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책 그리고 인생

옥중서신-자상한 아버지 김대중대통령

세미가 2009. 11. 11. 17:10

김대중 대통령님의 옥중 서신을 읽었다.

 

옥중서신은 일반 편지가 아니라 철학서, 신앙서, 역사서라고 봐야 할 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가끔은 못으로 쓴 편지들을 볼 때는 007작전을 하는 첩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조마조마함을 느낄 수가 있었고, 민주주의와 왕조의 주기, 민중의 역사, 철학과 종교에 대한 고찰의 깊이 또한 대단함을 느꼈다.

 

특히나 이 편지들은 한 달에 한 번 작은 봉함 엽서 한 장에 써야 하는 그런 제약이 있었음에도 깨알 같은 글씨로 만자 이상을 12시간 이상에 걸쳐서 쓴 글이라서 그런지 더 깊이 와 닿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방대한 내용을 다 쓸 수가 없어..첫 번째로 아버지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 몇 군데를 발췌해 보았다. 중학생 아들 홍걸과 조카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읽게 하는 부분과 자녀들에 대한 충고 부분을 다시 되새기고 싶었다.

 

이 책에는 옥중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읽었던 책들도 리스트가 나오는데.. 그 책들을 리스트업해서 한번 씩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독서의 계절이 다 지나가는 가을 날, 아버지 김대중은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었을까 살펴보자

 

 

 

<전주교도서 수감 중에 쓴 편지 중에서..

1976년 3월 카톨릭 신자와 개신교 신자들이 명동 성당에서 3.1절 기념 미사를 드리고 있을 때 김대중, 함석헌, 윤보선, 정일형, 문동환 등 민주 인사 10인이 서명한 <민주구국선언서>를 서울여대 이우정 교수가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김대중 등 민주 인사들은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구속되었고 김대중은 징역 5년 자격정기 5년을 언도 받았다.

 

1977년 6월 23일(홍걸과 조카들에게 쓴 편지)

 

이제부터는 좋은 문학책을 읽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너희들의 정신에 좋은 양식이 된다.

집에 있는 책 중 <<노인과 바다>> <<토지>> <<들불>><<대위의 딸>><<진주>><<뿌리>><<천국에의 길>>등 A.J.크로닌 것 4권, 대 세계사화(10권), 간디, 막사이사이 등 위인전, 국사사화(5권)등 차례로 읽어라.

 

1977년 9월 20일 편지 중에서

 

책을 읽으면 꼭 거기에 대한 자기 생각이 있어야 책 읽은 가치가 있다. 책은 죽은 지식을 얻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느끼고 깨닫기 위해 읽는 것이다.

 

 

1977년 10월 25일 편지 중에서

 

정신력을 기르는 책

 

쿼바디스

 

푸쉬킨 대위의 딸 - 푸쉬킨이 귀족으로서 그 당시 황제와 협력만 하면 얼마든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데도 자기 국민을 사랑하고 자기 양심에 충실한 나머지 그의 비위를 거슬러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 점을 지적한 것은 참 중요한 점.(홍걸의 독후감)

 

프랭클린전 - 그가 건국 당시의 미국 시민, 즉 청교도 신앙에 젖은 미국인의 대표 인물이며 그 자서전이 이를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프랭클린의 정신은 오늘이 미국사람의 정신 속에 살아 있으니 앞으로 네가 그들과 접촉할 때도 큰 참고가 될 것이다.(아버지의 추천 글)

 

백범일지 - 김구 선생님의 자서전인 책

 

들불 - 이조 말의우리나라의 독립과 민주주의(근대화)의 위대한 선구자인 전봉준 장군과 전라도와 충청도의 40만 농민의 궐기에 대한 소설로 한국 사람으로서 꼭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아버지의 추천 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 소련의 강제 수용소의 실태를 나타낸 것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솔제니친은 20세기가 낳은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며 자기의 신념과 양시에 가장 충실한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나 한때 또는 오래 좋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유혹이나 압력이 오면 쉽게 포기한다. 더욱이 가지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면서 신념과 양심을 지키는 사람은 참으로 드물다. 솔제니친은 바로 그 드문 사람 중에서도 가장 드문 사람이다. 공산주의 소련에서 12년의 감옥살이 후 막 얻은 명예회복과 가장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의 자유에 대한 신념을 위해 싸운 것이다. 그 태도는 우리들의 양심을 흔들며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는 것이다. (아버지추천 글)

 

-소련에서의 인권 유린 그리고 그런 가혹한 환경 속에서 살아나가는 잡초보다 강인한 인간의 생명력, 그런 불행한 환경 속에서의 여러 가지의 인간들의 모습들을 우리를 알게 되었는데 , 네 감상문에는 처음 두 가지가 잘 기록되어 있었다. (감상문에 대한 평가)

 

1977년 11월 29일 편지 중에서

 

영국의 문학가인 챨스 디킨스의 책을 홍업에게 부탁해 홍걸에게 읽게 해준 책

 

챨스 디킨스 , 주 예수 이야기 - 챨스 디킨스가 자기 아들들을 위해 아주 알기 쉽고 잘 풀어쓴 책

 

시이튼의 동물기 - 동물의 슬기와 애정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알게 해 줄 책

 

 

박경리 여사 토지 - 이조 말엽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생활의 생생한 모습과 그 위대한 생명력을 절감할 수 있다. 아주 훌륭한 소설이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은 신군부 세력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민주인사들을 체포했다.

