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앞으로 너는 나한테 잘해야 해.. 나는 고아니까..

세미가 2014. 4. 2. 14:05

 

 

살아가면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주는 가슴 뭉클한 사랑과 우정을 다룬 이야기 아버지꽃.. 10년 전에 출간된 채종인 작가의 글 신채숙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의 테마 소설이다.

 

헌책방에서 보게 된 책.. 

 

아버지꽃이라는 제목 때문에 사게 되었다. 아버지가 떠나신 후..나는 어머니라는 말보다는 아버지에 대해서 더 애잔함을 갖는다.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 5편의 자전적 소설 같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버지꽃.. 20살 어린 아버지에 대한 추억에서 돌아가시는 날까지 보여주셨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나 아들 축구화를 사주기 위해 부족한 돈을 마늘을 팔아 메우고 불고기를 사주기 위해 시계를 저당 잡혔던 아버지.. 아버지의 낡아 뜯어진 고무신과 옷을 보며 가슴 아팠던 아들.. 아버지의 몸속의 암 마저도 아버지는 몸에 핀 꽃이라고 하셨던 소설 속의 아버지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곁에 있지 않기 때문에 더 그리운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주고 주고 또 줘도 부족하다고 느꼈던 아버지의 사랑은 아버지의 꽃이 되어 떠났다. 마지막 만난 아버지의 해 맑은 미소가 생각났다. 아버지는 내게 웃음꽃만 남기고 떠나셨다.

 

늘 푸른 잣나무는 세상의 모든 스승들에게 보내는 글이다. 어릴 적 시골 마을의 예쁜 여선생님과의 추억, 한 소년의 첫사랑 여 선생님의 대한 이야기, 선생님을 위해 마지막 자신의 신장 한쪽까지 내주는 제자의 마음과 잣나무 향 가득한 작은 분교의 풍경이 아련하다.

완도 바닷가 작은 초등학교에서의 선생님과 추억을 생각한다. 점심시간마다 오징어를 구워주시던 선생님, 방과 후 글짓기와 시를 쓰기 지도를 해 주시던 담임선생님, 아버지처럼 챙겨주고 아껴주셨던 선생님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이 생각나게 했다. 나는 선생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 적이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우리 할배 금니빨은 고이 잠드신 할아버지에 대한 소설이다. 할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빠져버린 금니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마지막 할아버지의 손에 쥐어져 가게 된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할머니의 틀니를 생각했다. 틀니를 뺀 할머니는 입이 움푹 들어간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까지 했다. 비위가 아주 약해 밥상에 머리칼 하나만 나와도 밥숟가락을 놓고 밥을 안 먹는 나여서 밥상에서 내가 젓가락을 멈칫하면 엄마는 늘 긴장했었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할머니의 틀니를 닦아 드리는 것에는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할머니 틀니를 치약과 칫솔로 정성스럽게 닦아 할머니를 가져다 드리면 할머니의 움푹 들어간 입에 틀니가 쏘옥 들어가 자리를 찾았다. 그 순간 할머니 입안이 개운한 것처럼 나도 개운한 것 같다는 느낌이 좋아 할머니 틀니 닦아 드리기를 좋아했다. 치매에 걸리셔서 아이가 된 할머니였지만 가끔 내려가서 할머니 틀니 주세요하면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틀니를 빼주시곤 했던 기억이 난다. 소설가의 할아버지의 버드렁니의 금니처럼 우리 할머니 틀니는 할머니를 기억하게 해주는 추억의 한 편이다.

 

검정고무신은 세상의 모든 친구들에게 보내는 글이다. 구두와 바꿔 신은 운동화... 오랜 친구와의 우정과 먼저 떠난 친구에 대한 우정을 담은 이야기다. 경찰이 된 친구는 대학생들 시위 현장에서 맞아 주었다. 대학생인 주인공과 경찰이 된 친구의 마지막 이별의 모습이다.

