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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성대에 왕은 괴롭다 - 뿌리깊은나무

세미가 2011. 11. 18. 11:21

 


SBS 뿌리깊은 나무는 이제까지의 세종에 대한 상식을 깨는 사극이다.


언제나 온화하고 현명하기만 했던 세종에서 욕도 잘하고 화도 잘 내지만 늘 백성들을 위해 고뇌하고 고민하고 사대부에 맞서는 그런 왕이다.


백성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인 태종에게 처음으로 맞서고, 글을 읽지 못해 전염병에 속수무책 없이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고 분노한다.


세종의 시대는 태평성대라고 하지만..그 속의 세종의 고뇌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깊고 힘들다.


똘복(장혁)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 생각하는 바로 그날 이후 오로지 한 가지 목적..세종(한석규)을 죽이기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 결국 똘복이 세종의 목에 칼을 겨누고 선 자리...아니.. 세종이 똘복의 칼에 목을 내준 자리.. 왕을 지켜야하는 무휼과 글을 몰라 온 가족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살았던 소이(신세경)의 네 사람이 함께 선 자리.. 긴장감이 고조된 장면이다.


감정에 격해진 세종과 똘복의 대사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세종은 "내가 너를 구한 그날 밤 우리는 함께 지옥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똘복은 "지옥이라니요, 전하. 지금은 태평성대가 아닙니까"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세종은 "임금이 태평한 태평성대를 보았느냐. 내 마음이 지옥이기에 그나마 세상이 평온한 것이다"고 말한다.


임금의 마음이 지옥이기에 그나마 세상이 평온한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또 괴로워하는 임금의 모습이 그려진다.


밀본.. 사대부의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정기준의 세력과 백성의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세종의 대결은 흥미롭다.


정말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입장을 헤아리는 임금, 임금이 괴롭기 때문에 백성을 평안하게 할 수 있다는 임금의 마음은 감동을 준다.


지금..우리에게 국민을 위하는 지도자는 얼마나 있을까?


국민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안타까워하는 지도자는 어떤 사람들이 있었을까?


밀본에 의해 젊은 집현전 학사들이 세종과 함게 하는 대의에 의해서 죽어갈 때 괴로워하는 세종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든 게 내 탓이다.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임금의 책임이다"고 자책하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면서 태평성대를 만든 왕의 지옥 같은 마음을 보여준다.


국민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임금의 모습을 보며 우리 곁을 떠나신 대통령 두분이 생각났다.


경제 위기에 나락으로 떨어진 국민을 위해 눈물을 흘렸고 문익환 목사님과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장례식에서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셨고 5.18 광주 민주화 묘역에서 또한 통곡을 하셨다. 대통령님의 마지막 일기를 보면 국민들이 가여워서 눈물이 난다고 했던 김대중 대통령, 국민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국민의 대통령과 워낙 지지율도 낮고 모든 언론들과 모두가 욕하는 그 시기.. 경제 부양책이라도 써야 하지 않을까요? 라는 한 지지자의 말에 지금 당장 내 지지율 높이겠다고 경제 부양책을 쓰면 나중에 다 그게 국민들의 부담으로 온다. 그 국민은 지금의 국민이지 다른 국민이 아닌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그런 경제 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셨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이 생각난다.


지도자의 길은 쉽지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편다고 하지만 반대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조선 시대 우리의 글을 만든다는 것은 오랑캐의 글을 만드는 것으로 유림과 사대부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그래도 오직 국민의 입장에서 서서 생각했던 세종의 모습을 보면서..


그 시대의 세종은 배성들에게 쉬운 글을 배우게 해 더 이상 권력자들에게 당하고만 살지 않게 힘을 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쉽게 배울 수 있는 우리 글을 만든다.


지금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막기 위해 블로그와 SNS에 대한 규제를 넘어서 이제는 웃자고 풍자한 개그맨(애정남 최효종)을 죽자고 기소하는 국회의원(강용석의원)까지 나온다.


백성들에게 많은 정보를 알게 하고 힘을 주기 위해 글을 만들었던 세종과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고 자기 검열을 강화시키는 지금의 시대는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태평성대가 되기 위해 왕은 괴롭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지금 우리 시대의 지도자들은 국민을 위해 얼마나 큰 괴로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