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만경사에서 정월 대보름 달맞이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달맞이 행사는 만경대산 1088m 정상에서 탑돌기처럼 돌면서 불경을 외면서 소원을 빈다고 합니다.
아침 영월로 향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조금 일찍 만경사로 향했습니다. 만경사에서 지난해 열심히 쌓았던 탑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눈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었을텐데 아직도 탑들은 건재하게 있었습니다. 돌 하나 하나를 올리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묵묵히 탑을 쌓는 분이 계셨습니다. 탑을 쌓는 것 만큼 큰 수행은 없다고 합니다. 만개의 탑들이 다 쌓아올려지면 참 멋질 것 같습니다.
만경사 앞에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입적한 만봉 스님의 유작들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할 만봉불화박물관 건립이 한참 진행 중이었습니다. 만경사 처마 밑의 풍경이 참 정겨워 보였습니다.
만경사에 들어서자 만경사 지킴이 호법이가 보였고 절 안으로 들어가자 반가운 얼굴 청아스님이 계셨습니다. 청아스님께 인사를 하고 부럼을 깨물었습니다. 호두와 땅콩 밤이 있었습니다. 일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부럼을 깨물었습니다. 스님께서 공양을 하지 않았으면 공양을 하라고 했습니다. 12가지 정도의 나물들과 오곡밥이 맛있어 보였지만 점심을 너무 많이 먹고 와서 그냥 약밥만 몇 개 먹었습니다.
절을 나와서 연못을 둘러봤는데 경칩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개구리들이 벌써 잠에서 깨어서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까만 흙색의 개구리들이 아주 많이 울어대는게 새들이 우는 소리와도 흡사했습니다.
4시 조금 넘자 만경대산으로 향했습니다. 길이 많이 미끄러워서 힘들었습니다. 눈이 녹아서 인지 길이 질퍽거렸습니다. 미끄러워서 나무들을 밟고 잡고 힘들게 힘들게 올라갔습니다. 만경대산 정상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험했습니다. 정상에 오르자 이제 만경사 아래 동네에 사는 아이 모인이가 행사 때 쓸 자료를 나눠주었습니다. 불경과 다라니경 주문들이 적어진 자료였습니다.
그 자료들을 세 번씩 읽으면서 탑돌이 하듯이 돌았습니다. 너무나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습니다. 상에는 오곡을 담아 놓고 초와 향을 피웠습니다.
일우 스님이 불경을 외고 큰 스님은 옆에서 기도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소원을 발원하신다고 소원을 다 적게 했습니다. 올해 바라는 소원을 써서 큰 스님께 드리자 큰 스님께서 모두 발원해 주셨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해는 서서히 하늘 아래로 지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이 많이 낀 하늘에 일몰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일몰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참 행사가 진행되고 추위는 뼈 속에 파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더 멀리 달이 조그맣게 떠오르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흐린 날씨여서 만경대산 정상에 올라온 우리들만 월출을 본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을 보며 또 소원을 빌었고 마지막으로 오곡을 준비해서 뿌렸습니다. 산에 사는 짐승들 먹을 양식이었습니다. 오곡을 뿌려주면서 또 소원을 빌라고 하셨습니다.
어느 7시가 다 되었습니다. 해는 지고 산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미끄럽고 질퍽한 그 길을 어떻게가야할지 걱정이었습니다. 미리 준비해 주신 손전등을 들고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진흙탕 물에 발이 빠지기도 했고 몇 번 미끄러질 뻔도 했습니다.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는게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춥기도 하고 배도 고프고..기진맥진해서 다시 만경사로 내려왔습니다.
만경사에 내려와서 너무 더렵혀진 운동화의 흙을 털어 내고 공양하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너무나 배가 고파서 오곡밥과 맛난 나물을 두 번이나 가져다 먹었습니다. 많이 힘들었지만 참 의미 있는 정월 대보름이었습니다.
한참 공양을 하다 보니 만봉불화박물관 범종 불사 권고문이 있었습니다.
...거룩한 범종 불사는 지극히 만나기 어렵고, 다행이 불사를 만난다 해도 시주 인연 맺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중생이 부처님 가피 받을 수 있고, 해탈의 길에 이를 수 있는 수승한 인연 공덕 중에 범종 불사에 동참인연도 참으로 지중하다고 합니다. ... 낭랑히 울려 퍼지는 범종소리에 사바세계 복과 지혜 늘어나고, 지옥고의 중생들은 고통에서 해방되리!라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범종 불사에 동참하신 분들은 동판에 이름을 새겨 범종류에 현양하여 공덕을 보존한다고 합니다. 에밀레종 주조 1관에 15만원이라고 했습니다.
몇 년 전 여름 휴가 때 만경사에서 며칠간 머물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늘 뭔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범종 불사 권선문을 보고 헌양하기로 했습니다.
범종 소리가 멀리 울려 퍼질 때 그 작은 소리 하나에 저의 작은 보탬이 함께 된다면 참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경사에서 보낸 정월 대보름.. 참으로 의미 있고 기억에 남을 만한 날이 될 듯 합니다.
정월 대보름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빈 많은 분들, 모두 꼭 소원이 이루어지는 그런 한해 되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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