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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님이 수능끝난 친구들에게 전하는 충고

세미가 2009. 11. 13. 15:49

 

김대중 대통령의 옥중 서신 중에 막내 아들 홍걸과 조카 형주가 대학 진학을 할 즈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쓴 편지가 있다. 대학 입학 막 전엔 82년 2월에 쓴 글이다.

 

1982년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에 쓴 충고의 글이지만 지금 대학 새내기들이 읽어도 손색이 없으리 만큼 정확하게 짚으셔서 글을 쓰셨다.

 

대학에서의 생활, 인생에서의 목표, 어학의 중요성, 친구를 사귀는 법, 가족간의 대화와 생활, 신앙 생활에 대해서 충고의 글을 쓰셨다.

 

 

 

 

1982년 2월 23일

사랑하는 홍걸이와 형주에게

 

내가 사랑하는 너희들이 인생의 도상에서 중요한 계단의 하나인 대학 진학에 즈음해 너희들의 보람 있고 성과 있는 대학생활을 위해서 약간의 도움이라도 주고자 다음 몇 가지를 적는다.

 

1. 대학을 학문을 포함한 인격 도야, 건장한 체력 형성등 전인적 인간 완성의 장으로 보아야 한다. 너희들은 스스로 대학 교육의 결함을 보완하고자 인격과 건전한 체력 함양에 힘쓰기 바란다.

 

2. 대학은 전문적인 학문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지도적 인재가 될 기초적 교양을 닦는 곳이다. 전문 공부는 대학원이나 사회 현장에서 배우게 된다. 장래 지도적 인재(봉사하는 자)가 될 수 있도록 광범위한 교양을 쌓기 바란다.

 

3. 장래에 대한 큰 목표를 가져라. 젊었을 때에 큰 포부를 가져도 점점 위축되게 마련인데 하물며 큰 포부 없이 어찌 대성을 기하겠느냐? 대학원 진학, 외국 유학, 국민과 사회에의 보람 있는 봉사 등 높은 이상과 목표를 간직하고 그 성취에 전력 투구하기 바란다.

 

 

4. 언제나 자기 정신으로 사는 주체성 있는 인격을 형성하고자 노력하기 바란다. 교수를 비롯한 어떤 권위 있는 학자의 말이건 반드시 비판적으로 검토해서 받아들일 때는 완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견지하기 바란다. 반면에 누구의 말에도 허심탄회하게 귀를 기울이며 바른 말이면 기꺼이 자기 주장을 바꾸고 자기 과오를 이정하는 개방된 자세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5. 어학에는 영어와 일본어를 필수로 생각하여라.

일본어를 배워야하는 이유는

첫째, 일본은 싫든 좋든 가까운 이수일 뿐 아니라 우리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이 있다.

둘째, 일본은 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그 힘이 아시아와 세계에서 큰 영향이 있으며 더욱 커질 것이다.

셋째, 일본은 지금까지의 서구의 모방의 시대로부터 이제는 더 배울 것이 없으니 부득불 자기 창조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기술도 문화도 학문도 그렇다.

 

6. 교수들에게는 항시 존경으로 대하여야 한다. 옛날에는 군사부일체라고 할 정도로 스승을 존경했는데 그것은 지금도 귀중한 가치가 있다.

 

7. 벗을 어떻게 사귀느냐 하는 것은 일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또한 자기에게 진정한 벗을 단 세 사람만 가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인생의 대인관계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이다. 남녀간에 벗은 존경할 수 있는 사람, 인생에 긍정적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 남에게 대해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8. 매일 신문을 각 면마다 고르게 읽고 종합잡지 한 권을 고루 읽기를 바란다. 이것은 균형 있는 교양과 국민으로서의 필요한 상식을 얻는데 필요하다.

 

 

9. 의식적으로 가족과의 대화에 노력하기 바란다.

첫째, 우리는 가정과 사랑과 이해 속에 연결되므로 현재 산업사회의 소외와 고독을 극복하는 좋은 길이 된다.

둘째, 너희들은 가족과 대화를 가짐으로써 자기와 연령과 성별이 다른 계층의 사고와 습성과 인생관을 흡수할 수 있다.

셋째, 가족은 나의 일생을 두고 밀접한 고리로서 연결되어 나갈 삶의 파트너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최단거리의 존재와 이해와 협력과 사랑의 공동체를 못 가지면서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와 이해하며 살기를 바랄 것이냐?

 

10. 21세기를 살 사람들이다. 항시 그에 대비하여 자기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11. 언제나 하느님께 감사하고 하느님 앞에 책임있는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며 나를 완전히 허심탄회하게 비워서 하느님과 이웃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며 이웃 사랑으로 하느님 사랑을 증거하기 바란다.

