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사랑과 운명..짝이란 무엇일까?

세미가 2011. 1. 10. 14:27

 

지난 금요일 대학로 아리랑 소극장에서 화싱클럽이라는 뮤지컬을 관람했다.

이 뮤지컬의 특이한 점은 전문 뮤지컬배우들이 하는 공연이 아니라 일반 직장인과 학생들이 모여 만든 동호회에서 하는 뮤지컬이다. 아는 국회 비서관님이 출연하는 공연이여서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공연을 하며 내용도 재미있었다.

화싱클럽은.. 화려한 싱글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라는 말이다.
화려한 싱글인 남녀 5 명씩 만나 이룬 화싱클럽..

 

 

 

 

 

결국 그 속에서 젊은 남녀의 사랑을 다룬다.
웨딩플래너인 정은과 그의 선배 정한, 바람둥이 기준, 터프한 여성 아름과 작곡가 성화, 유학파 주현과 피디 성록, 돈 많은 노처녀 해선, 연애 소설을 쓰는 공주와 사진을  찍는 만석..

이렇게 10명이 이루어 나가는 사랑과 싱글들의 이야기..


사랑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에 대한 감정과 어긋남..

이런 내용들이 재미있게 표현된다.

극중 노래도 16곡이나 나온다.

 

heartbreak hotel(올슉업), 진짜사랑(슈샤인보이), 나는 나는 음악(모짜르트), Roxie(시카고), Fools fall in love(올슉업), The song that goes like this(스팸어랏), Big show(하드락카페), 기준의 첫사랑(김종욱 찾기), There's always me(올슉업), Littel shop of horrors(리틀샵오브호러스), 이 밤이 안 좋아(잭더리퍼), 아무도 오지 않는 밤(사랑은 비를 타고), Grow old with you(웨딩싱어), 사랑(사랑은 비를 타고),les rois du monde(로미오앤줄리엣), Footloose(풋루즈)

 

각 자의 사연별로 노래로 마음을 표현한다.

남자와 여자의 연애관의 차이와 비밀 등으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화싱클럽에서 해커클럽..행복한 커플 클럽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였다.

 

커플.. 우리 말로는 짝이다. 일요일 저녁 SBS 스페셜 ‘짝2부 - 너는 내 운명인가?’를 시청했다.
우연하게도 화려한 싱글들에 대한 뮤지컬을 보고 난 후, 짝에 대한 이야기를 고민해 볼 수 있는 프로를 보게 된 것이다.

 

 

노년 부부의 짝에 대한 이야기였다.

 

강원도 횡성의 한 마을에 사는 세 할머니의 삶을 다뤘다. 그중 두 할머니는 같은 남자를 짝으로 해 49년을 함께 살았다고 한다. 할머니 세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우리 외가댁과 비슷한 경우였다.

 

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보면, 3대 독자 집안에 시집온 첫째 부인은 아들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고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둘째 부인을 들일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자신의 손으로 다른 아내를 맞으라고 해야 했던 첫째 부인은 내색은 안했지만 평생 한으로 남았다고 한다. 살림을 다 내놓고 남편도 내놓고 살아야 했던 그 삶이 여자로서의 행복을 온전하게 누리고 살았다고는 하기 힘들었다.

 

둘째 부인 역시 작은 부인으로 오는지 몰랐다며 속아서 왔다고 신세한탄을 했다. 첫째 부인과 큰 갈등 없이 살았지만 남편이 아닌 아들이 아니었으면 40년 넘게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나 자식 모두가 첫째 부인의 자식으로 되어 있다. 호적상 자신의 자식은 하나도 없다. 그런 게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물론 두 아내와 함께 살았던 할아버지도 아주 행복한 것 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가족 모두가 화목하고 행복했다. 늘 두 할머니에게 똑같은 선물을 사오는 사위와 딸 그리고 손자 내외..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우리 외가도 비슷한 경우였다. 제주도 외가에 가서 신기했던 것은 큰 할머니와 작은 할머니가 사이 좋게 한방에서 자기도 하고 사이가 좋았다.

 

외가 큰 할머니는 우리 엄마를 포함한 1남 4녀를 두셨고 아들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는 외증조 할아버지 성화에 새로 들어오신 작은 할머니는 1남 5녀를 두셨다. 11남매는 모두 한 어머니의 자식들처럼 사이가 좋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한 가지 기억이 있다. 엄마가 계모임에서 친정어머니 금반지를 해드렸던 적이 있었다. 그때 아빠는 똑 같은 금반지를 하나를 더 하셨다. 작은 외할머니 드릴 것으로.. 그때 제주도 사는 삼촌들과 이모들이 모두 모여 식사하면서 잔치하듯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작은 삼촌이 술에 취해 엄마에게 ‘누나 고마워..기분이 참 좋다’고 이야기 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래서 나도 늘 외할머니 선물은 두개씩 준비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외할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셔서 결국 작은 할머니는 지금도 호적상은 처녀이시다. 작은 할머니가 낳으신 삼촌 이모들도 다 큰 할머니 자식으로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몇 년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우리 직계 자손을 세보니 100명이 다 되었다. 큰 이모의 경우는 손자가 내 또래이니 증손자까지 볼 나이가 되었으니 지금은 100명이 훌쩍 넘을 것 같다.

 

짝에 나오는 두 할머니를 보면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작은 외할머니를 생각했다. 짝이란 무엇이며..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 시대를 살아온 할머니들을 보면서 여자의 행복은 또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반면 이 마을 또 다른 할머니는 남편과 70년이 넘게 살았으면서도 지금도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할아버지는 아직도 할머니가 젊었을 때처럼 예쁘고 사랑스럽다며 늘 커플로 색을 맞춰 입고 늘 함께 하며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다. 물장구를 치며 할머니에게 장난을 치시고 화가난 할머니를 달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젊은 연인들의 모습보다 더 행복해 보이고 좋다. 금술이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 자손들도 모두 금술이 좋고 화목해 보였다. 행복한 아들 내외와 가족들이 노래하며 단란해 보이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평생을 살아도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보고 살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또 한 부부는 경남 통영 야소골의 가장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남자 김덕래할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 남편으로 귀가 어두운 아내 때문에 하루도 속편할 날이 없다. 대화 자체가 싸우는 것처럼 크고 무뚝뚝하다.

할머니는 혼자 사는게 좋다고 동생한테 하소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재산을 털어 아내를 위해 보약을 사주고 미용실에 염색과 파마를 하는데 따라 가기도 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밖에 나가면 들어오시기만 애타게 기다리신다. 무뚝뚝하지만 할아버지는 할머니 없이는 한시도 살수가 없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통해 한국인의 짝에 대한 관념이 자연스레 드러남을 알 수 있다. 

 

화려한 싱글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렇지만 짝을 찾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짝..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인연을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며 행복이다.

화려한 싱글에서 행복한 커플이 되어가기를 희망하는 것처럼..

올해는 내 자신을 비록한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짝을 만나 오래 오래 행복할 수 있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