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 배우 명계남, 여균동 감독, 탁현민 기획의 연극이다. 모노 드라마이다. 모노 드라마 속에 가끔 여균동 감독이 배우가 되고 감독이 되어 등장한다.
배우 명계남은 독재자 아큐와 배우 자신의 모습.. 두 가지를 연기한다.
실제 배우 명계남과 연극 속의 독재자 아큐.. 그 사이에서의 갈등과 고뇌가 수 없이 교차한다.
풍자극이다. 너무나 리얼한 풍자극.. 그렇기에 많은 관객이 없을 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작은 소극장의 자리를 다 채우고도 부족해서 무대와 각 통로까지 사람들은 빽빽하게 찼다.
코믹극도 아니고 로맨스극도 아닌 정치 풍자극 아큐에 대해서 왜 이리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까? 생각보다도 훨씬 젊은 2-30대의 여성 관객들이 많았다는 점도 나의 예상을 깨버렸다.
나에게 아큐라는 연극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한 정치인에 대한 풍자, 이 현실에 비판 보다도 더 다가온 것은 이제 스크린에서 만나기 힘든 배우 명계남과의 만남이었다.
배우 명계남! 그는 노사모와 노무현.. 그 이름과 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노란 손수건과 풍선의 가운데 서 있었고, 그랬기에 늘 이마에는 노무현, 노사모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아야 했다. 참여 정부 5년 내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좋아하던 연극 무대도 스크린에도 등장하기가 쉽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을 욕하던 사람들은 명계남을 욕하고 심지어는 길거리를 지나갈 때 아주 젊은 친구들이 재수없다며 욕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참여정부가 끝나고 MB 정부가 들어서자 더욱더 설 자리가 없어졌다. 결국 3년 전, 강원도 홍천에 내려가셨다. 홍천 작은 시골 마을과도 떨어진 외딴 곳에서 집을 짓고 살았다. 장작을 패고, 글을 쓰고.. 그렇게.. 바람과 자연을 벗삼아서 외롭게 외롭게... 연극 중간에 나오는 화면 속의 집이 바로 그 홍천 집이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일주일 내내 봉하마을을 지키고 진정한 상주 역할을 하셨던 사람이다. 새벽 상주가 별로 없을 때 자리를 지켰고, 뜨거운 태양 아래 줄을 선 참배객들 한명 한명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던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바쳤고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린 그 분의 모습은 늘 가슴 한켠이 아리고 안타까웠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열정이 가장 큰 사람이 바로 배우 명계남.. 아니 인간 명계남이라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아큐.. 어느 독재자의 고백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일수도 있지만 배우 자신으로서는 가장 하기 힘든 역이었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재자를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그 역을 해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없을 듯 한다.
80여분 동안의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웃음을 선사하고 사회에 대한 풍자도 많이 있었다. 변기에서 커피를 마시고 칼로 서명을 하고.. 감옥이 직무실이고.. 독재자의 죄명이 동물 학대죄.. 4대강부터 사회 곳곳의 문제점들을 자연스럽게 꼬집고 풍자한다.
연극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 연극의 내용이 아니라, 다시 힘을 얻고 다시 무대에서 에너지를 받은 배우 명계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배우 명계남.. 이 분이 다시 살아갈 수 있겠다. 이제는 드디어 하고 싶은 연극을 하실 수 있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무대를 떠났던 이 분을 다시 서게 한 역이 바로 독재자 아큐의 역할이라니....
작은 소극장이지만 그 무대를 통해 사람들에게 투표를 이야기하고 정치 참여을 말하는 배우 명계남은 백만 민란 프록젝트를 위해 전국을 다니며 백만 국민을 하나로 모으려는 배우 문성근처럼 차라리 길거리로 나서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고민을 한다.
그렇지만, 각각의 위치에서 이 두 분은 또 다른 열정을 선사하고 있다.
두 분의 열정에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교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두 분을 보면서 절망과 절망.. 그 절망 속에서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어 감사하지만 적극적으로 함께 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삽을 이야기 하고 쥐를 이야기 하는 연극 속에서 나는 명배우의 명연기를 보았고 .또한 명배우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이 연극은 화수목은 각 기획 감독 배우의 날이라고 한다. 화요일은 탁현민 기획 day, 수요일은 여균동 감독 day, 목은 배우 명계남 day 로 어느 날 관객이 가장 많이 올지 경쟁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어제는 여균동감독 데이.. 최고의 관객이 왔다고 한다. 오늘은 명계남 배우 데이 어제의 관객 수를 다시 갱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 오늘 공연의 수익금 전부는 김미화씨 소송에 보탠다고 한다. 권력에 대항해 싸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거기에 작은 보탬이라도 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한다. 이 작은 보탬은 대중들의 연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참고로 이 연극은 후불제 연극이다. 연극을 보고 그 연극의 가치를 생각해 지불하는 것이다. 연극의 가치를 관객이 평가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힘.. 작은 실천을 다시 시작한 명배우..명계남 선생님께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다.
아큐.. 어느 독재자의 고백.. 10월 31일까지 홍대 예술 극장 예(藝)에서 진행되고 부산과 원주 공연을 기획 중이라고 한다.
기존의 연극과는 조금은 다른 연극....사실, 평소에 신문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조금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연극이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의미를 가진 대사들이다. 누군가가 했던 말이고 사회 어디선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모르고 봐도 재미있지만, 그런 의미들을 알고 본다면 재미는 배가 될 듯 한다.
아큐, 어느 독재자의 고백.. 나는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은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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