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밀림 속의 생존 이야기 - 정글만리?

세미가 2014. 1. 9. 16:57

 

 

 

<조정래 작가, 출처: 중앙선데이>

 

 

조정래 작가는 하루에 12시간씩 원고지 30장 이상씩의 글을 쓴다고 한다. 그 원고지로 3615장의 원고로 이루어진 책이 정글만리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아리랑과 태백산맥을 방학 내내 읽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나름대로 역사의 선후를 따져서 아리랑을 다 읽고 태백산맥을 읽어야한다는 생각에 아리랑 12권을 읽고 태백산맥 10권을 다 읽고서 나름대로 뿌듯해 했던 20살 그때가 떠올리며 정글만리를 읽었다.

 

정글만리.. 정글이 만리라는 뜻일까? 밀림의 길이가 만리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중국의 다양한 문화와 양육강식의 비즈니스, 바로 그 곳이 정글인 듯 한다. 그 정글이 십리도 천리도 아닌 14억 인구 만큼이나 많고 긴.. 만리가 된다는 뜻인 듯하다.

 

정글만리를 읽으면서 본 소설 속은 정말 밀림 속이다. 사자, 호랑이만 사냥하고 싸우고 먹고 먹히는 것이 아니라, 사업도 매한가지다. 힘없으면 그냥 소리 없이 사라지고 마는 바로 그곳이 정글이고 그 정글이 만리가 되듯이 수 없이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한국, 중국, 일본의 상사원과 꽌시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 한국에서 모든 것을 잃고 도피인지 희망을 찾아 나섰는지 모를 성형외과 의사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소설의 배경은 상해와 북경이다. 주 배경인 상해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동방명주에서 본 상해의 모습이, 도시 곳곳이 공사판이던 상해, 하염없이 건물이 들어서고 외국 기업들이 유치되고 있는 중국의 성장 속도는 무서우리 만큼 빨랐다. 거대한 중국! 상해에서 느낀 중국을 다시 생각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의 상사원들은 각 나라의 특징을 보여주는 인물들로, 일본과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일본 침략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한 일본 상사원들의 모습은 바로 일본의 현재의 모습이다.

 

중국의 꽌시 문화와 공안과 사업가, 노동자, 파출부, 베이징대학교 학생, 성형외과 의사, 다국적 기업 회장과 어린 얼나이라 불리는 첩 문화? 등 다양한 인물을 통해 중국의 14억 인구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진시황의 유적이 가득한 시안의 무분별한 개발에 안타까워하는 한국 기업의 부장의 마음을 보면서, 중국만이 아니라 우라나라도 옛 것을 얼마나 가직하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본다.

 

노동의 현장에서 억울하게 다치고, 병을 얻어 1인 시위하는 중국 노동자를 보며 우리네 과거를 보고, 또한 현재가 오버랩 된다.

<삼성전자 백혈병 유가족, 출처: 한겨레 21>

 

거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이 되었던 중국이 어느새 G2가 되었고, 세계의 시장이 되고 곧 G1이 될 것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 늘 함께 온 나라, 중국이다.

우리와 전쟁도 했고 침략도 했었고, 일본에게는 동시에 침략을 당해 남경대학살이나 일본 위안부 문제 등 아픈 역사도 공유하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의 양육강식과 그 속에는 냉혈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인간미를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양육강식의 세계, 중국이 거대해지면서 우리의 경제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과 맞닿아 있는 중국의 영향이 우리 통일에는 어떻게 미칠 것인가?

 

영토 문제, 향후 중국은 동북공정 등 역사와 영토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세계는 중국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인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김진명의 신의 죽음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동북공정에 대한 이야기가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그래서 정글만리를 읽기 전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더 상세하게 나오는 건 아닐까 기대했었다. 베이징대의 역사학도인 한국 유학생의 역할을 내 나름대로 그려보았지만,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 영토분쟁의 문제, 동북 공정 문제 등 조금 더 깊이 다뤘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에 대해서 비즈니스의 세계, 한중일의 다양한 면을 보고 느끼게 해 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