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희망이야기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세미가 2011. 9. 23. 16:34

 

 

 

 

어느 덧 가을 안에 한참 들어와 버린 듯 하다.


늦은 밤 퇴근 길은 쌀쌀한 가을 공기가 온 몸을 감싼다.


2004년 이후, 직장 생활을 이곳 여의도에서 시작 한 후,


한번도 여름이 가는 시기와 가을이 오는 시기를 느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여름 휴가가 끝나고 나면, 매일 출근에 매일 야근 모드..


8월 말부터 12월까지는 늘 정신이 없이 흘러간다.


올해도 변함 없이 정신 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일찍 시작되는 정기국회 일정과 초반부터 내가 담당해야 할 기관들이 모여 있어 심적 부담감이 더 큰 것 같다.

 

 

 


매년 추석 연휴는 거의 집에 안가고 포기해야 할 때도 많았다.


몇 번 집에 가지 못하자.. 엄마는 늘 일 때문이지 괜찮다고 말씀하시곤..


추석 당일은 서운해하시며 눈물까지 흘리셨다.


그리고 텅빈 서울에 혼자 남아서 일을 해도 추석 당일은 일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무리를 해서라도 집에 다녀오리라 마음 먹었다.


올해, 추석 연휴를 위해 나에게 쓴 28시간.. 서울에서 고향 완도까지


오가는 시간 14시간, 가족과 함께하고 잠을 잔 시간 14시간..


다행히도 추석 전날 완도까지 버스를 타고 갔는데 도로가 막히지 않아 5시간 30분 만에 완도에 도착했고 집에 가기까지 해서 사무실에서 집에까지 딱 7시간..


엄마가 애타게 기다리는 고향집에 도착 9시.. 저녁을 먹지 않고 기다리는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하고 새언니들과 맥주 한잔, 조카들과 수다, 엄마, 언니까지 차례로 수다를 떨다 보니 새벽 4시.. 잠깐 자고 성묘 다녀오는 데 14시간..


곧장 광주 올라와서 서울 오는 비행기 타고 사무실까지 또 7시간..


서울 올라오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과 구름 사이를 날고 있는 내 자신을 보았다.


하늘도 구름이고 땅도 구름인 것처럼..구름 사이를 나는 비행기..


하늘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지친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 같아 좋았었다.


우연하게도 도로에서 보낸 시간과 집에서 한 시간이 딱 14시간 씩이었다^^


그후.. 월화수목금금금..매일 매일 야근에 야근.. 12시나 1시에 들어가서 다시 사무실 출근 이 생활 한 달째..


어느 덧 여름은 가고.. 밤 공기가 쌀쌀해 자다가 창문을 닫고 자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정신 없이 바쁘고 힘들지만 늘 함께 웃으며 일하는 직원들이 있어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한 달 만에 잠깐의 여유..


 

 

푸른 하늘도 보고..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는 여유를 나에게 선물한다.


내일은 나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


양평 로뎀의 집 친구들이 자연 체험나들이를 한다고 한다.


아이들과 가을 하늘도 실컷 보고 그동안 피곤했던 모든 피로를 다 떠나 보내야 겠다.


나는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어느 덧 가을에 중간에 서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