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학원 지도교수님을 만나뵈러 갔었다.
가끔 교수님께서 문자를 보내신다.
졸업 후, 가끔 교수님께서 먼저 안부 문자를 보내시곤 한다.
늘 문자를 받을 때 마다 죄송하지만 먼저 연락을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
전공을 살리지 않고 전혀 다른 곳에서 맘고생 하며 생활하는 제자가 안쓰러우신 것 같았다.
교수님께서 자주 문자를 보내시게 된 시기가 2009년 정도였던 것 같다.
그때 내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때 아버지도 떠나셨고 모셨던 의원님과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
우연인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4일 후에 교수님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
그때부터 더 자주 연락을 하셨던 것 같다.
그 시기에 선배들 결혼식장에서 만난 교수님은 다 지나갈 것이라고..지나고 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특히나 모시는 분은 정치인이니..그 분은 괜찮다며, 저를 더 걱정하셨던 교수님이셨다.
작년에는 강원도에서 몇 달을 선거 한다고 지내고 있는 내게 교수님은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문자를 보내시곤 하셨다.
“고향 완도 바다의 파도와 같은 풍랑에 흔들리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정치판에서 떠나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저는 김지숙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늘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는 문자와.. 가끔은.. 유명 인사들 결혼소식을 접할 때면..
“장금이 이영애도 시집을 간다는데, 우리 복덩이는 왜 시집 간다는 소식이 없을까요?”
“왜 시집간다는 소식이 없냐?”
교수님은 술을 드시지 않으면 존댓말을 쓰시고 가끔 술드시고 문자를 보내실 때는 편하게 말씀을 하신다.
교수님이 복덩이라고 하는 이유는, 유일한 여자제자였던 내가 대학원에 갔을때 모든 일이 잘 되고 학생들도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복덩이라고 부르지만 그 때문에 선배오빠들은 전혀 인정하지도 않았고 그것 때문에 놀리고 구박도 했었다^^;
학교 다닐 때도 거의 존댓말을 쓰셨던 교수님..
유일한 대학원 여 제자였는데, 늦게까지 홀로 있어 안쓰러우신 것 같았다.
사모님과 함께 뉴스를 보다가 가끔 이야기를 하신다고 했다.
교수님보다 사모님이 더 걱정할 때가 많다고 하신다.
왜 결혼은 안하는지.. 정치판이 혼란스러우면 맘고생은 하지 않는지..
늘 감사할 따름이다.
학교 다닐 때 연구실 식구들 모두 완도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만난 아버지와 교수님..
고모가 운영하는 한우식당에서 연구실 식구들을 아버지가 대접했었고 아버지는 횟집하는 삼촌 집에서 회와 문어 등을 직접 챙겨오셨다.
아버지가 교수님께 우리 딸은 책도 많이 읽고 늘 공부도 잘했다고 자랑을 하셨던 것 같다.
그때 참 민망했는데.. 선배들이 정말 책만 읽었냐고 놀리곤 했던 기억이 났다. 잊고 있었는데^^;
(사실, 아빠가 생각하는 나는 나보다도 훨씬 더 착한 모습이었다. 늘 그 사실이 조금은 부담이었다.)
교수님께서 그때 이야기를 하시면서 아버지는 진짜 아버지의 마음이었다고..
아마도 그때 교수님께서 봤던 아버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아버지랑 교수님이 생각하는 아버지는 또 다를 것이라고..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모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막내딸이여서 아버지 사랑을 특히나 많이 받고 자랐었다.
외아들로 홀로 크신 아버지는 자식에 대한 욕심도 사랑도 유난하셨다.
학교 내내 아버지는 육성회장을 하시면서 소풍까지 따라오셨다.
늘 가정방문 끝나는 날은 교장선생님과 모두 집에 모셔서 아버지께서 식사 대접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오빠들이나 언니 학교 다닐 때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막내의 특권이었던 것 같다.
늘 아껴주었던 아버지와 교수님.. 아버지가 떠나신 후, 아직도 혼자인 제자가 안타까운 교수님..
어제 밤에도 또 문자가 왔다. “항상행복이함께하기를바랍니다.”
더 많이 행복해져야 겠다.
너무나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많은 분들이 마음을 받아서..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많이 나누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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