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뮤지철 청이야기와 판소리 심청가

세미가 2009. 11. 19. 16:23

 

 

판소리 다섯 마당 춘향가, 수궁가, 심청가, 홍보가, 적벽가 중에 하나로 우리가 어릴적부터 책에서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고 들어왔던 효녀 심청 이야기가 뮤지컬로 선 보인 작품이라고 했다.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선보이는 청 이야기는 서울 예술단의 작품이다.

   

심청전을 뮤지컬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라는 기대를 하고 공연을 보았다.

 

뮤지컬 소개의 글을 보면

 

사람들은 모두 인당수를 갖고 있다.

무거운 짐을 안고 뛰어들 인당수가 있다.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서

때로는 정의를 위해서,

저마다 홀로 뛰어 내리려 한다.

 

굳이 눈 뜨지 않아도 좋다.

굳이 인당수에 띄어들지 않아도 좋다.

참고, 견디고, 껴안고 살자.

그것이 우리네 삶이다.

- ‘청이야기’ 서문 중-

 

인당수가 또 하나의 십자가를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를 선택해야만 했던 효녀 심청을 생각하며 뮤지컬을 보러 갔다.

 

사실, 처음 청 이야기가 시작하고 20분 정도는 새롭게 시도된 뮤지컬이 귀에 익지 않아서 옆 화면에 보여지는 영문 자막을 보는 것도 괜찮았다. 우리의 판소리 이야기가 영문으로 번역되어 표현되는 것을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였다.

처음 약간은 어색했지만 조금 보다 보니 이야기가 귀에 잘 들어왔다. 이야기에 빠져 들 수 있었다.

 

효녀 심청이 눈먼 아버지를 봉양하기 위해 선원들의 빨래를 해주며 생활을 한다. 어릴적부터 친구인 덕이(박영수)는 청(김혜원)이를 좋아한다. 청이는 왕자 희원(임병근)의 빨래를 빨아 주다가 왕자 희원의 어머니 반지를 계기로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런 중에 아버지 심봉사는 나쁜 선원들의 꼬임에 넘어가 공양미 300석을 시주하겠다고 이야기 하고 아버지 심봉사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청이는 인당수의 재물로 가게 된다.

 

여기서 낯익은 노래가 나온다.

 

“닭아, 닭아, 우지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의지없는 우리 부친 어찌 잊고 가자는 말인가 !”

 

밤새 울고 아침 일찍 아버지께 따뜻한 흰 쌀밥을 해 올리던 청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릴적 책에서 보았던..

 

 

 

청이가 끌려가는 장면.. 덕이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어찌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살 수 있단 말인가? 어찌 사람의 목숨을 권력으로 살수 있단 말인가?”

 

사람의 목숨을 어찌 돈이나 권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요즘 돈 때문에 사람의 목숨을 해하는 뉴스를 들을때마다 참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사람..인격 ..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왕자가 왕의 부름을 받고 서울로 가기 위해 인당수를 건너야하고, 그 인당수를 건너기 위해 처녀를 재물로 받쳐야 한다는 사실.. 물론 왕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을 무대에서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조명과 깃발과 흔들리는 파도소리와 배를 묘사한 무대가 정말 배를 삼킬 듯 매서운 바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갑자기 무대는 바다가 된다.

그리고 청이는 물 속에서 죽은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아주 어릴적 돌아가신 어머니.. 어머니에 대한 사랑, 딸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염려와 사랑을 이야기 한다.

 

이 뮤지컬은 주인공 청과 왕자 희원 등의 주인공의 또 다른 내면이 그림자처럼 춤을 추며 심경을 표현한다. 그림자처럼 늘 뒤나 옆에서 수화처럼 표현하는 감정선에 중점을 두고 봐도 좋을 듯 하다.

 

관현악의 연주와 우리 음악의 어울림도 멋진 뮤지컬이었다.

