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희망이야기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2009년을 되돌아보며)

세미가 2009. 12. 30. 15:58

 

 

2009년도 이제는 딱 하루 반이 남았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09년은 정말 다사다난했던 해라고 이야기 해야 할 듯 하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평생 살아오면서 겪을 어려움보다도 더 큰 시련과 어려움이 있었다.

 

2009년 내내 눈물과 한심 그리고 근심으로 가득찬 한 해 였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 그래도 ‘괜찮아’라는 말을 되뇌이며 무사히 2009년의 마지막 문턱까지 오게 되었다.

 

지난 5월 9일 향년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장영희 교수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었다.

 

교수님이 돌아가신 후에 읽은 글이여서 인지 하나 하나의 글들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다.

 

 

‘운명의 장난’은 항상 양면적이야. 늘 지그재그로 가는 것 같아. 나쁜 쪽으로 간다 하면 금방 ‘아, 그것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군’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일이 생기거든. p30 루시 할머니

 

운명의 장난은 항상 양면적이다. 늘 나쁜 일만 있는 것 아니다. 올해 3월 사무실에 태풍이 몰아쳤고 4월에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났고 5월엔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서거 8월엔 작은아버지와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너무나 소중학다고 느꼈던 많은 분들과의이별이 있었다. 그래도 모두가 나쁜 것 만은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그나마 최악이 아닌 차악 정도라 생각 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버티고 살아졌지 않을까 싶다.

 

 

오늘이라는 가능성

‘오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There's nothing that cannot happen today)'p59

 

오늘 하루를 그냥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오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오늘이 모이고 모여 한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

 

로키 산맥 해발 3,000미터 높이에 수목 한계선 지대가 있다고 한다. 이 지대의 나무들은 너무나 매서운 바람 때문에 곧게 자라지 못하고 마치 사람이 무릎을 끓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한 채 서 잇단다. 눈보라가 얼마나 심한지 이 나무들은 생존을 위해 그야말로 무릎 끓고 사는 삶을 배워야 했던 것이지, ... 세계적으로 가장 공명이 잘 되는 명품 바이올린은 바로 이 ‘무릎 끓은 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온갖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나름대로 거기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며 제각기 삶을 연주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p115-116 무릎 끓은 나무

 

비온 뒤에 땅이 굳는 다고 한다. 바람을 맞으며 자란 나무가 더 견고하고 시련을 견뎌 낼수록 내면이 강해질 수 있다. 오늘 내게 온 시련을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기회이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시련을 견뎌 낼수록 나는 더 큰 사람 더 강한 사람이 되어 간다.

베토벤, 헬렌켈러, 에디슨, 스티븐 호킹 박사 등 시련을 이기고 성공한 사람이다.

내게 시련이 오면 생각하자. 내게도 기회가 주어지나 보다..라고..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어차피 세월은 흐르고 지구에 중력이 존재하는 한 몸은 쭈글쭈글 늙어 가고 살은 늘어지게 마련이다. 내가 죽고 난 후 장영희가 지상에 왔다 간 흔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차피 지구상의 65억 인구 중에 내가 태어났다 가는 것은 아주 보잘 것 없는 작은 덤일 뿐이다. 그러나 이왕 덤인 김에, 있어도 좋은 덤은 덤이 아니라, 없어도 좋으나 있으니 더 좋은 덤이 되고 싶다.

p121 내가 살아보니까

 

인연이라는 건 참 소중하다. 우주에는 수 만개의 은하계가 있고 은하계는 수 만개의 태양계가 있고 태양계는 수 많은 행성이 있고 그 행성 중에 지구 65억 인구 중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우리 나라 전체의 모래 중의 한 알을 집는 것과도 같은 확률이라고 합니다.

 

지금 나와 옷깃이 스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인연입니까?

 

옆에 앉은 동료, 친구, 연인 그리고 가족에게 모두 좋은 사람으로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길 희망한다.

