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줄을 서세요...

세미가 2011. 10. 14. 17:15

점심 시간, 가끔 직원 식당을 이용할 때가 있다.


직원 식당은 방문객들이 많아서 복잡하기도 하지만, 저렴하고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시간 때에 따라 학생들이나 관람객들이 수십명씩 줄을 서 있는 경우도 있다.


식당에서는 직원들은 우선 식사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지만, 직원이라는 이유로 끼어들기를 해서 식사를 하는 것은 마음이 편하지 않아 그냥 줄을 서던지, 줄이 너무 길면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며칠 전에 식사를 하는데, 초등학생 쯤 되는 아이들 수십명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줄을 선 유치원 아이들, 아이들도 줄을 잘 서요^^>

 

 

 한참 아이들이 줄을 서고 있는데, 어떤 의원님과 지역 시도의원과 주민들로 보이는 수십명의 어른들이 오더니 아이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리고 식당 사장님께는 왜 예약을 했는데 줄을 서야 하냐고 호통을 치셨다. 직원들과 외부인들 누구나 식사를 하는 식당인데, 예약을 했더라도 그 시간대에 다른 직원들이나 예약자가 있으면 줄을 서서 먹는 것은 당연한데도 굉장히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직원들과 사장님을 나무랬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줄을 서지 않고 편하게 먹고 싶었으면 그냥 돈을 더 주고 의원 식당을 예약해서 식사를 하면 될 것을.. 그 어른들 뒤로 밀린 아이들을 보기에 참 민망했다.

<평소에는 줄을 잘 서는 어른들, 출처: 아시아 경제>

 

어제도 식당을 이용했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수십명의 아이들 줄 뒤에 서 있었다. 나의 앞 뒤에도 몇 명의 직원들이 묵묵히 줄을 서 있었는데, 밖에서 온 외부인들과 직원으로 보이는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 끼어들기를 해서 식판을 먼저 받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아무 말 없이 양보해 주었지만 한 두 번도 아니고 계속 어른들의 끼어들기 모습을 보면서 참 부끄러웠다.


식당 지배인님께 말씀드렸다. ‘저도 직원이지만, 아이들 줄 서 있는데 끼어들기 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고 아이들 교육상에도 좋지 않으니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지배인님은 직원들이 먼저 먹기를 바라니 어쩔 수 없다고 난감해 하셨다. ‘그러면 직원들 줄과 외부 손님 줄을 따로 세워서 먹게 하더라도 줄을 서 있는 아이들 앞에 어른들이 끼어들기하는 것을 옳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니..알았다고 하셨는데..바뀔지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질서를 지키라는 어른들이 법을 만드는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끼어들기를 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어제 가족 극장에서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영화를 봤다. 참 착한 영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꼭 보고 싶었지만 시기를 놓쳐 보지 못했는데 어제 기회가 되어서 수 많은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주인공 ‘잎삭’이라는 암탉은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착한 닭이었다. 감동도 있고 슬픔도 있지만 그래도 유쾌하고 기분 좋게 본 영화다. 화면도 파스텔톤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모성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착한 영화의 ‘잎삭’처럼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 줄 수 있는 어른들이 많아야지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배울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관람한 영화 ‘의뢰인’은 전개는 아주 긴장감 있고 법정에서 서로 추리하고 두뇌 싸움이 긴장감이 있어 과정은 긴장감 있게 보았지만 결과가 찜찜해서 영화를 보고나서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는데 세상이 참 아름답기만 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오늘처럼 흐렸는데..

 


아이들 앞에서 조금이라도 식사를 먼저 하겠다고 끼어들기하는 몇몇의 어른들을 보면서 영화 ‘의뢰인’을 보고 난 기분이 들었다.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다시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영화의 아름다운 풍경처럼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