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그린존 : 이라크전의 불편한 진실

세미가 2010. 3. 29. 10:52

영화 그린존을 일요일 이른 시간에 친구와 보러갔다.

사실 그린존이라는 영화가 무슨 영화인줄 모르고 친구가 예매한 대로 본 영화다.

 

전쟁영화를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인지, 초계함 침몰이라는 뉴스가 계속 머리에 맴돌아서 인지 처음 15분은 영화에 집중도 되지 않고 마음이 무거워서 정말 영화관을 나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차츰 영화를 보다 보니 그 영화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린존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영화이다. 폴 그린 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이다.

이라크의 대량 생화학 살상 무기가 있다는 제보로 전쟁을 일으켰고 미군들은 그 대량살상무기를 찾기 위해 이라크로 들어갔다. 그 가운데 밀러 준위가 있다. 그러나 제보는 계속 허위 제보들로 밝혀지고 밀러 준위는 그 제보의 신빙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된다.

 

 

파운드 스톤은 고위 공무원이다. 제보의 신빙성을 믿고 WMD(대량살상무기)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로리 데인을 통해 언론에 계속 흘린다.

또 제보를 받고 WMD 수색 작업에 나간 밀러 준위는 이라크 시민인 프레드을 만나게 된다. 이라크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장소를 알고 있다는 제보를 듣게 되고 밀러 준위는 프레드를 따라 회합 장소에 가게 된다. 그 회합 장소에서는 사담 후세인의 오른팔인 알라위 장군과 주요 인사들이 현 정국의 이라크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분명 미국에서 뭔가 요청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그렇지 않을 경우는 무장 투쟁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밀러 준위 일행이 회합 장소에 덮치지만 알라위 장군을 잡지는 못하고 그 회합 장소인 집 주인과 노트 한권을 손에 넣게 된다. 그런데 브릭스 대령 일행이 회합 장소에서 데려온 사람들을 전부 갑자기 데려가 버린다. 뭔가 의구심이 든 밀러준위는 CIA 국장에게 그 노트를 전하고 로리 데인의 WMD 특종 기사에 문제점을 통해 이라크 전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조금씩 조금씩 접근해 가기 시작한다.

 

 

그린존이라는 지역에 밀러 준위가 CIA 국장을 만나러 가게 된다. 그곳은 전쟁의 참혹함이 베어나는 이라크 시내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물이 없고 먹을게 없고 건물 여기저기가 다 폐허가 된 이라크 시내와는 별개로 리조트에서 수영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평화로운 휴양지의 모습이다. 폐허된 이라크와 그린존의 모습은 또 하나의 전쟁의 이면의 모습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불편한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 파운드 스톤, 그나마 양심을 가진 또 한 가지 면의 미국의 양심의 표상 밀러 준위, 특종을 잡기 위해서라면 진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보도 하는 집요한 언론을 대표하는 로리 데인, 이라크의 부패한 단면을 보여주고 조국보다는 자신의 야욕을 보여주는 알라위 장군, 그리고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고 진정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상처받은 이라크 시민 프레드..


이 영화에서 이 5명 배우들의 캐릭터는 이라크 전쟁을 너무나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야욕을 위해 이라크 조국의 미래와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알라위 장군과 허수아비 이라크 차기 지도자.. 대량살상무기는 처음부터 없었지만 오로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언론을 이용해서 무조건 전쟁을 일으킨 파운드 스톤, 여기에 미 정부도 알고 묵인했다는 암시가 나온다. 중간에 실제 부시 대통령의 뉴스 영상을 보여주고 그 연설에 박수치는 파운드 스톤이 나온다. 전쟁의 명분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분노하고 이라크 재건을 위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이라크 전문가인 CIA 국장과 밀러 준위는 그래도 양심이 살아 있다는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익명의 제보자에 의한 WMD 프로젝트를 특집으로 계속 기사를 쓰고 사실 조차 확인하려 하지 않았던 로리 데인은 언론의 또 하나의 단면을 보여준다. 오로지 판매 부수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었을까??

 

정치적 상황과 언론을 교묘히 이용해 여론을 만들어 가는 하나의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고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들의 파렴치함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가장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인물은 프레드였다. 이란 전에 나가서 한쪽 다리를 잃은 프레드는 개인적으로 바라는 게 있어서 밀러 준위에게 제보를 한게 아니다. 밀러 준위를 도운 이유는 단 하나다. 이라크 국민으로서 이라크의 미래를 위해서 앞으로 살아갈 이라크 아이들을 위해서.. 그래서 결국은 이라크를 전쟁까지 몰아넣은 이라크 지도자를 응징한다.

 

미군에 대한 원망보다도 이라크의 지도자였던 알라위 장군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훨씬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그린 존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이라크 전의 불편한 진실, 말로만 떠돌던 그 이야기들이 영화로 만들어진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마음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밀러 준위의 용기를 보면서 그래도 한 가닥의 희망을 가져본다. 진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와 그리고 마지막 언론사들의 이름을 쭉 보면서 그 언론사들의 양심에 또 한 번의 기대를 해 본다.

그래도 세상은 알라위 장군이나 파운드 스톤 보다는 밀러 대위나 프레드처럼 양심을 가진 올바른 사람들이 더 많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