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싶은 여행지..

놀멍쉬멍 올레길 걷기(올레4코스 표선 - 남원 올레)

세미가 2011. 5. 9. 18:01

5월 4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친구와 함께 제주도로 향했다.
한 시간만에 제주 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제주올레 패스포트를 샀다.
올레 책자와 패스포트는 서귀포 올레 1코스부터 12코스까지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올레가이드북에 식당과 숙박시설, 올레지기 연락처까지 다양한 정보가 있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 했다.

 

 

 

우리 숙소는 성읍 민속촌 근처에 있는 곳이었다. 올레 4코스와 가까운 곳이여서 4코스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지난번 왔을 때 1-1코스와 3코스를 완주했었고 1코스 2코스는 외가가 있는 성산포 쪽이여서 대부분 가본 코스여서 4코스부터 시작하는 게 좋았다.

4코스는 23km로 가장 긴 코스였다. 그래도 첫날 긴 코스를 가는게 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4코스 시작되는 온평포구에 도착하니 3코스 종착지와 4코스 시작을 알리는 간세가 있었고 안내소가 있었다. 앞 편의점에서 물과 올레꿀밤을 사서 4코스 올레를 시작했다.

 

 


안개낀 하늘과 바닷가의 갯 내음이 가득했다. 한참 미역 시즌인지 미역을 말리는 분들이 많았다. 현무암의 자갈 돌로 올레길이 나 있었다. 바다 올레 길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길을 걸으면서 수 많은 꽃들을 보았다. 이름도 모르는 많은 꽃들을 보고 파도소리를 듣으며 걸었다.
사진을 찍고 바다를 보고 걷다 보니.. 걷는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놀멍쉬멍 걸으라는 올레길을 최대한 느끼면서 걸었다.

이름 모를 꽃들과 꽃을 귀에 꽂은 해녀상이 보인다. 아마 길가던 올레꾼이 꽃을 꽂아 둔 것 같다.
  


아스팔트 길도 있고 바닷길도 있고 돌길과 흙길도 있다.
길을 따라 가다가 간세 모양과 리본 화살표를 잃어버리지 않게 잘 가야한다.
순간 놓치면 가던 길을 되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쉬엄쉬엄 가야 한다. 너무 빨리 걷다 보면 길가에 화살표를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2년 전의 올레보다 많이 정비된 느낌이다.
중간 중간 화장실도 식당도 많이 생겼다.
3코스 걸을때만 해도 거의 이런 편의시설들이 없었는데...
바다로 향하는 길도 있고 중간 중간에 휴식을 취하면 글을 읽을 수 있는 곳도 많다.

 

 
  

바닷길과 숲길과 마을 도로길을 반복해서 걷는다.
바닷가 산길을 따라 쭉 걷는 길도 있고 도로를 쭉 따라 걷는 길도 있다.
바다와 숲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길들도 많다.
갯내음과 푸른 나무 내음 그리고 꽃향기를 수시로 맡을 수 있다.
길마다 향기도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길 끝에 강아지 한마리가 앉아 있었다. 마중 나온 것처럼 멀리서 쳐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자 꼬리를 흔들며 강아지가 다가왔다. 첫 느낌이 위협적이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 강아지의 목표물은 나인듯 했다. 내 옆에 와서 기대어 서기도 하고..재롱을 떨었다.
강아지를 조금 무서워하는 편인데..이 강아지는 무섭지 않았다.
올레꾼들에게 간식을 많이 얻어 먹은 강아지 같았다.
내 가방 속에 소시지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나 보다.
가방에서 소시지를 꺼내서 주자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한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프로다.
그래도 힘든 올레길에서 저 멀리 마중 나와준 강아지가 반갑고 기분 좋았다.

  

걷다가 힘들면 쉴 수 있는 쉼터가 있다.
벤치에 다리를 거칠수 있게 해 놓은 곳도 있고 바다를 한참 동안 감상 할 수 있게 된 곳도 있다.
이름 모를 꽃들도 많다. 자연 속에서 길을 걷는다.

  

 

 

4코스를 걷는 길에 유난히도 강아지들을 많이 봤다. 유난히도 하얀 털을 가진 강아지도 만났고
산길을 걷다가 바닷길을 걷기도 했다. 23km 코스라서 그런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듯 했다.

