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츄프라카치아상
이 광 재
언제나 저에게
지속적으로 관심과 애정을 주시고
힘드셔도 든든한 가장이 되어주셔
이 상을 드립니다
2007 . 3. 5
장녀 이 유 영 드림
(상의 뒤면)
유츄프라카치아는 결벽증이 강한 식물이라서 누군가 혹은 지나가던 생물체가 조금이라도 몸을 건드리면 그 날부터 시름시름 앓다 결국엔 죽는 생물입니다. 하지만 이 유츄프라카치아는 어제 건드렸던 사람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건드려주면 죽지 않습니다. 이 한없이 결백했다고 생각했던 식물이 어쩌면 한없이 고독한 식물이라고 느꼈습니다. 저희 아빠께서는 유츄프라카치아처럼 결백하진 않지만 유츄프라카치아가 고독하지만 결백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 같이, 저희 아빠께선 누구보다 여리신 마음을 갖고 있지만 든든한 가장, 강한 사회인 같기 때문에 '유츄프라카치아'라는 상명을 지었습니다.
제가 아빠께 이 상을 드리는 이유는 그렇게 여린 가슴으로 힘드셨을텐데도 가족에게 기대시기는 커녕 든든한 가장이 되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기 때문입니다. 6학년때 괜시리 아빠가 불편했고 아빠니깐 당연히 든든한 마음을 가지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앞에선 환하게 웃어주시지만 아빠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셨으니깐 많이 힘드셨을 것입니다. 힘이 아무리 드셔도 언제나 우리 가족앞에선 장난도 쳐주시고 이야기도 해주시고 요즘엔 우리 얼굴을 좀 더 많이 보시기 위해서 빨리 집으로 돌아오십니다.
또 제가 아빠께 이 상을 드리는 다른 이유는 아빠께선 저의 유츄프라카치아셨던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빠께선 제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주셨습니다. 몇일 전까지 전 그 애정과 관심의 소중함을 몰랐습니다. 오히려 저는 가끔 그 관심과 애정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관심과 애정이 어느날 떠나 갔을 때 그것의 소중함을 알게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기회에 아빠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걸 깨달습니다. 이번엔 제가 아빠의 유츄프라카치아가 되어드릴게요.. 사랑합니다..
아빠가 어떻게 사는 걸 이야기로는 들은 적이 없는 유영이 자신의 느낌만으로 아빠를 이렇게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습니다.. . 전 초반 유츄프라카치아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부터 눈이 빨게지기 시작해서 결국엔 굵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답니다..
오래전에 제딸 유영이 쓴 글인데 오늘 그냥 여기에 올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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