 

또 한편의 편지는 82년 9월에 삼남인 홍걸이 대학 생활 1학기를 마치고 날 즈음에 아마도 편지에 아버지께 충고의 글을 요청해서 다시 쓰신 것 같다.

 

이 편지엔 대학 생활에서 학과 공부를 하는 법과 교양을 키우는 법, 벗을 사귀는 법과 상대를 배려하는 법, 자아를 키우는 법과 인격 완성을 위한 충고를 쓰셨다.

 

이 당시의 홍걸에게만 해당되는 충고도 있지만 크게 생각하면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1982년 9월 23일

 

홍걸에게 대학 생활에 충고

 

첫째, 1학년과 2학년까지는 학교 교과과정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겠다. 학생인 이상 학업에 기본을 두고 기타 독서도 되도록 학과와 관계있는 독서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둘째, 너는 불문과 학생이니까 어학 특히 불어와 영어는 모든 과목 중 최고 학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단순히 학습만이 아니라 장래 네가 살아갈 앞으로의 시대, 지금 상상할 수 없이 국제화된 사회에서 세계인으로서 살아가면서 남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를 이해시키는 필수의 수단이 어학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일본어와 중국어의 습득도 필요할 것이며, 만일 청학을 한다면 독일어도 꼭 알아야 한다.

 

셋째, 학과 이외의 책도 2학년까지는 다독보다는 정독을 그리고 재독, 삼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넷째, 교우관계에도 힘쓰는 모양인데 좋은 일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지난번 편지에 약간 쓴 바 있는데 여기 추가로 몇 자 적는다.

 

1. 무엇보다 교우 대상 선택에 아주 각별히 주의할 것

 

 

2. 남의 말에 언제나 귀를 기울이고 그의 주장 중 나와의 의견 차이점 보다 일치한 점의 발견에 힘쓰며, 마지막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서로 그 대화를 통해서 생산적 성과를 얻고 대화를 마무리할 것, 절대로 말을 독점하거나 차이점을 강조․부각시키는 파괴적인 대화 방법을 피할 것.

 

3. 남 특히 마땅치 않은 점이라도 이를 이해하려고 힘쓸 것.

남은 내가 그 사람이 되어 보고, 또 나 자신이 그 입장이 되어 보는 두 가지 과정을 거칠 때 잘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네가 이순신 장군을 이해하는 데는 한 번은 너 자신이 김홍걸이 아니 이순신이 되어서 그가 겪는 역사를 체험해보고, 또 한 번은 김홍걸이 너 자신의 사상과 경험을 가지고 너 자신이 임진란 당시의 그의 자리에서 체험해 보라는 것이다.

 

4. 벗에게 베푼 것은 절대로 대가와 반환을 바라지 말 것,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에 철저한 생활의 자세야말로 벗과 하나가 되는 길이요. 실망 없는 교우의 길이다.

 

다섯째, 너는 아버지로 인해서 너무나 혹독한 시련을 치르는 과정에서 좌정하려는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자아의 작은 틀 안에 숨고, 철저한 방어적 심리과정을 지켜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정신적으로나 지적으로 상당히 성장했으니 그런 폐쇄적 테두리를 의식적으로 깨고 벗어날 노력을 하기 바란다.

 

여섯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격의 완성을 위한 노력이다. 인류의 숭배와 추종을 받은 사람은 지식이 정상에 오른 철학자가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고 인류를 위해 몸 바쳐 노력한 인격의 성자들이었으며, 같은 학우들 가운데서도 남의 추종을 받고 성공하는 사람은 공부 잘한 사람보다 덕망 있는 사람이란 것을 우리는 안다. 깊이 유념하여라.

 

 

어제 2010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이 났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 수험생들과 학부모님, 선생님들 모두 12년을 노력한 결과가 이제 한 달 정도 후가 되면 나올 것이다.

 

그리고 많은 수험생들은 대학생이 될 것이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우리 예비 대학생들에게 대학을 시작하기 전에 한번쯤을 읽게 해주고 싶은 글이여서 메모를 해 두었다.

 

거의 30년전 한 아버지가 대학을 생활을 시작하는 아들을 위해 쓴 글이지만 지금도 많이 와 닿는 글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매일 신문을 읽어야 한다는 것과 벗을 사귈 때의 유의 점, 가족과의 대화가 왜 필요한지가 인상적이었다.

 

새로 시작될 대학 생활이 인생의 큰 도약을 위한 참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