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희망이야기

구정 차례 지내기

세미가 2010. 2. 18. 12:58

 

구정 연휴 고향 완도에 내려갔다.

나의 고향 완도는 설 전날 밤에 차례 상을 차린다.

항상 고향에 내려가면 집에 인사를 드리고 큰아버지댁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설 음식을 장만한다.

우리 고향은 새해 첫날 아침에 차례 상을 차리는 대부분의 풍습과는 조금 다르다.

 

금요일 날 밤에 큰오빠네와 작은오빠네 언니와 나 모두 내려가서 다른 설 때보다는 음식 장만을 미리 할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일찍 식사를 하고 새언니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전과 어산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바닷가라서 해산물 중심으로 요리를 많이 한다. 엄마가 미리 떡국용 가래떡과 약밥을 준비해 두셨고 식혜를 만드시고 계셨다.

 

엄마가 만드신 식혜의 맛은 일품이다. 엿기름을 많이 이용해 만든 식혜를 손님들은 모두 맛이 좋다고 깊은 맛이 나온다고 하신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식혜는 정말 더 맛있었는데.. 큰엄마나 숙모가 가끔 말씀하신다. 할머니가 만든 식혜처럼 맛난 식혜는 없었다고..아마도 할머니의 식혜 만들기를 엄마가 전수하셨나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전감을 다듬고 전을 부치기로 했다.

이번 명절 때는 집으로 먼저 온 언니가 전감과 산적을 재료를 다 정리하고 큰 새언니는 야채를 씻고 작은 새언니는 나물과 탕을 재료 준비, 큰 오빠는 숯불을 피워 생선을 굽고 나는 전을 부치기 위해 계란을 풀고 전 부치기 준비를 했다.

 

엄마가 미리 사놓은 키조개 관자 전을 했다. 깨끗하게 씻은 키조개 관자를 동그랗게 썰고 우리 밀 가루를 부치고 계란을 살짝 붙여 부쳐내기 시작했다. 전 부치기 조는 큰새언니와 내가 함께 했다. 나는 전을 계란에 부쳐 전기 프라이팬에 놓고 큰 새언니는 뒤집고 빼내는 걸 담당했다. 이렇게 시작된 전 부치기는 우럭전..우럭전은 우럭을 깨끗이 씻어 얇게 펴서 전으로 부친다. 그럼 훨씬 쫄깃한 맛이 더해져 맛있다. 굴전은 싱싱한 굴을 부침가루를 부쳐서 계란과 파를 넣고 부쳐내면 된다. 두부해물깨잎전은 바지락과 오징어 두부 버섯 당근등을 양념해서 만두 속처럼 만든 반죽을 깻잎에 싸서 계란에 부치는 것이다. 조카들이 특히 좋아하는 전이다. 해물들을 이용해 동그랑땡처럼 완자전을 부치기도 하고 고기전도 부쳤다.

 

전 부치기가 끝나고 산적을 시작했다. 꼬챙이에 홍합을 꽂아 놓고, 전복은 몇 개는 그냥 구이로 하고 몇 개는 잘라서 꼬챙이에 산적을 했다. 관자와 소라, 문어도 꼬챙이에 꽂아 산적을 했다. 전복과 관자는 참기름에 살짝 부쳐내고 양념을 하고 소라 문어 홍합 산적은 참기름에 부쳐내고 마지막 물엿으로 달콤하게 한번 더 부쳐준다. 그 위에 깨를 뿌려주면 된다.

 

 

더덕은 깨끗하게 씻고 더덕을 저며서 간장과 참기름으로 만든 유장을 말라 참기름에 그냥 살짝 구웠다. 다른 양념은 하지 않고 최대한 더덕 향을 그대로 살릴 수 있게 만들었다.

 

엄마가 직접 집에서 앉힌 시루떡은 다 되었다. 보통은 방앗간에 가서 떡을 해 오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직접 시루를 앉혀서 떡을 하셨다. 언니가 영산포에서 산 온 홍어도 찜기에 올려 찜을 했다. 아빠가 좋아하셨던 홍어를 상에 올리고 싶었던 것 같다.

나물은 작은새언니가 엄마가 만들어준 들깨가루로 물을 내서 고사리와 토란 나물을 만들었다. 콩나물은 아삭하게 삶아 찬물에 헹구고 시원하게 만들었다. 보통은 나물 수가 너무 많은데 3나물 5탕을 넘지 않기로 했다. 할머니께서 살아 계실때는 5나물 7탕 이상을 만드셨던 것 같다. 굴탕, 우럭탕, 소고기버섯탕‘ 문어탕, 해삼탕 까지 5가지 탕을 만들었다.

 

 

 

 

  

우리가 전과 산적을 만드는 동안 오빠는 숯불을 피워 생선 구이를 다 했다. 이번 생선 구이는 석쇠에 생선 껍질이 많이 벗겨져 있었다. 잘 구어진 것으로만 상에 놔야 할 것 같다. 고기 구운 후 숯불에 고구마와 등갈비를 구워주었다. 조카들은 마당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아빠 산소까지 몇 번씩 가서 인사하고 오기도 했다.

 

 

  이렇게 설 명절 준비는 끝이 났다. 설 음식을 다 준비 한 후, 엄마가 좋아하는 잡채와 저녁에 먹을 전어회 초무침과 홍어 삼합과 갈비를 준비해서 저녁 준비까지 다 해 놓고 차례 상을 준비했다. 저녁 차례를 지내고 식구들이 모여 저녁을 먹으며 한해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첫 번째 설을 보낸다.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조카들이 무럭 무럭 자라고 엄마가 건강하게 우리 곁에 계셔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 형제 자매 모두가 모여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 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맛있게 드시고 가셨길 희망한다. 그리고 새해에도 가족 모두 건강하고 더욱더 행복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