 

 

 당시 김대중은 광주민주화운동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고 9월 17일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언도받았다. 일명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을 언도받고 육군교도소와 청주 교도소에 수감 생활을 했다.

 

 

1980년 12월 12일 홍걸의 편지 중에서

 

저는 얼마 전에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내용은 유태 나라로 로마의 손아귀에서 풀려나게 하기 위해 예수님을 이용하려던 사반이 결국 실패하고 예수님과 같이 십자가에 매달리게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거기서 저는 예수님은 우리를 하늘나라로 인도하기 위해서 무척 애를 쓰셨고, 우리 인간들이 하늘나라를 잊고 당장 현실에서 편하기만을 원하는 마음을 깨우쳐주셨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현실 사회에서 권력이나, 돈이나, 명예를 지나치게 탐하는 자들은 그런 것이 하늘나라로서는 전혀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자들이며, 그들의 행동은 그래서 부질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81년 1월 29일 편지 중에서

 

<자녀들을 위한 충고>

 

 〇 각자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면 10년은 한눈팔지 말고 꾸준히 그 길을 가라. 나의 경험으로는 10년만 자기 가는 길에 전심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의 터가 잡힌다. 제일 불행한 것은 정상에 오르기 전에 중도에서 경솔히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〇 인생의 목표는 무엇이 되느냐하는 것보다 어떻게 값있게 사느냐에 두어야 한다. 자기가 값있게 살려고 애쓴 일생이었다면 비록 운이 없어서 그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일생은 결코 실패도 불행도 아니다. 값있고 행복한 일생이었다고 할 것이다.

 

 

〇 사람은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난관이나 불운에 부딪힐 수가 있다. 그러한 때는 결코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말고 그러한 시련의 태풍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다만 다시 때를 위하여 노력과 준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1981년도에 고등학생 홍걸에게 추천하는 책

 

읽도록 권하는 책

종교분야

1.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2. 유동식, <<한국종교와 기독교>>

3. 윌터 닉, <<위대한 성인들>>

4. <<하나의 믿음>

 

역사 부문

1. 진단학회의 <<한국사 전 7권>>

2. 라이샤워․페어뱅크 공저, <<동아시아 문화사>>

3. 토인비, <<역사의 연구>>

 

사회경제

1. 어빙․토플러, <<제3의 물결>>

 2. J.J.S. 쉬 라이버, <<미국의 도전>>

3. 로스토우, <<경제발전의 제단계>>

4. 드러커, <<단절의 시대>>

5. 갈브레이드, <<불확실성의 시대>>

6. 갈브레이드, <<경제학과 공공목적>>

7. 변형윤, <<한국경제의 진단과 반성>>

8. G. 뮈르달, <<경제학 비판>>

 

이상의 책들은 일생을 두고 대독, 삼독할 책이니 각기 자기 장서로 준비하여라. 그리고 너희들 전공과 어학은 따로 알아서 공부하여라.

 

1981년 11월 27일

 

추천하는 책명

1. 국사부문

이기백 <<한국사 신론>>

이기백 <<신라 정치사회사>>

변태섭 <<고려정치제도사>>

천관우(편), <<한국상고사>>

 

2. 동양사

라이샤위․페어뱅크, <<동아시아 문화사>>

 

3. 세계사, 기타

토인비, <<도설 역사의 연구>>

앙드레 모로아, <<프랑스사>>(홍성사)

앙드레 모로아, <<미국사>>

 

4. 경제

갈브레이드, <<불확실성의 시대>>

A. 토를러, <<제3의 물결>>

 

5. 문학

샤르트르, 까뮈, 카프카, 생떽쥐베리, 프란츠 파농의 것들을 읽어보기 바란다.

이상은 아버지가 읽어 본 것<<미국사>>제외) 중 우선 권하고 싶은 것이다.

 

1982년 1월 29일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일러두는 말

 

〇 우리는 일생을 두고 훌륭한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한다. 그것들은 무한대의 시간을 두고 고갈되지 않는 영혼의 샘물을 공급한다.

 

〇 자기가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남도 똑같이 합리적일 것으로 믿으며, 자기가 양심적인 사람은 남도 다 그런 것으로 알고 처신한다.

 

〇 우리는 중요한 일과 중요한 것 같이 보이는 일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〇 진정한 자유인이 되려면 먼저 하느님께 얽매어져야 한다.

 

〇 우리는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며, 인내해야 할 때 초조하지 말며, 후회해야 할 때 낙심하지 않아야 한다.

 

〇 쓸모없는 사람은 찾아오지만 좋은 벗은 내가 찾아가서 사귀어야 한다.

 

다음 책은 삼형제가 꼭 읽어보기 바란다.

 

1. <<미국의 새로운 선택>>(미국 내에는 여기와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2.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아주 좋은 책이다. 다만 신약, 특히 예수님의 행적을 소홀이 한 것이 유감임>>

 

3.<<제로섬 사회>>(경탄할 좋은 책, 조지 길더의 <<부와 빈곤>>을 같이 읽으면 참고가 됨)

4. <<교회란 무엇인가>>(많은 참고가 됨)

5. <<한국사회>>(참고 되는 몇 개의 글이 있음)

 

 

편지를 읽으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다정다감한 남편의 모습과 아버지의 모습, 시아버지, 큰아버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나 자녀들을 위한 애정과 충고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보면서 부성애를 다시 느끼게 되었다.