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희망이야기

우리 엄마 절친를 소개합니다 - anycall 휴대폰

세미가 2010. 3. 18. 18:07

 

엄마의 절친 휴대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엄마 휴대폰이 고장 났다고 해서 오빠가 휴대폰을 새로 사 보냈습니다.

새로 산 휴대폰에 엄마는 단축키 설정과 알람 등을 설정해 달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단축키 1번은 큰오빠 2번은 큰새언니 3번은 작은오빠 4번은 작은새언니..순으로 해서 언니와 막내인 저까지 단축키 입력을 하고 엄마 친한 이웃집 분들까지 다 입력했습니다.

그 다음 엄마의 요구 사항은 알람 설정입니다. 새벽 4시에 알람이 울리게 설정을 해 달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렇게나 일찍? 일어나냐고 물어보는 저에게 그렇게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일을 다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청소하시고 김치 담그시고 집안 일을 다 해놓고선 아침 식사 후 일을 하러 나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아직까지 엄마가 농사 지은 쌀과 김치, 된장과 고추장까지 다 엄마가 오빠 언니 집 에 보냅니다. 이런 것들을 다 해 놓고선 일을 하러 나가시려면 그렇게나 일찍 일어나야 한가 봅니다.

 

그 다음 요구 사항은 시간별 알람을 해 주는 기능을 설정해 달라고 합니다. 제가 쓰는 sky 휴대폰에는 그 기능이 없지만 엄마가 쓰는 anycall 기능에는 시간대별 알림 기능이 있습니다.

 

알람 목소리는 꼭 아기 소리로 해 달라고 합니다.

 

1시! 2시! 이렇게 알람이 울릴 때 마다 엄마는 휴대폰과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1시! 울리면..“어 알았네..1시”.. 2시! 울리면 “어야 알았네..2시”.. 새벽 4시! 알람이 울리면“ 어 알았네 4시 이제 일어났네... ”라고 휴대폰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합니다.

 

지난 해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는 엄마가 많이 적적하셨나 봅니다.

전화 할 때 마다 마을 회관에서 친구분들이랑 노시거나 이웃집 아주머니 댁에 자주 가시고 하니까 이렇게까지 적적해 하시는지 몰랐는데..

자주 오빠 집이나 언니 집에 와서 놀다가 가시라고 해도 완도가 좋다고 광주나 제주도에 자주 오시지 않고 오빠가 함께 살자고 하셔도 엄마는 혼자 사시는 게 좋다고 고향 집을 고수하십니다.

지난번은 한참 주부대학과 요가를 배우시러 다니시더니 이제는 초등학교에서 주부 야학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 아주머니들과 밤마다 야학 다니시는 재미에 빠져 지내십니다.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을 받는다는데 꽃샘 추위도 엄마들의 향학열을 녹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에게 공부 열심히 하시라고 연필과 연필깍기 공책과 필통을 사 보내드렸는데 이번에 내려가면 얼마나 열심히 하셨는지 봐야 할 듯 합니다.

 

우리 4남매를 키우기 위해서 바다로 들로,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논과 밭에서 일을 하시고, 추운 겨울날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손 시린지 모르고 일을 하시며 지내셔서 여름이면 얼굴이 까매지시고 겨울이면 손 발이 유난히도 거친 엄마,  할머니 치매로 10년간 병 수발을 하셨고 할머니 돌아가신 2년 후 아버지 뇌출혈로 또 병수발을 5년 동안 하신 엄마, 늘 고생하셔서 안타까웠던 엄마가 이제는 조금 자유롭게 건강하게 인생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휴대폰 기종이 anycall이 아니라 다른 기종이었으면 엄마의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을 텐데..말입니다.

 

엄마가 혼자서 집에 계실 때도 엄마의 친구가 되어주는 엄마의 휴대폰은 엄마의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엄마가 혼자 있을 때 말 벗이 되어주는 휴대폰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휴대폰이랑 이야기 조금 덜 하시게 더 자주 전화 드려야겠습니다.

이번 주는 엄마 생신이어서 고향 완도에 내려갑니다.

그 동안 엄마가 휴대폰으로 이야기 나눈 것 보다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려면 엄마랑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 절친 휴대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