  

한참 걷다 보니 두번째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간세가 보였다.
얼마나 반갑던지.. 간세 스탬프를 찍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해물뚝배기를 먹었다. 해물뚝배기를 먹는데 회와 삶은 고동이 나왔고
자리젓이 나왔다. 자리젓은 작은 붕어처럼 생긴 자리돔으로 만든 젓이다.
특유의 비릿한 맛과 냄새가 독특하지만 제주도 사람들이 별미로 먹는 음식이다.


  

길을 걷다가 보니 길가에 캔과 담배등  쓰레기가 많았다.
친구와 나는 쓰레기를 줍기로 했다. 검은 봉지에 쓰레기를 주우면서 올레길을 걸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이런 팻말도 있는데 사람들은 양심을 올레길가에 두고오는 듯 하다.
저 멀리 아저씨가 우리를 기다리더니 귤을 한아름 주셨다.
더 주시겠다고 하셨지만 무거워서 더는 힘들겠다고 사양했다.
멀리서 우리가 오는 모습을 보더니 한참을 기다리다가 귤을 주시고 가셨다.
참 인심이 좋은 분이었다.

  

망오름이라는 오름길이었다. 봉수대가 있었던 자리라고 한다.
높은 계단을 올라갈 때는 참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중간 중간에 명언들을 적어 놓았다.
계단 몇개 오르고 명언을 읽고 또 계단을 오르고 명언을 읽고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었다.
봉수대가 있던 자리를 보고 잠시 쉬었다 숲길을 걸었다.
많은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딱따구리를 볼수도 있었다.

 

 

 


  

영천사  노단 새미와 거슨새미를 지났다. 웅덩이처럼 샘의 물이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
이 샘은 위에서 아래로 흐리지 않고 한라산을 향해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중국 황실이 제주에서 장수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장수 호종단을 제주에 급파해 산혈과 물혈을 모두 끊어 버리도록 지시했지만, 거슨 새미와 노단새미만은 화를 면해 지금도 솟고 있다고 한다. 한참 길을 걷다 보니 강아지 한마리가 있었다.
사람이 그리웠는지 꼬리를 흔들며 따라 오고 싶어했지만 그냥 인사만 하고 올수 밖에 없었다.
외로움에 지친 모습의 강아지 모습이 생생하다. 아직도 제주도의 옛집 초가집 모습을 곳곳에서 볼수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는 현무암의 돌담과 지붕을 띠로 고정시켜 놓은 모습 등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해안 도로를 지나고 방파제를 만나기도 했다. 빨갛고 하얀 등대를 만나고 또 돌길을 걷고 또 걸었다.
삼석교를 지나 태흥2리 마을까지 온 것 같다. 삼석교는 비가 오면 우회해서 가야 한다고 한다.

  

태흥1리 올레 쉼터에는 올레 우체통이 있다.
엽서나 편지를 울레 우체통에 넣으면 월요일날 수거해서 보내준다고 한다.
4코스 길을 걸으면서 참 많은 강아지들을 만났다.
많은 강아지들은 목줄이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그리고 이 강아지들은 짖지도 않고 순하다.
아마 짖지 않고 순하니 자유롭게 다닐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바다랑 이어지는 계곡이다. 이 계곡 바로 앞이 태흥2리 바닷가이다.

  


남원 포구 바닷가 편의점이 4코스 최종 종착점이었다.
간세에서 종착점 스탬프를 찍었다.

23km의 가장 긴 올레 코스를 완주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 동네 주민분께 맛있는 식당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청아식당이라는 곳을 알려주셨다.
친절한 아저씨는 표선 가는 버스 타는 곳도 알려주시고 본인이 바래다 주실수도 있다고 하셨다.

만나는 분들 모두가 친절하다.
청아식당은 정말 동네 아저씨들이 많이 오는 식당인 듯 했다.
자리돔 구이와 조개미역국가 제육볶음과 젓갈이 나오는 백반을 먹었다.

아저씨 말씀대로 맛있는 집이었다.

식사 후 달콤한 카페라떼 한잔을 마시고 우리 숙소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교통카드가 없는 우리에게 교통카드도 주셨고
남원에서 함께 버스를 타신 아저씨는 표선에서 우리 숙소까지 가는 길도 자세히 알려주셨다.

제주도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친절하고 좋았다.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은 만남.. 귀여운 강아지들과의 만남.. 예쁜 꽃들과의 만남..아름다운 새소리와의 만남..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의 동행.. 참 의미 있는 하루였다.

저녁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깊은 꿈나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