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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득이]-쌀쌀한 늦은 가을을 훈훈하게 보내는 법

세미가 2011. 11. 14. 18:02

 


앙상한 나뭇가지에 한두 개 달린 마지막 잎들마저 떠나려고 하는 늦은 가을날 수북이 쌓인 낙엽들을 보면 왠지 외로움이 밀려 올 것 같다.


이럴 때는 마음 훈훈하게 데워줄 이야기가 필요하다.


영화 ‘완득이’처럼.. 제목부터가 참으로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개봉한지 꽤 오래된 영화였음에도 봐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친한 언니가 ‘완득이’를 보고 난 후, 나에게 강력 추천했다. 내가 딱 좋아할 스타일의 영화라는 것이었다.


그 추천으로 보게 된 영화 ‘완득이’는 영화 보는 내내 유쾌했고 영화를 본 후에는 차가운 늦 가을의 공기를 데워줄 만큼 마음은 따뜻해졌다.


착한 영화, 좋은 영화였다.

 


열 여덟 완득(유아인)은 남들보다 키는 작지만 자신에게만은 누구보다 큰 존재인 아버지와 언제부터인가 가족이 되어버린 삼촌과 함께 살고 있다. 완득은 자신이 불행의 요소를 다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가난하고 키 작은 아버지, 공부도 못하고 어머니도 없다. 그래서 약간은 삐딱하고 싸움도 곧잘 한다. 이런 완득이가 교회에 가서 열심히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가진 것도, 꿈도, 희망도 없는 완득이 기도 내용은 딱 한가지이다.

담임 선생님(김윤석)인 ‘똥주’를 하나님께서 데려가는 것이다.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간섭하는 데다 급기야 옆집 옥탑방에 살면서 밤낮없이 자신을 불러대는 ‘똥주’ 선생님... 완득은 교회를 찾아 간절히 기도한다.


 입만 열면 막말, 자율학습은 진정한 자율에 맡기는 독특한 교육관을 가진 동주 선생님은 완득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웃 사촌으로 가끔 햇반도 탈취하기도 하고 존재의 이유를 인식하지 못했던 엄마에 대해 알려주고 만나라고 한다.

 

 인생에 계속 계속 끼어드는 동주 선생님이 완득이는 누구보다도 싫다. 조금한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욕을 해대는 이웃집 아저씨도 너무 얄밉지만은 않은 캐릭터다.


싸우고 학교에서 도망치고.. 꿈도 희망도 없었던 완득이는 키작은 아버지와 늘 아이 같은 삼촌과 살지만 아버지와 삼촌을 위하는 심성이 착한 아이이다. 괴짜 선생님인 동주 선생님과 찾아온 첫사랑, 그리고 어머니를 통해 조금씩 변해간다. 그리고 꿈과 희망을 키워나간다.


괴짜 동주 선생님이 살아가는 방식이 생각보다 멋졌고 멘토로서의 손색이 없었다. 키는 작고 장애는 있지만 심성은 누구보다도 착하고 바른 심성을 가진 아버지와 세상을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훈훈하다.

 


다문화 가족의 아픔도 그려지고.. 마음씨 착한 완득이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마음도 아름답다. 그리고 방황하던 한 아이가 꿈을 키워하는 모습이 예쁘다.


쌀쌀한 가을날.. 참 따뜻한 영화를 본 듯 하다.


지난 토요일 일산 벧엘의 집에 가서 목욕 봉사와 김장독 구멍을 파는 봉사를 했다.

매년 김장독을 심기 위해 구멍을 파는데 올해는 땅이 얼지 않아서 조금 더 땅 파기가 수월했다고 했다. 김장독을 심고 남은 땅에는 배추와 무를 저장한다고 했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켜주고 때 묻은 속옷과 옷을 깨끗하게 손 빨래를 한다. 아무리 더럽게 입고 해진 속옷도 절대 버리지 못하게 한다. 자신의 것에 대한 애착이 아주 강하다. 빨아도 빨아도 묵은 때가 남는 속옷은 락스에 담가서 깨끗하게 헹구고 또 헹군다. 깨끗이 빤 빨래를 빨랫줄에 널 때는 묵은 때가 씻겨져 나간 듯이 기분도 상쾌하게 느껴진다.


시원하게 목욕을 한 후 기분 좋은 벧엘의 집 가족들이 안아주기도 하고 고맙다는 말도 한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늘 고맙다고 말해주는 그 분들이 더 고맙다. 함께 봉사간 심 선생님을 따라서 스트레칭도 곧잘 하는 벧엘의 집 가족들 몸이 유연하다. 이번에는 컨디션이 좋은지 다들 해맑은 미소를 보여준다. 함께 스트레칭을 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날씨는 추워져도 따뜻한 정을 나누는 사람들..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