 

 벌써 내 곁을 떠난 친구가 있다. 마을 친구였다. 언제나 모범생이고 성실했던 남자 친구.. 중학교 야간자율학습이 지나면 자전거 뒤에 태우고 늘 집에까지 바래다주었던 그 친구는 군에 입대 한 후 뇌종양임을 알았고 여러 번의 수술 끝에 우리 곁을 떠났다. 첫 수술을 마치고 만난 친구가 했던 말이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다. ‘책을 하루 종일 봐도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바보가 되는 것 같아..’, 고통으로 힘들어 잠을 못 이루며..친구들에게 하염없이 이메일을 보내며 날을 지새웠던 친구의 이메일..‘너에게 보내는 메일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오늘도 몇 명에게 더 많은 메일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새벽 3시에 도착한 그 메일과 글들을 보면서 그때는 그 친구의 아픔을 나는 왜 느끼지 못했을까? 그 친구가 떠난 지 10년도 훌쩍 넘은 지금.. 그 친구에게 참 많이 미안하다.

 

푸른 하늘 은하수.. 사랑하는 고모에게.. 막내 고모에 대한 이야기.. 어릴 적 늘 업어주고 견우직녀 이야기를 해주던 막내 고모에 대한 추억과 탄광에서 돌아가신 막내 고모부가 떠난 후 홀로 사는 고모를 보며 느꼈던 주인공의 마음..

 

 며칠 전 만난 우리 막내 고모할머니와 아버지 모습 같았다. 조카를 아들보다 귀하게 여기며 살아온 고모할머니와 아버지.. 아빠가 떠나신 날 부산에서 통곡을 하며 완도까지 오셨던 고모할머니에게 아빠는 친정 대를 잇고 집안을 일으킬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 고모할머니들의 아빠에 대한 사랑과 기대는 유난했었다. 70, 80 노구에도 아버지가 감기라도 걸렸다고 하면 30년 전 어려운 형편에도 바나나와 귀한 과일들을 한 바구니씩 사와서 아빠를 드시게 하곤 했다. 고모할머니들과 아빠의 모습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통해서 너무나 가까이에 있지만 잊고 지냈던 사람들과 기억 속에 희미해진 추억들을 다시 찾아내게 되었다.

 

어제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가 아닌 엄마에게서..

 

내 생애 첫 친구였다. 5살 때부터 마을 친구였던 터라.. 친구의 할머니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아주 친근한 분들이었다. 그 친구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연락을 하지 않고 장례식을 치렀다. 2주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친구 남편은 최소한 나에게는 연락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친구는 지방에서 장례식을 하니까 연락을 안 했다고 한다.

 

 

 

우연하게도 엄마와 내가 장가계 여행을 떠나 9시 비행기를 탄 그 시기에 친구는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나를 엄마 손을 잡고 도란 도란 여행하고 풍경을 감상하고 맛난 음식을 먹고 있을 때 내 친구는 차갑게 식어버린 엄마의 마지막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왜 이리 마음이 아프고 또 아픈지...

눈물이 났다. 돌아가신 친구의 할머니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생각났다. 그러다 보니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까지 또렷해지면서 가슴이 휑하니 찬바람이 부는 듯 했다. 친구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친구의 아픔을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움.. 오래 오래 친구 어머니가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않고 편안하시길 기도했다. 간절히... 간절히..

 

나쁜 계집애라고 독하다고 나무라자 친구의 특유의 위트로.. 내게 말했다.

 

이제부터 너는 나한테 잘 해야 해.. 나는 이제 엄마도 아빠도 없는 고아니까. 알았지..나한테 잘해

 

그 말이 왜 이리 가슴이 아프고 슬픈지 모르겠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까. 못한 것 만 생각나 미안하다는 친구의 말…….

 

뭔가를 해드리고 싶어도 해 줄 수 없는 그 마음...

우연히도 읽은 아버지 꽃과도 닮아 있다.

봄바람과 봄꽃 향기가 가득한 날 …….

한참 동안 내 마음에는 서늘한 가을바람 한줄기가

오래 오래 머물다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