 

 

바닷가에 메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인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

 

지난 3년간 내가 살아온 나날은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른다. 힘들어서, 아파서, 너무 짐이 무거워서 어떻게 살까 늘 노심초사 했고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내 옆을 지켜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 만난 독자들과 같은 배를 타고 삶의 그 많은 기쁨을 누리기 위하여…….p127-128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이 책 제목이기도 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장영희 교수님의 책이라서 더욱더 이 제목이 마음에 와 닿는 것 같다.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기적과 살아갈 기적을 만들어 가야겠다.

풍랑이 뒤집힐 해도 화사한 날을 생각한다.

지금 조금 힘들더라도.. 지금은 조금 아플지라도..오르막 길이 있다면 내리막 길이 있듯이..

풍랑 치는 날 햇볕이 따뜻한 평화로운 날을 기대해 본다.

 

   

 

골목을 지나던 깨엿 장수가 있었다. 그 아저씨는 가위를 쩔렁이며, 목발을 옆에 두고 대문 앞에 앉아 있는 나를 흘낏 보고는 그냥 지나쳐 갔다. 그러더니 리어카를 두고 다시 돌아와 내게 깨엿 두 개를 내밀었다.

순간 아저씨와 내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주 잠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아.”

무엇이 괜찮다는 건지 몰랐다. 돈 없이 깨엿을 공짜로 받아도 괜찮다는 것인지, 아니면 목발을 짚고 살아도 괜찮다는 말인지…….

괜찮아 - 난 지금도 이 말을 들으면 괜히 가슴이 찡해진다. 2002년 월드컵 4강에서 독일에게 졌을 때 관중들은 선수들을 향해 외쳤다.

“괜찮아! 괜찮아!”

혼자 남아 문제를 풀다가 결국 골든벨을 울리지 못해도 친구들이 얼싸안고 말해 준다.

“괜찮아! 괜찮아!”

‘그만하면 참 잘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려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오래전 내 따뜻한 추억 속 골목길 안에서 들은 말 - ‘괜찮아! 조금만 참아,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

아, 그래서 ‘괜찮아’는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말이다.p130-132 괜찮아

 

 

골든 벨을 볼 때 ‘괜찮아 괜찮아’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도전자도 친구들도 모두 운다. 나도 티비를 보면서 늘 함께 울었다. 괜찮아..나도 친구나 누군가가 힘들고 괴로워 할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나도 모르게 ‘괜찮아..괜찮아질꺼야..’라고 이야기 했던 것 같다.

그래 ‘괜찮아.. 내년엔 모두가 괜찮아 질꺼야..’ 내 스르로에게 이야기 해 본다.

 

 

‘나’에 관한 인용문이 적힌 쪽지가 눈에 띄었다.

 

모든 사람은 ‘이 세상은 나 때문에 창조되었다’라고 느낄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탈무드)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한 이 세상 누구도 당신이 열등하다고 느끼게 할 수 없다.(엘리노어 루스벨트)

 

스스로와 사이가 나쁘면 다른 사람들과도 사이가 나쁘게 된다.(발자크)

 

다른 사람만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에리히 프롬)

 

‘너만이 너다’ - 이보다 더 의미 있고 풍요로운 말은 없다.(셰익스피어) p137 너만이 너다.

 

 

열등감을 느끼는 친구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이다.

모든 사람은 너 때문에 창조 되었다.

너가 동의하지 않는 한 이 세상 누구도 너를 열등하다고 느끼게 할 수 없다.

너는 특별한 존재이고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내가 사랑하는 친구이고..

너만이 너 일 수 있어^^

 

 

 

아무리 운명이 뒤통수를 쳐서 살을 다 깍아 먹고 뼈만 남는다 해도 울지마라. 기본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살이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시간에 차라리 뼈나 제대로 추려라. 그게 살길이다.

그것은 삶에 대한 의연함과 용기, 당당함과 인내의 힘이자 바로 희망의 힘이다.

