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모 카페지기였던 을불님이 하는 파주 길따라 카페에 강아지언니랑 바람돌이님, 서동현님이랑 함께 방문했다. 지난 7월에 방문하고 두 번째였다. 손수 간판을 만들고 벽화를 그리고 아기자기하게 곳곳에 정성과 손길이 묻어나는 카페였다.
마을 들어가는 입구에 카페 안내표시판도 생기고 조금 더 찾기 쉽게 되어 있었다.
여름엔 푸른 은행나무와 앞 텃밭에는 배추와 각종 야채들이 가득했는데 겨울이라서 그런지 앙상한 은행나무와 텅 빈 텃밭이 외롭게 보였다.
지난번엔 백구 한 마리 뿐이었는데.. 마당에 강아지 세 마리의 식구가 늘었다. 사냥개였던 육남이랑 얼룩달록 바둑이와 황색 강아지, 세 마리가 더 늘어났다. 이 세 마리의 강아지가 카페에 온 손님도 가장 먼저 반겨주고 카페도 지켜준다.
카페에는 각 벽마다 지도와 관광지 그림이 있다. 여행 카페인 만큼 여행 관련된 책자와 여행 관련된 사진들로 가득하다. 카페를 쭉 따라 다니면서 사진만 봐도 여행지의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카페에는 다양한 자연의 내음을 느낄 수 있는 꽃차와 다양한 차들이 준비되어 있다.
지난번과의 차이는 팔도 막걸리가 있었다. 우리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막걸리와 파전을 주문했다. 팔도 막걸리 중에서 회령포가 있는 충북 예산 용궁 막걸리를 마셨다. 용궁 막걸리는 전통 막걸리 맛이 강한 막걸리였다. 가장 막걸리 다운 막걸리였다.
막걸리와 파전 그리고 골뱅이 무침까지 시켜서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을불님의 추천으로 개도 막거리를 마셨다. 개도 막걸리는 문근영 천정명 주연의 신데렐라 언니에서 나왔던 술도가의 막걸리의 배경이 된 곳이라고 했다. 첫키스처럼 상큼하고 발랄한 느낌의 막걸리라고 소개해 주었다.
설명해 준대로 개도막걸리는 상큼하고 발랄하고 가벼운 느낌이 강한 막걸리였다. 평소에 막걸리에 사이다를 자주 타 마시는 나에게는 용궁 막걸리보다는 훨씬 더 맛있었다. 그냥 여행정보를 보고 여행지의 사진을 보는 것도 좋지만, 팔도의 막걸리 여행을 떠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서울 장수 막걸리에서부터 전남 여수의 개도 막걸리까지.. 막걸리를 테마로 한 막걸리 여행 모임도 의미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가 있는 전국의 막걸리에 대한 을불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시는 것도 재미있었다.
한참 마시고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카페 곳곳을 둘러보았다. 유리창에도 손수 그린 예쁜 그림들, 테이블 위에 놓인 길따라 카페의 사진들과 모든 소품들이 여행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하나 하나를 직접 손으로 그리고 만들고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카페의 개성이 더 강해져 감을 느낀다.
카페 밖에서 겨울의 쌀쌀한 공기를 느끼면서 카페 곳곳을 둘러보았다. 잣나무에서 딴 잣도 말리고 있었고 마당 앞 은행나무에서 추수한 은행을 전자레인지에서 구워서 맛을 보게도 해주었다. 겨울에는 직접 키운 고구마를 군고구마로 구워준다고 했다.
배추부터 고구마, 은행, 잣까지 다 손수 농사를 하고 직접 기른 채소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길따라는 여행 뿐만 아니라 사람사는 내음까지 맡을 수 있어 더욱더 마음이 따뜻한 카페였다.
파주 길따라 카페에 온 김에 파주 여행을 하기로 했다. 파주 길따라에서 추천하는 여행 코스는 4가지이다. 역사코스와 안보코스, 문화코스, 임진강 코스였다.
코스대로 다 가보진 못했고 지난번 길따라에 왔을 때는 헤이리를 들렀다가 왔다. 헤이리가서 산책하고 사진을 찍고 왔던 기억이 있다. 여행카페 길따라에 올때마다 여행지 한곳씩을 둘러보고 오는 것도 재미있다. 한 곳 한 곳 작은 여행을 하면서 여행카페에 가는 즐거움이 있다.
