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꼭 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게 하는 영화가 있다.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영화가 그랬다.
삼성반도체 근무하다가 백혈병으로 하늘나라로 떠난 23살 故 황유미씨와 삼성의 많은 산재 피해자들의 계란의 바위치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다룬 영화다.
돈도 없고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빽도 없는 우리들의 아버지가 부정 하나로 싸우고 이겨가는 과정이다. 거대한 기업의 횡포.. 황금 만능주의.. 사회의 부조리... 피해자가 입증을 해야만 하는 법규의 부당함..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가족에 대해서 생각한다.
영화 개봉 전부터 개봉관을 줄이기 위한 외압설 등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대의 기업 삼성을 다룬 영화이니 많은 눈치를 볼거라 생각을 했지만, 이 뉴스마저 마저 외면하는 언론의 현실, 막상 뉴스를 보니 속상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
가끔 기사를 통해 고 황유미씨 아버지 같은 삼성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1인 시위나 고독한 싸움을 접했지만, 그동안 나는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황윤미씨 아버님 일인 시위> <삼성 피해자 가족 1인 시위>
그래서 작은 나와의 약속... 또 하나의 약속을 보고.. 사람들에게 많이 봐달라고 홍보하기.. 소극적인 나의 동참 방법이다. 꼭 봐야 할 영화... 영화를 보기 위해 집 근처 극장을 찾아보니 상영관이 많지 않았다. 13일 오후 4시 40분 신촌 메가박스에 가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낮 시간대지만 70% 이상 좌석이 차 있었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그냥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결말이 정해진 영화이기에... 또 하나의 약속의 주인공 윤미씨의 얼굴을 본 순간부터 가슴이 저려왔다. 다 피지 못한 꽃으로 세상을 떠났을 황유미씨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원 없이 울고 울다 나왔다.
‘아빠는 아는 게 도대체 뭐에요?’ 산재가 뭔지도 모르고.. 아는 게 없는 아버지..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아버지.. 오로지 성실하게 일하고 가족과 작은 행복만을 알며 살아간 아버지가 산재를 공부하고 반도체를 공부하고 투사가 된다. 딸이 백혈병에 걸렸고 다 운이 없는 탓이지.. 그런 대기업에서 설마 거짓말을 하겠어? 우리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랬던 아버지가 계란으로 바위를 치기 시작한다. 쳐도 쳐도 깨지지 않는 거대한 바위에 대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세상 그 누구도 거대한 바위.. 골리앗에 대한 싸움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마지막 끝자락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무사 (김규리)를 만나 끊임없는 싸움에 도전한다. 겁박과 협박의 두려움에 떠는 힘 없는 소시민이지만 절대 꺽이지 않는다. 딸 윤미씨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아!버!지!니까...
<광주 망월동 김철수 열사 추도식에 참석한 열사 부모님들> <이소선 어머님, 출처: 한겨레>
딸은 떠났지만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던 아버지(박철민)의 사랑을 보면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님 고 이소선 여사님을 생각했다. 억울한 죽음으로 자식을 잃은 열사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투사가 되어가는 모습을 봐 왔었다. 몇 년 전 김철수 열사 추도식에 모인 민가협 어머님들과 아버님들을 보면서 자식에 대한 사랑은 결국 부모님을 강한 투사로 만들어간다. 아버지는 어머니는 독재를 저지르는 국가 권력보다 강하고 거대한 대기업의 재력보다 강하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지만 살아 있는 계란은 깨져도 다시 생겨나고 깨져도 다시 생겨나는 살아있는 계란으로 언젠가는 바위를 모래로 만들 수 있는 거대한 힘이 있는 것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의 이름으로 황윤미씨 아버지는 눈도 감지 못한 딸의 억울함을 조금은 풀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약속은 계속 된다. 1심 산재 인정에서 항소심은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반올림 제보에 따르면 반도체, 전자 피해자 사망자가 83명이고 직업병 피해자 209명이라고 한다. 수 많은 황윤미씨와 아버지가 지금도 전쟁 중이다.
그 싸움, 반올림이라는 시민단체와 피해자 가족들이 함께 해왔지만 참으로 힘들고 힘든 싸움이었으리라...
참여하는 시민,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이 영화 제작에 함께 제작 두레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가 끝난 후 제작 두레에 참여한 수 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닉네임이 올라갔는데 끝없이 올라간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어렵게 제작된 영화..
이제는 개봉관에 대한 외압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홍보 두레를 해야 한다. 소리 없는 시민들의 참여로 20만이 넘고 30만 40만... 쭉 이어져 갈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힘이 모여 마지막까지 약속을 지킬 수 있게 관심이 지속되길 희망한다.
자식을 억울하게 잃고 진심어린 사과 한번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더 이상은 생기지 않기를...
골리앗과 싸우는 수 많은 다윗인 피해자 가족들에게 힘을...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이 깨진다고 하지만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은 이렇게 말했다.
“바위는 죽은 거라서 부서져봐야 모래 밖에 안 되지만 계란은 살아 있어서 바위보다 강한 거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거대한 삼성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살아서 넘어 설 수 있는 계란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
<출처: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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