고수가 북장단을 맞추듯이 악단은 공연 내내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라이브로 연주하를 한다.. 악기는 서양악기와 우리 악기가 함께 연주된다. 신디사이저, 트럼펫, 트럼본, 베이스 기타 등 서양악기를 비롯해 가야금, 해금, 태평소, 북 등 우리 악기가 한 무대에 올라 독특한 화음을 빚어낸다.

 

청이는 왕자 희원의 사랑으로 목숨을 구하지만 왕인 아버지를 애증한다.

어머니와 자신을 버린 모진 부성을..이해하지 못하지만 왕인 아버지는 희원과 왕비를 구하기 위함이었음을 알게 된다.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청이의 아버지 심학규와 어머니 곽부인의 사랑은 너무 일찍 떠나버린 곽부인으로 인해 아픔이, 희원의 아버지인 왕과 희원의 어머니는 신분의 차이로 떠나야 했던 아픔이 있다.

 

그렇지만 마음만은 그 사랑이 변치 않고 지켜지고 있었다.

 

그 사랑을 지키고 싶었던 희원과 청 또한 왕의 자리를 노리는 삼촌 광년대군과의 대립, 그리고 청은 아버지를 찾아 다시 떠나고 왕은 홀로 남는다.

 

청이야기의 출연자 모두에게 인당수가 있다.

청의 인당수는 눈먼 아버지와 왕권을 지켜야 하는 희원을 떠나야 한다는 숙명이고 희원의 인당수는 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과 어머니를 버렸던 아버지의 전철을 다시 밟아야 하는 숙명이고 덕이의 인당수는 사랑하는 청이를 잃어야 하는 것이 인당수고 아버지 심봉사의 인당수는 어린 딸을 위해 살아야 하는 숙명이고 희원의 아버지 왕의 인당수는 지켜야 하는 왕권과 사랑하는 왕비와 아들과 함께 살수 없는 숙명이 아마도 인당수였을 것 같다.

 

많은 세월이 지나 청의 손자가 부른 노래를 듣고서 다시 인당수로 돌아간 청을 희원을 생각한다. 수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두 사람 사랑 또한 양 부모님의 사랑처럼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음 속의 인당수로 살아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는 인당수..

 

판소리 심청 이야기는 효녀 심청의 효심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면 청이야기는 청이와 희원의 사랑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판소리 심청에서는 뺑덕어멈이 악역으로 나오지만 청이야기에서는 덕이는 청을 사랑하는 오랜 친구로, 덕이엄마는 오랫동안 심봉사를 남모르게 사모하는 여인으로 나온다.

 

판소리 심청에서는 청이는 아버지가 눈을 뜨고 왕과 행복하게 살지만 청이야기의 청이는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왕자 희원과의 추억을 가슴에만 담고 살아야 한다.

 

판소리 심청은 고수와 명창이 한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 노래로 이야기 하지만 청이야기에서는 수많은 배우들과 관혁악단이 모여 이루어져 무대를 만들어 나간다.

 

판소리가 고수와 명창이 무대에서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노래하는 것처럼 뮤지컬 청이야기 또한 배우들이 무대에서 계속 함께 있는다. 무대를 만들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을 추고 함께 관람하고 아마도 우리 판소리와 공통점인 듯 하다.

 

리의 고전과 발레와 관현악이 어우러진 그런 무대 뮤지컬 청이야기이다.

 

아직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고 감정의 이입이 아주 깊이 오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의 판소리를 뮤지컬로 표현하는게 낯설어서 일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인상적인 대사들이 영어 자막으로 어떻게 표현되나 보았는데..

우리 판소리 대사를 영어로 표현하니 느낌이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춘향전이 완벽하게 영어로 번역된다면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도 훨씬 더 세계적인 명작으로 인정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노틀담드 파리나 로미오와 줄리엣, 오페라의 유령보다 우리의 판소리를 세계화 시키면 훨씬 더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뮤지컬 청이야기> 우리 판소리 소재를 뮤지컬로 소화한 작품.. 조금씩 더 성장해서 프랑스 파리에서도 브로드 웨이에서도 <뮤지컬 청이야기>를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