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연탄재와 우유통이 닮아있다. 뜨거움과 채움으로..

세미가 2014. 4. 11. 09:30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아침 출근 길에 본 연탄재가 차곡 차곡 쌓여 있다.

 

맨 위에는 빈 바나나우유 통이 살포시 올려져 있다.

 

서울 한 복판에서 만난 연탄 재가 반가웠다.

 

아주 아주 어릴 때 보고선 강원도에 가야 볼 수 있었던 연탄재..

 

겨울이면 사랑의 연탄 나누기를 했던 기억..

금강산과 개성에 연탄 배달을 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연탄 한 장이 추운 겨울을 따뜻한 온기로 데워준다.

자신의 몸을 불태워 온기를 전해주고 하얀 재만 남은 연탄재..

바나나 맛의 달콤한 우유는 누군가의 속을 채워주고

빈 통만 덩그러니 남아 연탄재 위에 서 있다.

 

온 몸을 태워 온기를 전해준 연탄재와

 

자신의 속을 비워 누군가의 빈 속을 채워준 우유통은

 

다른 듯 닮아 있다.

 

자기를 버려 나누어주고 흔적만

 

남긴 연탄재와 우유통...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던가?

 

누군가의 빈 속을 달콤하게 채워준 사람이었던가?

 

문득 .. 생각하게 해주는 풍경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