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싶은 여행지..

첫눈이 오던 날.. 피카소와 모던 아트를 만나다.

세미가 2010. 11. 29. 18:06


 

일요일 점심.. 덕수궁 앞에서 친구와 만났다. 몇 달 만에 전시회 감상을 하기로 했다. 몇시간 동안 전시회 감상 하기 전에 시청역 12번 출구 앞의 Beans & Berrys에서 따뜻한 차 한잔과 치즈 케익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덕수궁으로 향했다.


덕수궁 미술관 티켓을 끊고 덕수궁으로 들어섰다. 덕수궁은 이제 겨울의 초입에 서 있었다. 수북히 쌓인 은행잎들을 열씸히 쓸어 담고 있는 아저씨들, 그리고 낙엽들이 다 떨어져 버리고 앙상한 가지들이 너무나 추워보이는 쓸쓸한 겨울의 모습이다.


피카소와 모던 아트.. 보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리플렛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모방과 재현에서 벗어나 주관을 중시했던 20세기 미술을 중심으로, 초기 청색시대, 1940-1950년대 작품 등 인간의 의식의 세계를 표현적 왜곡을 통해 나타낸 피카소의 작품, 고독한 영혼의 모습을 표현한 모딜리아니, 유년시절의 경혐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샤갈 등 친숙한 작품들이 전시한다고 했다. 또한 마티스를 비롯한 프랑스의 야수파와 키르히너 등 독일 표현주의 작품을 포함한 알베르티나 미술관 핵심 소장품을 중심으로 미술사적이고 의미 있는 전시를 기획하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미공개된, 독일 표현주의 작가들의 생생한 드로잉 작품들이 최초로 공개되어 이 시대의 예술가들의 뜨거운 열정과 철저한 고독을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되어 졌다.


미술시간에 배웠던 유명한 작가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대체로 그림 자체의 느낌을 감상에 주안점을 두고 보는 편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함으로..


1관은 내면을 향한 열정이라는 제목이었다. 폴시냑의 베니스의 핑크빛 그림과 앙리 마티스의 패럿 튤립의 그림은 캔버스에 유채 작품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붓으로 찍어 그림을 그린 듯한 느낌으로 어릴 적 모자이크를 하던 느낌이었다. 모자이크 같지만 다른 느낌의 그림, 인상적이었다.  클로드 모네의 장미 정원이 있는 집의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장미의 색감과 정원의 느낌이 한참을 감상했던 그림 중의 하나였다.


미술교과서에서 자주 봤던 마르크 샤갈의 모성이라는 그림은 종이/판지에 유채, 판지에 붙임이라고 설명되어져 있었고 모성을 표현하는 어머니의 수유하는 모습이 상식의 틀에서는 벗어나 보였지만, 동화 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2관은 시대의 불안이라는 주제였다. 인상적이었던 작품의 에밀 놀데의 달빛이 흐르는 밤이었다. 어두운 밤바다에 밝은 달빛의 조화는 한참을 그 앞에서 서 있게 했다. 조금은 어둡고 기괴한 느낌이 들지만 왠지 달빛의 따듯함이 오래 남는 그림이었다.

 

 

 

폴 세잔의 대수욕도와 오토 뮐러의 들판의 세 소녀 등 수채화로 그린 그림들이 있었고, 최초로 전시한다는 키르히너의 잉크와 크레옹으로 그린 드로잉 등의 전시는 새로운 느낌이었다.


3관은 수수조형의 추구가 주제였다. 풍경습작이라는 칸딘스키의 그림은 색감이 참 인상적이었다. 옹기종기 집과 산과 하늘 그리고 언덕을 어우르는 색채가 밝고 인상적이었다. 밝은 색채로 활동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그림이었다. 칸딘스키..하면 미술시간에 배웠던 뜨거운 추상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우구스트 마케의 타게른 호수의 요트 놀이도 강한 색감이 기억에 오래 남는 그림이었다. 노란색과 갈색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로베르 들로네의 그림은 종이/ 나무에 구아슈로 그렸는데 추상적인 그림이었지만 색감이 밝고 마음에 들었다. 둥글둥글 도형 모형과 밝은 색감이 인상적이었던 그림이었다.


프란츠 마르크의 호랑이, 고양이, 양치기 소녀 그림은 한 작가의 그림이지만 각기 다른 느낌의 그림이었다. 연필과 물감, 수채, 일본 종이에 목판의 다양한 소재여서 그런지 느낌도 다르게 느껴졌다.


4관은 고뇌와 열정이 주제였다. 처음 들어서자 모딜리아니의 그림이 눈 앞에 바로 보였다.

긴 목과 타원형 여성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눈썰미 없는 내가 기억하는 몇 안되는 그림 중의 하나이다. 그 다음은 피카소에 대한 영상을 한참을 봤다. 피카소 하면 입체파, 교과서에 나왔던 아비뇽의 처녀들이 생각난다. 비디오를 통해 본 피카소의 6·25전쟁을 주제로 한 한국에 관한 그림과 일본에 대한 그림도 볼 수가 있었다. 현대 미술의 거장인 피카소의 그림을 감상한 후,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내 초상을 그리는 사람을 봤는데 볼록 렌즈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듯한 그림이었는데.. 톡특한 느낌이었다. 거꾸로 된 그림에 붓터치가 투박한 느낌이 강했던 그림이었다.

<미술관 앞 기념사진 촬영장소, 모딜리아니 작품>


그리고 4관에서는 알베르토 지코메티의 받침대 위의 네 여자 등 조각등을 감상할 수 있었다.청동을 소재로 했고 여성들의 표현이 아주 길게 표현된 작품이었다. 초상적인 느낌이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1관부터 4관까지 쭉 둘러보는데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어폰을 빌려서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을까 하다가 늘 그냥 그림을 감상한다. 조금 공부를 하고 그림 감상을 해도 좋을 듯 한데, 아무 지식 없이 그냥 그림 자체를 감상하고 기회가 될 때 그림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설명을 들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덕수궁 미술관을 참 좋아한다. 편하게 가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언제든지 마음 먹으면 가서 그림을 감상하고 산책할 수 있는 곳..


덕수궁에 가면 왠지 기분이 좋다.


그림을 감상 한 후, 궁을 산책했다.


화려한 단청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궁을 산책하며 겨울의 쌀쌀한 공기를 맞으면서 겨울을 느꼈다.

 


고종께서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셨다는 정관헌의 단청 사진도 찍었고 정관헌으로 들어서는 작은 문 옆에 봉황이 새겨진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소나무의 푸른 빛 외에는 모두 앙상한 나무만 남은 덕수궁의 겨울 모습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산책하는 많은 사람들과, 사진 찍는 사람들.. 모두 평화로워 보이는 일요일이었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피카소와 모던 아트를 만난 저녁, 첫눈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