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도가니, 추악함을 덮는 안개 같은 도시..

세미가 2011. 10. 2. 15:30

영화 도가니 개봉 소식을 듣고서 많은 갈등을 했다.


2009년 나영이 사건이 터지고 온통 뉴스와 신문이 나영이 사건을 다루는 시기.. 차마 나영이 관련 신문기사도 뉴스도 볼 수 없었다.


그냥 헤드라인 기사만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었고 자세한 기사를 보기가 겁이 나기도 했었다.

그 시기.. 읽었던 책이 공지영 작가님의 도가니였다.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소설이었다. 그것도 광주.. 내가 10년간 살아왔던 곳이고..한두번은 그 학교를 지나쳤을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화가 나고 속상했다. 결론마저도 우울함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했다. 그래서..영화를 선뜻 보기에 며칠간 고민을 했다. 너무나 회사 일로 지친 심신으로 도가니 영화를 보고서 너무나 우울한 수렁으로 빠지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없었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영화에 대한 기사와 실제 아이들의 이야기..

결국은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마음을 다잡고 영화관에 갔다. 영화는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캐스팅된 배우들도 연기를 잘 소화해냈고, 구성도 좋았다. 

가해자인 교장선생님 쌍둥이 형제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잠깐 나온 자애 역도 인상적이었고..

주인공 강인호(공유) 선생님, 인권센터 서유진(정뮤미) 간사, 연두, 유리, 민수.. 모두가 딱 제신을 신은 것처럼 연기를 잘 소화해 냈다.

특히나, 어른 아역 배우들이 이러한 극한이 상황의 연기를 소화하는 게 정서상으로 괜찮을지 걱정이 되기까지 했다.


책에서 느꼈던 슬픔과 분노보다 감성을 더 극대화 시켰다.

눈 앞에 보이는 어린 아이들의 상처 받는 모습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어른들의 모습.. 그리고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과 비열한 뒷거래까지..


작고 여린 아기 새처럼 상처 받는 주인공 아이들과 거대한 골리앗과 같은 돈과 권력과 대항해야 하는 강인호 선생님과 서유진 간사..


책보다 강조된 전관예우.. 부패한 사회상.. 어둡고 추악한 모습이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 연두, 유리, 민수의 맑은 눈망울과 밝은 미소를 보면서 어느새 영화 속의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고 분노한다.

영화의 배경 도시인 무진시는 지긋지긋한 안개로 가득 찬 도시이다.


그 지긋지긋한 안개가 많은 것을 덮어버리듯이 추악함을 덮어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분노한다.


영화 도가니는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이 사회에서 다시 되돌리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다시 실제 학교에 재수사를 하고.. 이제야 폐교 수순을 밟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상처 받고.. 지금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실제 주인공 남자아이는 아직도 자신이 예쁜 여자라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린다는 기사를 봤다. 아직도 자존감이 없고 사랑에 굶주린 유리역의 주인공의 이야기도 들었다. 아직도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그림을 보며 가슴이 아프다.

<실제 주인공 아이들이 그린 그림, 출처:동아일보>


몸과 마음이 상처로 얼룩진 아이들.. 연두, 유리, 민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폭력 앞에 욕망 앞에 상처 받지만, 죄를 받아야할 어른들은 더 잘 살아가고 있다.


도가니의 흥행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아동 성폭력과 장애 학교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 또한 반짝 관심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바꾸고 다시는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도록 이제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한다.


아동성폭력범에 대해서는 현재 성인이 된 후, 10년까지인 공소시효 자체를 없애자는 법안과 감형을 하지말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관심 속에 발의된 법안들이 법안 통과까지 되기를 바래본다.


무진시에 지긋지긋한 안개가 걷히고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며 밝게 웃음 짓는 연두, 유리, 민수의 모습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