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아침 출근 길에 본 연탄재가 차곡 차곡 쌓여 있다.
맨 위에는 빈 바나나우유 통이 살포시 올려져 있다.
서울 한 복판에서 만난 연탄 재가 반가웠다.
아주 아주 어릴 때 보고선 강원도에 가야 볼 수 있었던 연탄재..
겨울이면 사랑의 연탄 나누기를 했던 기억..
금강산과 개성에 연탄 배달을 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연탄 한 장이 추운 겨울을 따뜻한 온기로 데워준다.
자신의 몸을 불태워 온기를 전해주고 하얀 재만 남은 연탄재..
바나나 맛의 달콤한 우유는 누군가의 속을 채워주고
빈 통만 덩그러니 남아 연탄재 위에 서 있다.
온 몸을 태워 온기를 전해준 연탄재와
자신의 속을 비워 누군가의 빈 속을 채워준 우유통은
다른 듯 닮아 있다.
자기를 버려 나누어주고 흔적만
남긴 연탄재와 우유통...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던가?
누군가의 빈 속을 달콤하게 채워준 사람이었던가?
문득 .. 생각하게 해주는 풍경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
'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광재-‘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 3,131년 원로들의 지혜를 얻는다. (0) | 2014.06.13 |
---|---|
영화 역린 -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나라가 변한다. (0) | 2014.05.08 |
뮤지컬 빨래 -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0) | 2014.04.10 |
앞으로 너는 나한테 잘해야 해.. 나는 고아니까.. (0) | 2014.04.02 |
「지지않는꽃」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0) | 2014.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