이제부터는 ‘내게 힘이 되는 말’을 말하라면 나도 할 말이 있다. 그리고 지금 절망스럽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이 찾아와 힘들다고 말하면 난 이렇게 말해 줄 것이다.

“얘, 뼈만 추리면 살아. 살아라!”하고 p141-142 뼈만 추리면 산다

 

뼈만 추리면 산다. 살이 에이는 듯 한 고통이 오고 아픔이 오더라도 뼈만 추리면 산다라는 말이 가슴 깊이 새겨집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뼈는 남아 있겠지요. 그러면 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아픈 친구가 있다면 힘들어 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리고 제가 힘들 때 할 말이 생겼다.

“괜찮아.. 뼈만 추리면 살 수 있어..살아야 해”

 

   

 남북 상봉이 이루어지는 호텔 밖에서도 드라마는 일어나고 있었다.

몸 앞뒤로 자신의 부모 친척을 찾는 팻말을 건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이북 기자님들’을 찾아 호소하고 있었다. 어떤 할아버지가 지금은 90세 된 어머니의 신상을 적은 팻말을 목에 걸고 있는 걸 보고 우리 측 기자가 무심히 “지금쯤은 돌아가셨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할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더니 화를 벌컥 냈다. “우리 오마니가 와 죽어요? 나이 구십에 사람이 죽는단 말이요? 별 말을 다 듣갔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억지이지만, 누가 그 억지를 나무랄 수 있을까.

다시 이북으로 떠나기 전, 백 살 된 어머니를 돗자리에 앉히고 마지막으로 절을 올리며 어떤 아들은 말했다. “오마니, 통일 되어 아들 다시 보기 전에 눈을 감으면 안돼요. 알갔시오? 그게 오마니가 해야 할 일이야요.” 어머니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을 ‘오마니가 해야 할 일’이라고 자꾸 우기던 아들은 울며 떠났다.

 

남쪽에서 올라간 어느 아버지는 나이 50에 이가 다 빠지고 깡마르고 초라해진 아들 손을 잡고 서럽게 울다가 이북 TV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밀자 갑자기 일어나서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쳤다. 한 살도 안 된 젖먹이를 두고 와서 50년 동안 죄의식을 품고 살다가 이제 아버지로서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가을이 되면 향수병이 더욱 깊어지는 어머니가 뜰에 핀 국화꽃에 물을 주다가 말씀하신다. “이맘때면 우리 과수원에는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고 온 세상이 사과 냄새로 진동했댔는데...”

아버지는 ‘아버지가 해야 할 일’도 잊으시고 고향도 못 가보고 그만 떠나 버리셨지만, 우리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마니가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p191-192 오마니가 해야 할 일

 

남북 이산 가족 상봉이 지난 9월에 있었다. 내가 아주 어릴적이나 지금이나 눈물바다가 되는 건 변치 않았다.

치매에 걸린 아내가 헤어질 때 정도에 남편을 알아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70 먹은 딸에게 100살 먹은 어머니가 ‘예뻤는데 왜 이리 쪼글쪼글해 졌니?“ 백발의 아버지께 칠순을 바라보는 딸이 큰 절을 하면서 아버지 꼭 살아 계세요..

 

보면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내년엔 부디 남북한이 화해가 되었으면 그리고 내년엔 남북 이산 가족이 최소한 자주 만나고 연락이라도 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19세기 영국 작가 찰스 램은 인간을 크게 두 가지 유형, ‘빚을 지는 자와 빚을 지지 않는 자’로 나누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속는 자와 속지 않는 자’로 나누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p211 속는 자와 속이는 자

 

2010년에는 빚을 지는 자가 아니라 빚을 지지 않는 자 사람을 속이거나 속지 않는 자 그리고 살아온 기적 만큼 살아갈 기적도 많아 많이 웃으며 살아갈 수 있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