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희망이야기

고맙고 미안한 토요일 - 벧엘의 집에 다녀와서..

세미가 2010. 2. 6. 14:50

 

매주 둘째 주 토요일 봉사활동을 가는데 이번 달은 둘째 주가 설 연휴라서 첫째 주에 봉사활동을 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봉사엔 남성회원은 9명이나 가는데 여성 회원은 고등학생인 하나와 저 둘 뿐이었습니다. 예전에도 혼자서 목욕을 다 시켜본 적이 있긴 했지만.. 조금은 걱정이 앞섰습니다.

 

일산 벧엘의 집에 도착해서 마당 옆의 강아지를 보았습니다. 하얀색 강아지인데 짖지도 않고 얌전한 강아지였습니다. 제가 강아지를 보고 있는 동안 남성 회원분들은 사온 사과와 배 귤 등 과일 상자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다음 주가 설이여서 그런지 과일을 많이 사왔습니다.

 

 

벧엘의 집에 들어서자 목사님과 함께 예배를 금방 마친 모양입니다. 성경책을 들고 나오시는 목사님과 벧엘의 집 식구들이 오늘은 참 즐거워보였습니다.

 

남성팀은 남성분들을 모시고 다들 이층으로 올라가 목욕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성팀은 아버지를 따라온 고2인 하나와 저 둘이서 분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보통은 목욕탕에 세 사람이 들어갑니다. 두 사람은 목욕을 시켜주고 머리를 감기고 한 사람은 속옷을 손빨래를 했습니다. 오늘은 저 혼자서 목욕탕을 전담하고 하나가 옷을 갈아 입혀주기로 했습니다.

 

속옷은 세제 풀어 담가 놓고 겉옷은 세탁기에 넣고 혼자서 머리 감기와 목욕을 시켜드리게 되었습니다. 목욕을 할 때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 줍니다. 누구는 설 연휴 때 집에 가고 뭘 먹었고 어디가 아프고 누구는 어디로 갔고..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을 세세하게 말 해 주는 분도 있고 뭐든 느린 순진씨는 앉는 것도 세수하는 것도 한참을 기다려 줘야 하고 지혜씨는 뭐든 집어 던지기 때문에 손이 닿는 데에는 비누나 타월이 안 닿게 해줘야 하고 명옥씨는 조용 조용 말하는 대로 잘 따라서 해줍니다. 재순씨는 예전에 동상 걸린 얼굴 부분이 상처가 났습니다. 겨울이 되면 그 동상 걸렸던 부분이 간지러워서 긁어서 그런지 상처가 생긴다고 합니다. 미현씨는 목욕할 때마다 아프다고 하는데 오늘은 아프다는 말을 조금 밖에 안 했습니다. 늘 안 아프게 해준다며 예쁘다고 이야기 해 주며 목욕을 시켜 줍니다. 다행히도 오늘은 벧엘의 집 식구들이 컨디션이 좋아서인지 도움을 많이 줘서 혼자서 목욕과 머리 감기를 시켜드리는 데도 많이 힘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목욕을 다 시켜드리고 나니 온 몸에 땀이 흥건하게 났습니다.

 

목욕이 끝나자 저는 속옷을 손빨래를 하기 시작하고 겉 옷은 세탁기에 모다 빨래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화장실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닥에 세제를 뿌리고 화장실 곳곳을 닦았고 저는 비눗 칠을 해 속옷 하나 하나를 손 빨래 하였습니다..

속옷을 다 빨고 난 후, 보통은 마당 빨랫줄에 널지만 겨울이라서 밖에 널면 빨래가 다 얼어 버립니다. 겨울 동안에는 이층 건조대에 널어야 해서 탈수기에 다시 짜야합니다. 많은 걸레들을 세제에 풀어 주물러 놓았습니다. 빨래가 끝나면 걸레는 다시 빨아야 합니다. 목욕탕 청소가 끝나자 하나에게 바닥의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 달라고 했습니다. 가끔 실내화를 안 신고 화장실 오는 벧엘의 집 식구들을 위해 늘 화장실 바닥의 물기를 닦아야 합니다. 그 동안 저는 화장실 욕조의 물때를 벗기기 위해 욕조에 물을 빼고 청소를 했습니다. 오랜 물때를 세제로 닦아 내고 청소를 했습니다.

 

욕조 청소까지 다 끝나고 난 후 방에 가서 양말을 신고 있는데 미현씨와 순진씨와 명옥씨가 놀고 있습니다. 미현씨가 가까이 오더니 다리가 아프냐고 하더니 다리를 때리는 것 같았습니다. 가만히 보니 열심히 다리를 주물러 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괜찮다고 해도 다리를 주물러 두고 안아 주기도 하고 뽀뽀도 해 주었습니다. 하나와 저는 미현씨의 따뜻한 포옹을 받았습니다. 늘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마다 참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해 준 작은 봉사보다 이렇게 다리도 주물러 주고 안아 주기도 하고 뽀뽀도 해주는 이 배려가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준 것보다 받은게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다른 방에 가니, 선생님과 재순씨 영자씨 윤정씨가 부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업은 종이 가방 만들기와 체육복 조르개로 사용하는 흔히 말하는 시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것입니다. 그건 하나 떼는데 1원이라고 합니다.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르개를 하나씩 떼어내었습니다. 예쁘게 파마머리를 한 민영씨가 옆에 와서 등도 두드리고 어린 남자 아이 준영이도 옆에서 팔을 잡아 당깁니다. 함께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일 하다가도 재순씨는 몇 번씩 고맙다고 이야기 합니다.

 

어느 덧 봉사활동이 다 끝날 시간입니다.

남성팀 목욕 봉사가 다 끝났는지 남성분들이 다시 일층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남성팀도 목욕을 하고 욕실 청소까지 다 마쳤나 봅니다.

 

이번 봉사활동은 여성팀이 너무나 참여가 저조해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평소에 했던 목욕과 화장실 및 욕조 청소와 빨래까지 다 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모두 마당에 나와서 벧엘의 집 교회 옆에 있는 큰 소나무 아래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목사님과 사무장님의 고맙다는 인사와 배웅을 받으며 벧엘의 집을 떠났습니다.

 

오늘 길에 맛있는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곶감까지 먹었습니다.

 

2월의 첫 번째 토요일 고맙다는 말을 참 많이 들어 미안한 날입니다.

제가 더욱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