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희망이야기

나에게 준 선물 - 양평 로뎀의 집 봉사

세미가 2010. 4. 12. 18:46

 


매월 둘째주 토요일 오전은 봉사하러 가는 날이다.

이번 달은 봉사하러 갈 인원이 많아서 일산 벧엘의 집과 양평 로뎀의 집으로 나뉘어서 가기로 했다.

나는 양평 로뎀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갑자기 로뎀의 집에 가게 되어서 희소 선물도 준비 못하고 챙겨놨던 비누도 못 가져가게 되었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희소 얼굴도 보고 벧엘의 집 예쁜 공주님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출발해서 많이 늦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만큼 막히지는 않았다.

로뎀의 집이 예쁜 파란색으로 새 단장을 했다. 원장님 마음만큼이나 예쁜 로뎀의 집의 변신이었다.

원장님은 병원에 가셔서 안 계셨고 부원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부원장님은 희소를 보고 계셨다. 금방 잠든 희소는 지난번 보다 많이 컸다.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지성이 방에서 누웠다 나오는 꽈당공주 송이 졸린다고 자고 있는 미옥이 미소 천사 유진이 날씬 공주 미진이 왕눈이 수빈이, 얼음공주 은지, 희소 엄마 윤미씨가 있었다. 이슬이와 민정씨는 윗 방에 가 있나 안 보였다.

 

가자 마자 목욕 침대를 내리고 목욕을 시작했다. 희소 엄마 윤미씨가 다른 친구들 옷을 챙겨 준다. 도와주는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속옷을 챙겨 주시고 목욕 준비가 끝나가자 아이와 병원 가셨던 원장님이 돌아오셨다.

 

첫 번째는 송이부터.. 꽈당공주 송이는 너무 잘 넘어져서 올때마다 상처 투성이었는데 이번에는 안 넘어졌나 다행히 상처가 없었다. 울지도 않고 목욕하는데 도움을 많이 줘서 수월하게 했다. 송이 컨디션이 좋은가 보다.

너무나 얌전하고 조용한 지성이는 언제나처럼 얌전하게 조용하게 목욕을 했고 미진이는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잘 잡아 줘야 한다. 너무 날씬한 미진씨는 밥도 한 그릇씩 꼬박 꼬박 먹는다는데 너무 살이 안 찐다.  미옥씨는 뭐든 혼자서도 잘 해요. 조금 늦더라도 양말, 단추 하나 하나 모두 자기 스스로 해야지 만족해한다. 목욕 후에 맛있는 과자나 과일을 먹는다고 하면 더욱더 기분이 좋아 목욕하는데 수월하다. 악수하는 걸 좋아하고 스킨십을 좋아하는 민정이는 느리지만 그래도 하라는 대로 잘 해서 목욕하기 쉽다.

 

 이슬이는 물을 너무 좋아서 물을 계속 손으로 쳐대서 옷이 다 젖지만 그래도 목욕하는 순간을 좋아라 한다. 가끔 머리 감을 때 눈을 안 감아서 눈이 메울지 걱정스럽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은지는 목욕하기 가장 힘든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잘 눕지도 않고 앉지도 않아서 실랑이를 많이 해야 한다. 이번에는 은지 목욕이 끝나갈 무렵 물이 다 떨어져서 마지막 물 한방울까지 떨어내서 목욕을 시켰다. 다시 물탱크를 채워서 미소천사 유진이 목욕을 시작했다.

휠체어에 앉은 유진이는 안아 와서 목욕을 시켜야 한다. 떨어지면 안 되니까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한 사람은 꼭 잡아 주고 한 사람이 머리 감기기와 목욕을 거의 다 해야 한다. 수빈이는 침대에 누워만 있기 때문에 음악을 틀어주면 좋아하고 목욕할 때 안정감 있게 안아야 하는데 수빈이가 많이 커서 두 명이서 안아야 했다. 수빈이는 자꾸 손으로 자신의 귀를 때려서 귀에 피가 났다. 그래서 수건에 물을 묻혀서 피를 닦아 주었다. 약도 발라줬는데 이제는 귀를 안 만져야 할텐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목욕이 다 끝나고 나면 희소 엄마 윤미씨 목욕을 하게 된다. 윤미씨는 혼자서도 잘 하지만 봉사 갈때마다 맨 마지막 타자로 목욕을 한다. 목욕이 끝났다. 목욕 탕 안은 수증기로 가득하고 온 몸에 땀이 나고 옷은 온통 물에다 젖어 버렸다. 안에서는 목욕을 시키고 밖에서는 옷을 갈아 입히고 머리를 드라이어를 말리고 로션을 발라주고 정신이 없다.

 

로뎀의 집은 목욕하는 것 만큼이나 옷 갈아 입히는게 어렵다. 목욕탕 정리를 하고 나오자 이슬이는 책을 보고 있다. 책을 거꾸로 들고서도 책을 열심히 보는 모습이 귀엽다. 지성이는 다가와서 배시시 웃는다.

 

몸이 불편한 친구들이 많아서 목욕 봉사가 많이 힘이 들지만 로뎀의 집에 다녀오면 기분이 좋다.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원장님 부부의 사랑이 전해서 일수도 있겠다. 잠에서 깬 희소가 안아 달라고 운다. 이젠 제법 목도 가누고 많이 컸다. 90일 정도 되어간다고 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아주 어렸는데.. 곧 100일이 된다고 한다. 100일 선물이라도 사 보내야 할 것 같다. 희소에게 우유를 먹이고 안아주는 원장님 모습이 엄마 같다. 희소를 안고 진짜 엄마인 윤미씨에게 데려갔지만 윤미씨는 희소야 라고 부르지도 못한다. 다른 사람들하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희소랑도 이야기를 나누고 하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희소를 사랑해 주는 원장님 내외와 희소를 이뻐해 주는 로뎀의 집 식구들이 많으니 희소는 사랑으로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랄 것 같다.

 

이번 봉사는 우리가 늦게 도착해서 로뎀의 집 식구들 점심 시간이 조금 늦은 것 같다. 아이들이 배가 고팠을 듯하다.

 

 

점심 시간 할 시간이 되어서 남자 방에 있는 재규에게는 인사도 못 나누고 왔다. 조금 아쉽다. 재규 본지가 꽤 되었는데~ 마당에서 원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마당 한 켠의 닭장의 작은 병아리들이 많이 컸다. 한가로워 보이는 로뎀의 집 주위 풍경들을 둘러 보았다. 이젠 봄이 서서히 오는 것 같다.

 

 

우리 일행들도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점심 메뉴는 국수리 국수집의 부추 수제비와 만두를 먹었다. 수제비도 만두도 맛있었다.

다른 봉사자들은 서울로 향하고 나는 영월 일정이 있어 양평역에서 영월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달리는 기차의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노란 개나리들이 봄이 옴을 알려주었다.
봄처럼 로뎀의 집 아이들도 올해는 아프지 말고 모두 좋은 일들만 가득 하길 바래본다. 원장님 내외와 사랑으로 살아가는 로뎀의 집은 늘 행복이 가득해 보여 가는 사람들도 모두 행복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듯 하다.

로뎀의 집 봉사는 나를 위한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