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 VS 아버지의 집(최민수)

세미가 2009. 12. 29. 13:13

 

 

뉴스를 보다가 문득 돌린 채널에서 최민수 주연의 ‘아버지의 집’이라는 송년 특집 드라마가 하고 있었다.

 

 

스턴트 맨과 막노동을 하며 살아가던 강만호(최민수 분)는 우연히 영화 촬영 중에 재미교포 피아니스트 이현재(문정희 분)를 만나게 되고 아마도 그 두 사람 사이에 아들 재일(김수현)을 얻게 된다. 엄마 이현재는 아이를 놓고 떠나고 아버지 강만호는 아들을 위해 다리를 다치고 바이올린을 하고 싶어하는 아들을 위해 10년 만에 돌아온 엄마에게 보낸다.

 

그 드라마에서는 두 명이 아버지가 나온다. 강만수의 아버지 백일섭과 강재일의 아버지 최민수(강만수) 이 두 아버지의 부성애가 나온다. 특히나 강만수 역의 최민수의 연기는 너무나 뛰어났다.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도 아랑곳없이 희생하는 절절한 부성애를 선보였다. 드라마 보는 내내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특히 재일 앞에서 쩔쩔매며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는 모습, 바이올린을 사러 갔다가 너무 비싸다는 말에 사지 못하고 돌아와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살림에 돈을 모아 20만원짜리 바이올린을 사고 너무나 행복해 하는 아버지 최민수의 모습은 정말 가슴 절절했었다. 과거의 카리스마 넘치던 최민수의 모습은 완벽하게 사라지고 정말 작고 초라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연기해보였다. 내 기억 카리스마 최민수는 사라졌다. 그리고 아들 역인 김수현은 크리스마스에눈이올까요?의  차강진의 아역으로 속이 깊고 따뜻한 아들 역을 소화했다.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받치는 아버지 강만수와 또 강만수의 아버지 백일섭..

 

천식이 있는 백발의 아버지 백일섭은 아들이 아프다는 생각에 본인 보다는 훨씬 큰 아들 만수를 업고 뛰는 장면이 나온다. 숨이 차고 힘들지만 아들이 죽는 줄 알고 필사적으로 아들을 업고 뛰고 재일의 엄마인 현재(문정희)에게 재일을 데려가면 아들 만수는 살수가 없다며 무릎까지 꿇는다. 그게 아마도 부성애 일 것이다. 아버지 만수는 아들 재일을 지키기 위해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를 절게 되고 재일이 준 수호천사 삐삐(무선호출기)를 줍기 위해 사고가 나고 아들을 못살게 구는 스티브를 잡기 위해 다리를 잡고 안 놔주다가 결국은 또 머리를 다치게 된다.

 

끊임없는 부성애다..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부성애..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와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며칠 전 읽은 장영희 교수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다가 20년 늦은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 그 편지에는 조디포스터 주연의 영화 ‘꼬마 천재 테이트’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랑하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아들을 영재학교로 보내는 조디 포스터와 오로지 아들만이 인생의 전부인 강만수(최민수)분이 아들 재일(김수현)을 바이올린을 배우게 하기 위해 외국으로 보내는 심정이 비슷하리라.

 

이 편지는 장영희 교수가 돌아가신 아버지 장왕록 교수께 보내는 편지이다.

 

이 세상의 딸 아들들이 아버지의 집을 보면서 아버지, 부성애에 대해서 느꼈을 것이다.

 

장영희 교수는 20년 늦은 편지를 통해 아버지께 못다 한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에 쓴 ‘내일 뵈어요’라는 말을 보면서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아버지를 만났을 장영희 교수를 생각해 본다.

 

 

 

20년 늦은 편지..

  ...

돌아가신 아버지가 편지를 받고 “네 편지 잘 받았다”라는 말을 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늦게라도 하는 게 낫다”고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하며 20년 늦게 이 편지를 띄운다는 편지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죽음으로 이별할 때 그 아픔은 표현할 길이 없지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어쩌면 그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고 언젠가 좀 더 좋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입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살림도 어려운 미혼모 조디 포스터가 일곱 살 난 천재 아들의 장래를 위해 양육권을 포기하고 아이를 먼 곳에 있는 영재 학교로 보내게 됩니다. 어쩌면 이제는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르는 아들을 보내며 그녀는 평상시에 하룻밤 친구 집에 놀러가는 아들에게 하듯 “그래, 내일 보자(See you tomorrow)"라고 말합니다. 아들과 헤어지는 아픔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서였겠지요.

그 후 LA에 들렀다 한국에 돌아갈 때마다 우찬이는 내년에 보자는 말 대신에 “이모, 내일 봐”라고 말하곤 합니다. ‘내일’과 같이 짧은 시간 후에 다시 볼 수 있다면 헤어지는 마음이 덜 아쉽겠지요.

 

모습과 말하는 것은 닮은꼴이지만 아버지의 재능, 부지런함 명민함을 제대로 물려받지 못한 저는 아버지가 하신 일, 아버지가 하고 싶으셨던 일까지 모두 닮고 싶어 아버지가 보셨던 것과 똑같은 강, 똑같은 하늘, 똑같은 길을 보며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영국 작가 새뮤얼 버틀러는 ‘잊히지 않은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지요. 떠난 사람의 믿음 속에서, 남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삶과 죽음은 영원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뵐 때까지 아버지의 믿음을 기억하며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그리고 용기 있게 살아 가겠습니다.

 

내일 뵈어요. 아버지.

 

보스턴에서 둘째 딸 영희 드림

 

 

이글을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낸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모든 분들께 드립니다.

 

 

 

아버지의 집을 보면서 아버지에 대한 부성애를 장영희 교수의 20년 늦은 편지를 읽으면서 아버지에 대한 늦은 후회와 사랑을 느껴본다.

 

장영희 교수의 20년 늦은 편지를 읽으면서 인상적인 문장이 있다.

 

‘잊혀지지 않은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

 

장영희 교수님도 장왕록 교수도 그리고 사랑하는 아버지도 할머니도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그 분들은 죽지 않았다.

 

제 마음 속에 살아 계시니까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