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과 함께한 30년 동지인 문재인 실장님의 운명이라는 책을 샀지만 며칠째 첫 장도 보지 못했습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잠깐 책을 펴고 서문을 봤습니다.
<기쁠때나 슬플때나 언제나 함께한 동지이자 친구인 문재인 실장님, 노무현 대통령님과 여사님>
그 서문에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을 아주 작은 지천에서 만나, 험하고 먼 물길을 흘러왔다고 표현했습니다. 육신은 이별했지만 정신과 가치로 한 물줄기에서 만나 함께 흘러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바다로 갈수록 물과 물을 만나는 법입니다. 혹은 물과 물이 만나 바다를 이루는 법이라고 합니다.
그 절절한 마음을 담은 시가 바로 도종환 시인의 <멀리 가는 물>이라는 시라고 소개했습니다.
<포천의 한 계곡의 물..이 맑은 물이 때묻은 물을 만나겠지만 본성을 잃지 않고 멀리멀리 가길>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시를 감상하다 보니 대통령께서 좋아하시는 말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말도 이 시에서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멀리 가다 보면 때 묻은 많은 물들을 만나지만 그래도 다시 맑아지는 물을 보며 본성을 잃지 않고 멀리 가는 물을 기억했으면 한다는 시가 마음 깊이 와 닿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서재에 있었던 시로 제게 더 가까이 다가왔던 도종환님의 담쟁이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역시 두분은 운명이고 동지인가 봅니다.
<고향 집앞 이른 봄날의 담쟁이, 물한방울 없이 마른 담을 타고 나아간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절망의 벽이라고 발할 때도 물 한 방울이 없을 때도 앞으로 나아가고 절망을 다 덮을 때 까지 올라가는 담쟁이.. 결코 절망하지 않고 나아가는 담쟁이와 때 묻은 물과 만나도 맑게 심성을 지키며 멀리 가는 물이 닮은 듯 합니다.
<담쟁이와 멀리 가는 물을 닮은 두 분>
닮은 듯한 두 분 노무현 대통령님과 문재인 실장님...
두 분이 바로 멀리 가는 물과 담쟁이 같으신 분입니다.
비오는 날.. 멀리 떠나신 그 분이 그립습니다.
물 한방울 없이 힘들게 나아가야 하는 담쟁이에게 오늘의 이 비가 단비가 되길 바랍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이 비가 본래의 심성을 지키며 멀리 멀리 가는 물이 되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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