동부내륙역사코스
길따라 -> 파주삼릉 -> 용미리석불입상 -> 보광사 -> 소령원,수길원 -> 마장저수지 -> 벽초지수목원 -> 두루뫼박물관 -> 자운서원
통일로안보코스
길따라 -> 용주서원 -> 덕은리지석묘군 -> 임진각관광지 -> 평화누리 -> 도라전망대
-> 3땅굴
자유로문화코스
길따라 -> 유비파크 -> 심학산둘레길 -> 출판문화단지 -> 오두산통일전망대 ->헤이리아트벨리 -> 아쿠아랜드 -> 반구정
북부임진강코스
길따라 -> 화석정 -> 쇠꼴마을 -> 파산서원 -> 임진강폭포어장 -> 황포돛단배 ->산촌마을
이번엔 프로방스를 갈까 하다가 임진각 평화누리 쪽으로 가기로 했다. 평화누리에 도착하니까 쭉 펼쳐진 산책 코스가 있었다. 쌀쌀한 겨울 바람에 연을 날리는 분들이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오색의 가오리 연도 날리고 어르신들께서 정성들려 만든 방패연을 날리기도 했다. 투연을 하다가 연이 끊어진 한 어르신께 그 연을 직접 만드셨냐고 물어봤는데..직접 손수 다 만들어서 오신거시라고 하셨다. 연을 한번 날려보라고 하셨다. 직접 만든 연을 하늘 높이 날려주시면서 직접 얼레를 들고 연 날리기를 체험해 보라고 하셨다. 너무나 친절하게 연 날리기 체험을 준비해주신 어르신 덕택에 처음으로 연 날리기를 해 보았다. 높이 높이 올라간 연들이 다른 연들과 엉켜서 끊어져 저 멀리 멀리 날아가 버렸다. 아마 저 멀리 북한으로 가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날아가는 연을 보면서 한가지씩 소망을 빌어보자고 했는데 다들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모르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 날리기 체험을 해 본 듯 하다. 연날리기 체험을 시켜주신 어르신께 감사 인사도 잘 하지 못하고 와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 정말 친절하게 체험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했다. 다음에 평화누리 공원에 가게 되면 인사를 드려야겠다.
바람의 언덕에 삼천여개의 바람개비들이 바람을 타고 돌아가고 있었다. 삼천 개의 바람개비들은 바람에 따라 돌고 도는데.. 바람개비가 돌아가듯이 평화의 바람이 돌고 돌았으면 좋겠다.
칠레 이스터섬의 거석상 모아이를 연상하게 하는 최평곤님의 “통일부르기”는 철재나 돌로 만들었나 싶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대나무 조각상이었다. 북녘을 바라보는 이 조각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고향을 눈 앞에 두고도 갈 수 없는 실향민과 가족을 볼 수 없는 이산 가족의 마음일까? 통일을 바라는 염원을 담았을까? 하늘에 철새들은 자유롭게 북으로 남으로 날아가는데.. 그럴 수 없는 안타까운 그리움을 담았는지도 모르겠다.
공원을 둘러 본 후, 차가운 몸을 데우기 위해 “안녕”이라는 카페에 갔다. 연못을 안에 있는 카페는 운치 있고 예뻤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은 시린 손과 차가운 얼굴까지 단숨에 데워주는 듯 했다.
겨울 바람에 차가웠던 몸과 마음을 녹이는 동안.. 어느덧 일몰이 다가왔다. 5시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평화공원이었다.
다음 코스로 자유로 자동차 극장에 갔다. 자동차 공원 극장료는 2만원, 차 한대당 2만원이니까 우리 일행은 4명이 갔으니 싸게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이선균, 최강희 주연의 영화 쩨쩨한 로맨스.. 생각만큼 재밌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동차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12월의 둘째주 일요일.. 파주 여행 카페 길따라.. 평화공원.. 자동차 극장까지.. 짧은 파주 여행 의미가 있었다. 다음 길따라 카페와는 어느 여행 코스를 잡을지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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