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엄마를 부탁해..

세미가 2009. 12. 11. 14:32

 

 신경숙님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120만권 이상 팔린 책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그런 이야기이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책이었지만 쉽게 읽지 못하다 어느 날 문득 책을 집어 들었고 한 달 전 그 책을 단숨에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많은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난다.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이 연극으로 나온다는 기사를 보면서 그때 읽었던 느낌이 생각났다.

 

이 책은 시점이 다양하게 느껴진다. 1장 아무도 모른다의 시점은 엄마가 딸인 너에게 이야기 하는 형식이다. 꼭 신경숙 본인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 든다. 2장 미안하다, 형철아는 엄마가 큰 아들 형철에게, 3장 나, 왔네 는 아버지, 남편의 입장을, 4장 또다른 여인은 어머니 아내가 말하는 형식으로, 에필로그 - 장미 묵주는 다시 딸이 엄마에게 고백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각 장별로 화자가 변한다는 느낌이 드는 독특한 구조이다. 그러나 소설을 한 장 한 장 넘겨 질수록 엄마, 아내, 그리고 여자로서의 삶이 퍼즐이 맞춰지듯이 완성되어 간다.

 

시점의 변화가 있어 그런지 처음엔 조금은 어색했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읽어가면서 이 소설에 빠져들었다.

 

그 소설의 첫 문장은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고 시작한다. 엄마를 잃어버렸다. 아이도 아니고, 엄마를 잃어버리다니.. 생일상을 받기 위해 상경한 어머니를 잃어버린 후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1장 아무도 모른다는 딸이 엄마를 엄마가 딸를 보는 시점이다. 대다수의 딸들처럼 바쁘다고 전화를 먼저 끊고 그리고 가끔은 엄마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도 한다. 그게 진심이 아닐지라도.. 처음엔 엄마를 잃어버린데 대한 원망으로 가족 간에 서로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전단지를 붙이고 광고를 내면서 엄마를 찾아 헤매는 자식들과 남편, 시간이 더해갈수록 초초해져 간다.

 

엄마를 잃어버렸다.. 순간 첫 문장은 충격이다. 엄마를 잃어버렸다.. 엄마가 내 곁을 떠났다. 아직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빠의 존재보다도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게 바로 엄마의 존재이다. 언제나 헌신하고 희생하는 엄마, 늘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고 엄마랑 참 잘 지낸다고 생각해 왔지만 나 자신도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인 딸과 같았던 것 아닐까?

 

2장 미안하다 형철아는 큰아들에 대한 우리 엄마들의 대부부의 희망이자 기둥인 큰 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든게 처음인 엄마의 첫정인 큰 아들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난다. 어머니를 잃어버린 뒤에 큰아들이 떠올리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다. 동사무소 숙직실에서 엄마와 처음 보냈던 밤, 큰 아들에 대한 엄마의 기대와 사랑 그렇지만 아들은 그동안 앞만 바라보고 성공가도를 달려오면서 정작 가장 가깝고 소중한 어머니를 등한시했다는 것을 깨닫지만 이미 늦은 후이다.

 

엄마들의 큰아들에 대한 사랑은 애틋하다 못해 끔찍해 보인다. 내가 보는 엄마도 그렇다. 물론 모두 사랑하고 모두 아끼고 모두에게 헌신하지만 아마도 큰아들은 또 다른 뭔가가 있는 듯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알았다. 모든게 첫 번째의    

기쁨을 안겨준 바로 그 사랑이기에.                                                  <연극 엄마를 부탁해>

 

너는 내가 낳은 첫애 아니냐. 니가 나한티 처음 해보게 한 것이 어디 이뿐이간? 너의 모든 게 나한티는 새세상인디. ... 배가 그리 부른 것도 처음이었구 젖도 처음 물려봤구... 눈도 안 뜨고 땀에 젖은 붉은 네 얼굴을 첨 봤을 적에…… 넘들은 첫애 낳구선 다들 놀랍구 기뻤다던디 난 슬펐던 것 같어. 이 갓난애를 내가 낳았다.

 

아마도 큰아들 첫애는 엄마에게 첫사랑 같은 느낌일꺼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3장 나, 왔네.. 아버지는 서울에서 엄마를 찾다가 혹시나 시골 집에 오실지도 모르는 엄마를 기다리기 위해 시골 집으로 돌아 간다. 돈을 번다는 이유로 늘 밖으로 돌았던 남편으로서의 미안함, 그리고 늘 옆에 무디게 함께 오던 아내의 부재를 느끼게 된다.

 

어깨가 축 쳐진 아버지가 상상된다. 아무도 없는 빈 집에 불도 켜지 않은채 웅크리고 누워계신 아버지, 엄마를 잃어버린 죄가 모두 아버지의 죄인양 식사도 안하시고 더 작아진 아버지의 모습이 가슴 아프다.

 

4장 또다른 여인은 엄마의 애틋한 낭만과 사랑이 있었다. 어린 시절의 엄마의 고향, 엄마에게도 이런 낭만과 애틋함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이들 정도로 엄마는 엄마일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힘들때마다 찾아가고 만나 행복했던 그 한때를 알게 되면서 잔잔한 감동과 약간의 충격이 동시에 온다.

 

엄마에게도 애틋한 낭만과 사랑 그리고 비밀스럽게 간직한 사랑이 있었다는게 너무나 예외였다. 나 조차도 엄마가 여자임을 까먹고 있었던 것 같다. 늘 평생을 홀로 살아오신 할머니가 여자로서 참 안되었다..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엄마가 여자임을 망각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엄마도 여자이고 사랑받고 싶은 그냥 사람이라는 것을..

 

에필로그 -장미 묵주에서는 장미 묵주를 갖고 싶어했던 엄마, 그리고 딸의 소설을 읽고 싶어 한자 한자의 한글을 배웠다는 엄마의 이야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내린다. 그때 책을 읽었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다.

 

세상 모든 엄마들의 마음일 것이다. 자식이 쓴 소설을 읽고 싶어 늦은막하게 글을 배우는 엄마의 마음..

 

엄마..어머니..아내..그리고 여자..

 

엄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줬던 책 엄마를 부탁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엄마도 많이 생각했지만 돌아가신 할머니도 많이 생각했다. 치매를 십년정도 앓다가 돌아가신 할머니, 한번은 할머니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고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그 해, 새해 첫날 나를 깨어 친정집에 바래다주라고 하셨던 할머니, 그땐 치매가 심해져서 제가 초등학생으로 기억을 하셨던 것 같다.

초등 학교 옆 동네였던 할머니 친정 마을 막내 할머니를 만났다. 돌아가신지 20년이 되어가는 외조모와 외조부를 찾는 할머니.. 그 후 며칠 후에 할머니가 사라지셨다. 마을을 다 찾아도 없던 할머니..혹시나 했더니 친정마을 막내 동생 집에 걸어서 가신 것이다.

그때 엄마가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고 하셨다.

 

엄마를 잃어버렸다. 할머니를 잃어버렸다. 라는 글의 충격처럼 다가온다.

 

내게 할머니였고 아버지의 엄마였고 며느리였던 할머니..       <영화 집으로 할머니에게 글을 가르키는 손자>

여자였지만 여자로서의 삶이 없었던 할머니..

 

늘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엄마..

장정 몇 명이 하실 일도 거뜬히 해내는 엄마..

그건 바로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연세가 든 지금도 직접 농사지은 고춧가루 참기름, 김치랑

쌀 잡곡까지 다 준비해 자식들에게 보내는 엄마..

 

엄마의 고마움과 엄마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엄마와 조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