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진들
박용주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이 땅에 봄이 오면
소리없이 스러졌던 영혼들이
흰 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 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픈 함성으로
한닢 한닢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흰 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러운 눈빛을 하는데
한낱 목련이 진들
무에 그리 슬프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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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쓴 박용주님은 광주 출생으로서,
1989년 광주 풍양중학교 3학년 생인 16세 때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도서출판 장백)라는 시집을 발표했다.
또한 이 시로 인해 <5월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6살에 이런 감동적인 시를 쓴 천재시인.
시인의 프로필을 읽으며 선뜻 들어 온 생각이었다.
그러나 80년 광주민주항쟁으로
7살에 아버지를 잃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어린 나이에 이런 시를 쓸수 있었던 이유를 알수 있을 것 같았다.
중학교 2학년때 국어선생님 추천으로 샀던 이 시집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
를 읽으면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해마다 오월이 되면 목련 꽃이 피는 것을 보면
박용주 시인이 생각난다.
목련이 지는 것을 보며 슬퍼할수 없는 마음..
해마다 오월이 되면 찬란한 슬픔을 느껴야 했던
광주에서의 오월을 ..
올해는 조금 일찍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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