그런지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보통 만원 정도 할게 2만원 정도로 올랐다고 생선을 사겠다는 언니를 엄마는 만류했다.
고향에 왔다가는 사람들이 해산물을 사러 많이 온 것 같았다. 해산물을 파는 사람들 가격을 깍으며 흥정하는 사람들 모습이 다양하다.
해산물 센터를 구경하고 오자 삼촌은 2kg이 훨씬 넘는 큰 광어를 회를 떠놓았다. 회가 너무 많아서 너무 너무 배불리 먹었다. 숙모는 회를 상추와 밥이랑 싸먹으면 더 맛있다고 알려주시기로 하고 매운탕까지 배불리 먹었다. 조카 휘민이가 회를 1/3 이상이나 먹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언제나 삼촌 집에서 회를 너무 많이 주셔서 회를 물리도록 먹는 것 같다.
고향 완도는 해산물이 많이 나온다. 전복, 해삼, 미역, 광어, 성게 등 언제나 먹을 것이 풍성하다.
고향집 앞은 논과 밭이 있어 쌀과 배추를 비롯한 모든 야채를 엄마가 직접 길은 것으로 먹을 수 있고 조금 걸어 나가면 바다가 있다.
바다는 남해의 갯내음이 진하게 풍겨오는 갯벌에서 조개를 잡고 전복양식을 하는 가두리 양식장과 광어를 키우는 광어 양식장, 멸치잡이 배와 다시마와 김, 톳 양식으로 번 돈으로 자식들을 공부 시키고 시집 장가를 보냈다.
바다는 삶의 터전이고 보물이다.
바다가 준 선물은 크고도 크다.
학창시절 밤바다를 보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꿈을 키웠던 추억이 있고, 한여름 바다는 놀이터가 되어 주었고 아주 어릴적 꽁꽁 언 겨울 논은 오빠들이 썰매를 끌어주기도 했던 곳이다. 넓고 넓은 바다는 꿈을 키워주었고.. 아량을 가르쳐 주었다.
고향 완도에서의 5일간의 연휴는 대학 졸업 후..가장 길게 있었던 것 같다.
고향은 언제나 포근함을 준다.
아마도 그 이유는 엄마의 따뜻한 정과 사랑이 있어서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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